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희망편지] 지역아동센터를 만들려는 까닭은?
다가오는 2024년 12월 말이면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어게인)과
‘어게인_방과후학교’(어게인학교)가 사용 중인
건물의 임대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또 이사가야 합니다.
2012년 연쇄 방화로 구속된 다문화 청소년 정군을
도우면서 시작된 어게인 사역이 어느덧 10년 넘었습니다.
2014년 서울가정법원이 위탁한 보호소년 그룹홈을 운영하고
2016년 경기도 부천에 ‘소년희망공장’(카페&식당)을 만들었고
2018년 위기청소년 대안교육&체육공간 ‘소년희망센터’를 만들고
2023년 이주 청소년을 위한 ‘어게인학교’(경기공유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소년은 희망입니다!’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위기청소년 사역 10년이 넘도록
한시라도 편할 날이 없었지만 가장 힘겨운 것은 임대료와 인건비였습니다.
그룹홈, 소년희망공장, 소년희망센터, 어게인학교 모두 무거운 임대료였습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선 ‘임대료’라는 무거운 ‘짐’을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한 푼의 임대료라도 아끼기 위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이삿짐을 풀면서 한동안은 짐을 안 싸겠지 했는데 2년 만에 이삿짐을 또 싸야 합니다.
이삿짐을 또 싸는 두 가지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힘겨운 ‘임대료’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지역아동센터’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지역아동센터를 만들기 위해서 이사 가는 곳은 공장 지역으로
역세권인 현재 공간보다 크기도 약간 작아서 관리비 포함해서
월 임대료가 220만 원으로 현재 임대료 315만 원(관리비 포함)보다
월 100만 원 가량 절약할 수 있는 조건과 함께 지역아동센터 설립에
필수 조건인 소방 안전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어 이사를 결정했습니다.
어게인이 이주 청소년을 위한 지역아동센터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지속 가능성 확보 때문입니다.
주무 관청으로부터 지역아동센터 설립 인가를 받으려면
소방 안전 시설 공사 등의 복잡한 문제와 절차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게 승인을 받고 지역아동센터를 시작한다고 해도 개시 일로부터
2년 동안은 교사들의 인건비와 운영비 등은 어게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2년 간의 운영에 대한 검증을 통해 승인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주무 관청인
부천시로부터 직원 2명의 인건비와 식비 등을 매월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임대료는 여전히 어게인 부담입니다만 이 정도 지원 받는 것만 해도 어디입니까.
어게인의 청소년 사역에서
정말로 무거운 짐은 인건비입니다.
어게인 정규직 직원은 모두 5명입니다.
이 가운데 2명의 직원 월급은 ‘공공상생연대기금’과
‘바보의 나눔’이란 비영리 재단으로부터 지원 받고 있습니다.
내년 2025년부터는 2년 동안 지원 받았던
‘공공상생연대기금’의 1명 인건비 지원이 끊깁니다.
그 직원과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라 소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시작한 사역이였지만 이를 위해서는
직원이 필요했고, 공간이 필요했고, 운영비가 필요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지난 10여 년 동안 임대료 한 번 밀리지 않도록 해주셨고
한 번도 임금 체불하지 않도록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지원해주셨습니다.
저희 부부는 몇 년 동안 임금 체불을 겪었지만 그건 하나님과 계산할 일입니다.
지금은 사례비를 받고 있습니다만 직원들보다 적은 최저임금을 받고 일합니다.
버림받은 자의 아픈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었기에
버림받은 아이들의 아픈 눈물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발령장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용감하게 이 길을 택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하나님이 이 길을 가라 하셨다고 믿고 있습니다.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선대(善待)하라’는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나선 길에서
하나님의 사역이므로 사유화하거나 영광을 가로채선 안 된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속이지 말자고 했습니다. 물론, 속을 리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그냥 최선이 아니라 뼈를 갈 정도로 전력을 쏟으면서 충성을 바쳤습니다.
그러나!
믿음을 가진 것 같았으나 임대료와 월급 날을 앞두고 잔고가 부족해 애를 태울 때면
믿음은 여지없이 흔들렸고 갈대와 같은 마음을 부여잡고 새벽을 깨우며 기도했습니다.
10년 동안 거센 비바람이 닥쳐왔음에도 임대료·인건비 한 번 밀린 적이 없었으면 이제는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전진해야 하건만 여전히 흔들리며 염려하며 겨울 새벽을 깨웁니다.
“후계자 안 키우십니까?”
어게인 이사님이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조직의 미래가 걱정돼서 하신 말씀입니다.
너무나 부끄러웠고 한참이나 답답했습니다.
10년 세월 동안 충성한다고 했으나 결실이 부족한 것이 부끄러웠고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후계자를 키우지 못한 것이 참 부끄러웠습니다.
돈이 되고 영광을 차지하는 자리이면 후계자를 선발해서 키울 수 있을 것인데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급에 정시 퇴근도 편하게 할 수 없는 힘겨운 일자리인 데다
직원들의 월급과 임대료까지 책임져야 하는 괴로운 십자가를 누가 지려고 할 것인가!
지역아동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나선 가장 큰 까닭은
어게인을 책임지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함입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고 2년 후, 부천시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면 누군가 세울 수 있습니다.
저희 부부가 떠나더라도 이주 청소년을 위한 지역아동센터는 운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역아동센터 설립에 정성을 쏟고 있는 것입니다. 잘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것입니다.
[11월 후원인 명단]
경기도교육청과 부천교육지원청으로부터 위탁 받은
이주 청소년을 위한 ‘어게인학교’(경기공유학교)에서는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 몽골, 영국, 중국에서 온
이주 청소년 50명이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국적과 언어와 피부는 달라도 이 아이들 또한 ‘소년은 희망입니다!’
저희들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희망을 꿈꾸는 이주 청소년을 위해
가끔 기도해주세요. 꿈을 나누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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