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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아기에게 쓰는 편지

[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


이 세상천지에 그 어떤 꽃이

버림받고 짓밟히려고 겨울을 견디겠느냐.

하잖은 미물이거나 길에 뒹구는 돌멩일지라도

함부로 버려지거나 발로 차이면 아파서 우는데


천하보다 더 귀한 생명인

아가야, 꽃피는 삼월에 태어난 너는

너를 낳아준 미혼모 엄마에게 버림받았다.

버림받은 날이 하필이면 생후 첫 생일 즉,

축복의 날이어야 할 돌이 되기 하루 전이었다.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여자가 아니라 엄마인데 어떻게,

어떻게 제 배로 낳은 생명을 버릴 수 있을까?

버리더라도 어떻게 첫 생일도 챙기지 않고 버릴 수 있을까?

자식 버린 죄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아이 눈에서 피눈물 흘리게 할까.

짐승도 제 새끼는 함부로 버리지 않는데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엄마에게 버림받은 그 날, 너는 서럽게도 울었다. 배가 고파서 울었을까?

버림받은 사실을 알았던 것일까? 불안에 떨며 우는 너의 모습이 가슴 아파

보듬어주려고 두 팔 벌렸으나 겁에 질린 너는 두려움에 떨며 슬피 울 뿐이었다.



아가야, 버림받은 아가야

만일 증조할머니인 원미동 할머니가

너를 거두지 않았다면 너는 어떻게 됐을까.

아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너는

병들고 늙은 원미동 할머니 품을 엄마 품으로 알고 안기지.

마른 젖가슴밖에 남지 않은 가슴, 할머니 엄마 가슴을 파고들지.

늙고 병든 원미동 할머니 가슴은 텅 빈 가슴

속 썩이는 자식들 때문에 썩어 문드러진 가슴

아들 며느리가 버리고 간 손주를 키우다 멍든 가슴

손주 며느리가 버리고 간 증손주인 너를 어찌 키울까?

너와 함께 한 많은 이 세상을 하직할까? 말까?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무너진 가슴을 치고 또 치며 얼마나 울고 울었던가.

원미동 할머니는 코로나 백신 1차 예방 접종 부작용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면서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는데 그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죽으면 어미에게 버림받은 저 불쌍한 것을 누가 거두어줄까?

라는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러면서 만일 이 늙은이가 죽으면

윤호(가명)가 이 할미를 기억할까? 라는 생각에 살아서 응급실을 나가면

가족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형편이 어려워 행하질 못했단다.


윤호야, 나는 그날 마음속으로 기약했다.

버림받은 상처로 서럽게 우는 너를 안아주지 못한 나는

너의 눈물을 모른 척하지 않으리라, 그 아픔을 씻어주기 위해,

돌잔치도 하지 못하고 버림받은 너를 위해 돌잔치를 해주리라.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었다.

사는 것은 늘 바쁘고, 눈물일지라도 돌아서면

잊혀지기 마련이어서 가슴 한쪽이 시렸었는데

원미동 할머니의 건강이 더 나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더 미루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돌잔치를 준비하기로 했다.

너의 늙은 엄마, 원미동 할머니 집에 가서 나는 알았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지만 윤호에겐 여름옷이 없다는 것을

여름 내의도 없고, 사줄 누구도 없고, 있는 것은 헌 신발뿐.

늙고 병든 원미동 할머니는 증손주를 버리지 않았지만 필요한 것을

마음껏 사줄 수 없어서, 있는 것이라고는 가난뿐이어서 가난을 원망할 뿐.

그래서 돌잔치를 핑계로 여름옷을 사주기로 했다.

그래서 돌잔치를 핑계로 내의와 신발을 사주기로 했다.

소년희망공장에서 돌 떡과 음식과 첫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기로 했다.

자식과 손주와 증손주에게 마른 젖가슴까지 내어준 짠한 원미동 할머니!

그 할머니에게 꽃처럼 예쁜 옷을 한 벌 선물하기로 했다. 윤호를 돌봐준

가난한 원미동 골목길 동네 할머니들에게 감사의 선물을 드리기로 했다.

무엇보다 원미동 할머니에게 영정 사진이 아닌 가족사진을 찍어 드리기로 했다.

아가야, 버림받은 아가야!

윤호야, 엄마 없는 윤호야!


미혼모 엄마는 너를 버리고 떠났지만

늙은 엄마인 원미동 할머니는 너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짐한다. 원미동 할머니가 너를 키우다 쓰러지지 않도록

나는 너의 할아버지가 되어 함께 웃고 울 것이다. 설마 나 혼자뿐이겠느냐.

우리들의 좋은 이웃 중에는 너의 이모, 너의 삼촌, 너의 큰엄마아빠가 되어

세상에 버리는 나쁜 사람도 있지만 버려진 생명을 거두어 품어주는 좋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너에게 입증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너에게 편지를 쓴다.

아가야, 버림받은 아가야!

서러운 첫 생일은 지나갔으므로

그날 돌잔치에서 우리 이렇게 외치자.


윤호야,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하늘이 너를 축복하고 축복하노라!



※윤호(가명)는 15개월 된 남아입니다. 어게인이 여름옷과 내의, 신발을 선물하겠지만 부족할 수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입히고 신겼던 옷과 신발, 책과 장난감을 보내주시면 윤호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래 주소로 보내주시면 잘 전달하겠습니다.

14637(우편번호) 032-662-1318(전화번호)

경기도 부천시 부천보3번길27 희망빌딩2관 3층 소년희망센터

그리고, 윤호의 영적 엄마 아빠가 되어 중보기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버려진 아픔과 슬픔은 거두어가시는 하늘 아버지가 상처받은 영호를 안아주시면서 위로하고 축복해달라고 기도 해 주신다면 외로움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원미동 할머니와 윤호가 삶의 용기를 낼 것입니다. 할머니의 신세 한탄처럼 조상 묫자리를 잘못 써서 운명이 기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원미동 할머니와 윤호의 아픔과 상처를 씻어줄 곳은 땅이 아니라 하늘이라는 것을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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