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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을 어찌할꼬!

[5월 감사편지]


#. 1

 

'스마일어게인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임진성)이 운영하는 '어게인지역아동센터'(어게인)이 감독 기관인 부천시에 신고한 정원은 24명입니다. 그런데 2026년 5월 현재 40명이 넘었습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열 명 넘게 정원을 초과한 것입니다. 부천시에서는 ‘어게인의 선한 뜻’을 모르는바 아니나 승인받은 인원에 대한 ‘급식비’ 외에는 더 지원할 수 없으니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더 이상 받지 말라며 선을 긋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역아동센터는 ‘운영비’‘급식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건비’를 지원받습니다. 하지만 새로 출발한 지역아동센터는 2년 동안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받지 못합니다. 2년간의 자립 운영 능력 검증에서 통과해야 지원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2025년 5월 30일 출발한 어게인은 2027년 5월까지는 운영비와 인건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사설 학원이 정원을 초과해서 받으면 이익이 발생하지만 비영리 법인인 어게인은 손해와 부담이 발생합니다. 부천시로부터 지원받는 ‘급식비’는 승인된 24명분입니다. 정원 초과로 받은 이주 청소년에 대한 식비뿐 아니라 교사와 강사 인건비, 교재비 등은 어게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그래야 원활한 교육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정원 초과로 인한 가장 큰 부담은 공간을 확보하는 문제입니다.

 

#. 2

 

어게인은 일반 지역아동센터와 달리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 세운 지역아동센터입니다. 어게인이 출발한 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하나 같이 아픔을 안고 찾아오는 아이들을 외면할 순 없습니다. 어게인마저 외면한다면 이 아이들은 갈 데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원 초과하고 있습니다. 한 아이라도 더 품는 것이 어게인의 뜻입니다.

 

처음엔 ‘아픔’(가명·17세·고2)이의 등록을 거절했습니다. 정원이 점점 더 초과되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아픔이 엄마가 딸의 등록을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딸을 낳은 아픔이 엄마는 낯선 나라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남편의 학대에 시달리다 이혼한 후 식당에서 힘든 일을 하며 아픔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학교폭력 피해까지 당하게 된 것입니다. 

 

아픔이가 같은 반 남학생의 폭행으로 2주 진단의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가해 남학생에게 내린 심의 결과는 4시간 봉사에 그쳤다고 했습니다. 아픔이 엄마가 가해 학생을 다른 반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아픔이가 가난한 한부모 다문화가정 학생이 아니라 힘 있고 돈 많은 가정의 학생이었어도 이렇게 됐을까요.

 

아픔이 엄마가 딸을 받아달라고 호소한 것은 학교폭력 피해의 억울함도 있었지만 돌봐줄 손길이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식당 설거지로 생계를 잇는 엄마는 방과 후면 어두운 방에서 우두커니 지내야 할 딸이, 컵라면 따위로 허기를 때워야 할 불쌍한 딸이 걱정됐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게인 지역아동센터에 등록하면 선생님의 학습 지도와 따뜻한 저녁 그리고, 자신처럼 불우한 환경에 처한 이주배경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으니 어게인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할까요.

 

아픔이가 어게인에 온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센터장을 비롯한 선생님들이 한국어를 특별 지도하고, 배려하고, 위로하는 등으로 챙겼습니다. 특히, 혼자 우두커니 먹던 컵라면이 아니라 어게인 친구들과 함께 매일 저녁 따뜻한 밥을 함께 나누었더니 아픔이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한국어가 서투르다고 학교 친구들에게 왕따당하고, 학교폭력 가해 남학생과 한 반에서 지내야 하는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아픔이를 외면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낯선 한국에서 겪은 한국인 남편의 학대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멸시와 가난의 서러움,

하나밖에 없는 딸의 학교폭력 피해로 벼랑 끝에 매달렸던

한 여인의 눈물을 닦아주었더니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 3


어게인이 지역아동센터를 설립한 까닭은 조직을 확대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사업복지 사업을 하고자 함도 아닙니다. 어게인이 지역아동센터를 설립한 까닭은 낯선 땅에서 아픔과 절망으로 신음하는 이주 청소년에게 피난처이자 쉼터, 한국에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심어주고자 위함입니다. 그래서, 아픔이를 내칠 수가 없었습니다. 정원 규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 이혼과 가난, 학교폭력과 왕따 등으로 신음하는 이주 청소년의 아픔을 외면할 순 없었습니다.

 

이주배경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은 하나둘이 아닙니다. 한국어와 한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이주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투명 인간 취급받습니다. 언어가 어눌하니 환대는커녕 왕따 당하기 일쑤입니다. 학교의 못된 친구들은 약자 가운데 약자인 이주 청소년에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담임 교사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처리해야 할 신청서 등의 문제로 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어게인 선생님들은 한국어 지도와 저녁 식사 제공 외에도 할 일이 많습니다. 학교폭력뿐 아니라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의 심리상담, 교육 혜택을 위한 신청서와 장학금 지급 신청서 등을 부모를 대신해 도와줍니다. 담임 선생님들이 어게인에 전화해서 학교 행정에 대한 소통을 부탁하는 것은 어게인에는 모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이중언어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어게인은 이주 가정의 소통 창구이기도 하고 이주민 부모를 대신해 중고교 및 대학 진학 지도를 합니다. 그뿐 아니라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 청소년의 취업 알선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아픔이만 아픈 것이 아닙니다. 어게인에는 가슴 아픈 아이들 또한 하나둘이 아닙니다. 중학생 방황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어 합니다. 엄마는 주야로 돈 벌러 나가고 빈집에 가면 소줏병이 나뒹굴고, 술에 취한 아빠는 가정폭력을 일삼습니다. 방황이는 최근에 여자친구를 사귀었다면서 행복해했는데 그 모습은 어디로 가고 우울증에 걸린 듯 말을 잃었습니다. 방황이는 아빠의 폭력에서 벗어날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빠가 찾아올 수 없는 엄마의 나라로 도망치고 싶어 합니다. 

 

여고생 희야는 느린 학습자입니다. 한국인 아빠는 돌아가셨고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민 엄마는 딸의 양육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의지가지 할 누구도 없는 희야가 무한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하면 걱정이 커집니다. 그래서 희야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사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희야가 ‘경도 지적장애로 판단된다’면서 ‘환자 능력에 맞는 학습지원과 직업훈련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따라 행정복지센터에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 4


아프고 힘든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더 많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

어게인은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정원은 계속 초과될 것입니다.

힘든 아이들로 초과될 것입니다.

밥값 일부는 부천시가 지원하겠지만

월세와 인건비와 운영비는 구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어게인의 존재 이유를

아프고 힘든 아이들에게서 찾겠습니다.

힘들지 않는다면 어찌 주의 길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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