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감사편지

[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


사무실이

집이 됐습니다.

지난주에는 집에서 잔 날보다

사무실에 잔 날이 더 많았습니다.

다른 것은 괜찮은데

찬물에 씻는 것이 힘듭니다.

한파주의보가 내린 그제(29일)는 씻다가

칼에 베인 것처럼 아파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사무실 한쪽 간이침대에 놓인

침낭 속에서 번데기처럼 웅크리고

전기장판에 추위를 녹이면서 곤한 잠을 잤다가

새벽 5시무렵에 일어나서 도매시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소년희망공장 3호점에서 사용할 재료를 사기 위함입니다.

어둠조차 언 것 같았습니다.

상인들도 채소도 꽁꽁 싸맸습니다.

봄여름가을 새벽시장은 활기찬 데 반해

한겨울 새벽 시장은 힘들고 무겁습니다.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힘들어도

얼어버리면 안 됩니다.

채소가 얼면 팔지 못하고 버려지듯이

인생 또한 얼어버리면 삶이 버려집니다.

사는 게 힘듭니다.

그래서 삶인 것 같습니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어게인을

운영하는 일 또한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절망에 굴한 적은 없습니다.

가시밭 길을 걸으면서 희망을 키웠습니다.

어린 미혼모들과

위기 청소년들을 돕는

활동한 지가 10년이 됐습니다.

강산이 변할 정도의 세월,

힘겨운 세월을 지나왔지만

희망의 싹들을 틔우기 위해,

어렵게 구한 희망을 나누기 위해

앵벌이 하듯 손 벌린 적은 없습니다.

힘들고 고달프게 일하면서 살아왔지만

정직하고 진실하게 일하려고 애썼습니다.

어느 시인의 시 구절처럼

이렇게 살아온 것이 기적입니다.

이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되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영업자들이 망하는 판국에도

소년희망공장은 잘 견디고 있습니다.

소년희망공장 아이들은 희망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진정 기적이고 이 기적이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2021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기적을 일구게 해주신 여러분이 아니면,

사랑과 희망으로 함께해주신 여러분이 아니면

이 어두운 터널을 헤쳐 나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022년, 내년에도

사랑의 빚을 지겠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다 이룬 것입니다.” (로마서 제13장 8절)

2021년 12월 31일

<소년희망배달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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