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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피해자 이주 청소년

[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 어린 사슴을 누가 숨겨줄까요?

     



"이제 옛날처럼 살지 않을 거예요."

     

봄꽃이 활짝 핀 4월, 이주 청소년 '야니'(가명)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의 어두웠던 시절의 모습을 영정 사진으로 만든 여니는 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저의 과거는 죽었어요"라고 잇따라 말했습니다. 어린 나그네가 낯선 땅에서 겪었던 지속적이고 집요한 학교폭력, 그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자해와 자살 기도의 악순환과 어린 나그네를 살리기 위한 선한 이웃들의 수고 덕분에 벼랑 끝에 섰던 어린 나그네가 정서적으로 안정되면서 봄꽃처럼 밝은 얼굴로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하나님 아버지!

각자도생의 나라에 온 소녀가,

학폭의 벼랑 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해와 자살을 시도했던 아픈 소녀가

살아야겠다, 살아야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죽음의 검은 옷을 입었던 소녀가 그 옷을 벗고

생명의 옷으로 갈아입는 4월은 아무래도 희망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야니를 지극정성으로 상담해준 '마음가치연구소' 서연경 소장님과 야니처럼 위기에 처한 이주 청소년들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어게인 방과후학교'(이하, 어게인학교) 관계자들은 삶의 희망을 표시한 야니 모습에 안도감을 가지면서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불안하고 두려운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이주 청소년들을 안아주며 함께 아파했던 수고와 위로가 헛되지 않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야니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와 동생과 함께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아빠와 함께 살기 위해서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야니네 식구는 한국으로 이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향의 푸른 하늘과 정겨운 이웃과 친구들을 두고 낯선 나라로 이주하고 싶은 나그네가 어디 있겠습니까. 야니네가 이주한 것은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 가난이 문제였습니다.

     

피난민촌에서 태어나 판자촌에서 자란 저는 가난을 뼈아프게 겪었습니다. 제가 만난 선생님들은 가난한 학생들을 차별하고 낙인찍었을 뿐 아니라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와 모멸감을 주었습니다. 가난한 노점상 아버지가 육성회비를 줄 형편이 되지 않아서 육성회비를 내지 못했을 뿐인데, 선생님은 칠판에 블랙리스트처럼 육성회비 못 낸 아이들 이름을 썼고, 수업 도중에 복도로 내쫓았고, 엉덩이 매질을 하고, 무릎 꿇고 손을 드는 벌을 주었는데도 육성회비를 납부하지 않자 아예 교문 밖으로 쫓아버렸습니다. 아, 가난 때문에 그, 가난 때문에….

     

야니가 형편이 넉넉한 유학생이었다면 한국의 언어와 문화 등을 충분히 배우고 준비해서 한국에 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난한 야니는 아무런 준비 없이 한국에 중도입국했고 그로 인한 언어장벽과 문화 차이에 가로막혔습니다. 한국 학교에 진학한 야니는 한국어 수업에 적응하지 못했고, 별다른 준비 없이 중도입국 학생들을 받아들인 학교는 야니를 비롯한 이주 학생들을 투명인간 취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반의 한국 친구들이라도 가난한 나라에서 온 어린 나그네들을 친절하게 대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야니의 한국 친구들은 친절은커녕 정신적,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가했습니다. 학교폭력에 시달린 야니는 그 고통을 어디에도 호소하지 못했습니다. 설사, 학교폭력 피해를 부모에게 호소한들 막노동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는 부모님이, 한국어 사용이 서툰 부모님이 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설 수 있을까요.

     

어느 날, 야니가 고향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우울증약 복용에 의한 후유증으로 피부는 거칠어지고 몸은 부은 것처럼 비만해진 야니, 고향에서 찍은 사진 속 야니는 앳되고 해맑은 소녀의 모습이었습니다. 지속적인 학교폭력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야니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해와 자살이란 극단적 행동을 반복하다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이하, 어게인)에 도움을 청하게 된 것입니다.

     

야니가 '어게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자해 문제로 아빠와 다툰 야니는 가출한 후 부천역 일대를 떠돌면서 전자담배를 흡연하고, 무인점포에서 물건을 훔치는 등의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그런 야니가 '마음가치연구소' 서연경 소장님에게 1년 넘도록 상담을 받았고, '어게인'의 한국어 교실에 참여하고, 어게인학교 이주 청소년들과 함께 오페라공연을 관람하고, 어게인 여름 캠프 장기자랑 시간에 춤을 추고, 자신과 같은 나라에서 온 어게인학교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되찾게 된 것입니다.

     

    

가난한 부모의 이주로 원치 않게 한국에 오게 된 중도입국 이주 청소년들은 사냥꾼에 쫓기는 어린 사슴의 처지와 같습니다. 한국에 중도입국 한 이주 청소년들은 언어장벽과 문화 차이 등에 부딪히면서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립니다. 투명인간 취급하는 학교에서는 학습 부적응자로 전락하고, 한국 급우들에겐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놀림과 왕따를 당하다가 학교폭력 피해자로 몰리면서 극단적 행동을 하게된 것입니다.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코리안 드림'은 꿈은 쉽게 이룰 수 있는 꿈이 아닙니다. 생존에 급급한 이주 청소년의 부모는 자식을 챙길 여력이 없습니다. 각자도생의 살벌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어린 나그네들은 도처에서 자신들을 포획하려는 사냥꾼들을 피하기 위해 숨을 곳을 찾지만 그런 피난처를 찾지 못합니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보지만 도와주는 선한 이웃을 만나기도 못합니다.

     

말이 통하고, 문화가 같고, 피난처가 있었던 가난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어린 나그네는 스스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피난처를 찾아 헤매다가 다다른 곳이 벼랑 끝입니다. 견딜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에 쫓기는 이주 청소년 중에는 자신을 공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이주 청소년들은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데 자신만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 낙오한 것 같아서 자해 등의 극단적 행동을 하게 됩니다.

     

어게인은 2023년, 이주 청소년을 위한 '어게인학교'를 만들면서 야니처럼 낯선 땅에서 고통받는 어린 나그네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피난처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 아픔이 치유되고 회복된 다음에는 그 어린 나그네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학교를 꿈꾸었습니다. 그 희망과 꿈을 안고 1년간 달려온 '어게인학교'에서는 2024년 4월 현재, 베트남과 파키스탄을 비롯한 10개국에서 온 37명의 어린 나그네들이 배우고, 익히면서 '절망의 코리아'가 아니라 '희망의 코리아'를 향해 발돋음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각자도생의 살벌한 대한민국에서 사냥꾼에 쫓기는 중도입국 이주청소년들을 숨겨주고, 위로하고, 지원해주신 '재단법인공공상생연대기금'과 서울성모병원 채송화 수녀님과 후원자님들, 기독교기업 '레가토'와 <어게인 이주 청소년학교 2024년 급식비 후원’에 참여해주신 아래의 선한 이웃들에게 거듭 감사드립니다.

     

<어게인 이주 청소년 학교 2024년 급식비 후원인 명단>

     

강미경 고영매 권미선 김경희 김금정 김낙순 김도묵 김명옥 김미영 김선경 김소영 김숙희 김순옥 김영호 김은숙 김정희 김종주 김종택 김치하 김혁순 남기창 남철표 류창형 민혜원 바다한솔다솔엘 박세염 박순희 박영주 박영혜 박종선 박찬수 반태경 백진현 변종필 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 사협사랑이야기 서현경장수현 성경제 성미선임인환 신경식 스페이스작주식회사 ㈜레가토 신미용 신정아 신정오이미경 신혁호 소광섭김숙희 안지현 양근원 양선희 이영종엄만용 염덕자 오광택 오재숙 유해연 윤승희 이금주 이성민 이수경 이신화 이영숙 이영종 이완구 이은준 임동수 임은분 임진성 임진엽 임학림 전유라 정윤경 정인향 정재현 정찬길이지현 정태동 정현숙 조갑남 조미선 조솔 조영희 조희아 주재훈생명교회 김해성중국동포교회 청파교회 최별님 최인석 최성애 최순희 최희정 한석훈 홍석경 황현성 황홍구 무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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