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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잃어버린 아이들

[소년희망편지] 사회적 약자에게 고향을 선사하십시오!


부천시에 본사를 둔 한 기업이 부천시 청소년의 날(5월 27일)을 맞아 <어게인_방과후학교> 학생인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가방을 선물하고 싶다면서 가방을 골라주면 회사에서 주문해 청소년의 날에 <소년희망센터>를 방문해서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 기왕이면 갖고 싶었던 백팩 즉, 나이키 등의 메이커 백팩을 고르라고 했는데 의외였습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와 학교에 다닌 지 얼마 안 된 초등학생 아이들은 5만 원가량의 중저가 백팩을 선택했으나 한국에 온 지 몇 년이 된 중고등학생들은 한국 중고교생들이 선호하는 메이커 백팩이 아니라 2만 원대의 저렴한 백팩을 골랐습니다. 자신의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기업에서 선물해주는 것이니 기왕이면 갖고 싶었던 비싼 메이커 가방을 선택하라고 했지만 극구 사양했습니다. 그 이유는, 비싸고 멋진 메이커 백팩을 갖고 싶지만 만약에 그런 백팩을 메고 다니면 큰일 난다고 했습니다. 그 가방은 일진이나 학교에서 잘 나가는 아이들이 메고 다니는데 다문화인 자신들이 메이커 백팩을 메면 왕따를 당한다고 했습니다. 왜, 우리가 메고 다니는 백팩을 메고 다니느냐고 왜, 우리를 따라 하느냐고 공격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메이커가 아닌 백팩을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낯선 땅 한국에 온 것은 부모 때문입니다. 그 부모들이 스무 살가량 차이가 나는 데다 결혼 전에 말했던 것과 달리 가난하고, 직업이 뚜렷하지 않고, 알콜릭과 폭력성이 있고, 가장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한국 남성과 결혼한 것은 가난 때문입니다. 한국에 가서 돈을 벌면 가난한 부모 형제를 도울 수 있고, 남보란 듯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란 부푼 꿈, 코리안 드림을 안고 부자나라 한국에 온 것입니다. 그런데, 꿈과 희망은 산산이 부서지고 한국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아빠의 폭력과 학대를 피해 가난한 조국 친정 부모에게 맡기고 모정의 세월을 잃어버린 채 한국에서 눈물의 이주노동자로 일하다가 늙은 부모님이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버린 아이들을 부모님에게 계속 맡길 수 없어서 아빠의 나라 한국에 중도입국 시킨 것입니다. 그래도 아빠의 나라 대한민국에는 일자리가 있고, 열심히 일하면 가난한 조국에서보다는 잘 살 수 있으리란 기대 속에 데려온 것인데…. 가난하지만 정겨웠던 고향을 떠나, 가난한 추억과 별빛이 반짝이는 고향을 떠나, 두렵고 불안한 낯선 땅을 떠도는 어린 나그네로 살다 보니, 각자도생과 승자독식의 나라에서 왕따 차별당하며 살다 보니 소년의 꿈과 희망만이 아니라 고향마저 잃어버린 키 작은 아이들! 세계에서 최고로 가난했던 대한민국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분단된 나라의 가난 때문에 슬피 울며 고향을 떠났던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죽기 살기로 돈을 벌어서 세계에서 열 번째로 부유하다는 OECD 회원국이 되었으면, 가난한 사람들의 그 아픔을 헤아리고 그들을 배려하면 좋으련만 힘센 자가 모든 것을 다 가지는 야만의 땅, 승자독식 세상이 되었으니…. 가난한 이주노동자 부모 때문에 원치 않게 고향을 떠나온 중도입국 아이들! 낯선 나라에서 언어 장벽과 왕따 차별에 시달리는 아이들! 자신이 갖고 싶은 백팩을 맘대로 메고 다닐 수 없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답답한 가슴을 치는데 사회적 약자에게 고향을 선사하라는 김기석 목사님의 말씀이 가슴을 녹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누군가에게 고향을 선사하는 일입니다. 그런 고향을 경험하는 이들이라야 다른 누군가의 고향이 될 수 있습니다. 무정한 세상을 다정함으로 녹이는 사람들이야말로 하늘에 속한 사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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