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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왜 거짓말했을까?

[2월 감사편지]


     

"친구를 사귀고 싶은데 언어 때문에 친구들이 다 피해요. 선생님의 설명을 못 알아듣고 쉬는 시간에도 친구가 없으니까 계속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점점 학교에 가기 싫었어요. 그런데도 엄마께서 걱정을 하실까 봐 그냥 괜찮은 척을 했어요. 학교생활이 재미있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고, 점심밥도 맛있다고 했어요."

     

3년 전 겨울, 이주 노동자로 일하는 엄마를 찾아 대한민국에 온 ‘연'(16·중3)이는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언어 장벽 때문에 한국 친구들을 사귈 수도 없었고 선생님의 설명을 알아들을 수도 없었으니 학교에 가기 싫은 정도가 아니라 학교에 가는 게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연이는 엄마에게 학교생활이 재밌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점심밥도 맛있었다고 거짓말했습니다. 낯선 나라 한국에서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엄마가 괴로워 할 것 같아서 하얀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남의 나라에서 고된 일을 하는 엄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중국에서 온 연이만 고통을 겪은 건 아닙니다.

필리핀에서 온 '현'(15·중3)이 또한 언어 장벽 때문에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었다면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한국어가 서툴러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그때 나는 말 못할 부끄러움과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나는 점점 움츠러들었습니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처럼 낯선 환경은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경기도 부천에서 '중도입국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어게인 방과후학교’(어게인 학교)를 운영중인 '스마일어게인사회적협동조합'(어게인)이 펴낸 문집 <우리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에는 이주 청소년들이 한국에서 겪는 아픈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문집에 눈물과 절망만 담겨 있다면 얼마나 슬플까요. 문집의 부제는 '낯선 언어로 쓴 이주 청소년들의 진짜 이야기'로, 이 문집에는 어게인 학교 이주 청소년들의 눈물과 절망 그리고, 따뜻한 희망과 비전이 담겨 있습니다. 어게인 학교에는 베트남과 미얀마, 파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7개국에서 온 38명의 이주 청소년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의 친구들이 다 모이는 (어게인 학교에서) 서로 장난치고 공부도 하고 재미있는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풀었고 이제는 한국어를 잘해서 자신감도 생기고 친구들과 같이 놀면서 성격도 점점 밝고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어게인 학교) 선생님들이 한국어를 친절하고 천천히 가르쳐주신 덕분에 이제 학교 수업할 때 진도를 따라갈 수 있고,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불편한 점도 없으니 친구도 점점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눈물의 나날을 보내던 연이가 어게인 학교에서 여러 나라 친구를 사귀고 한국어를 익히면서 밝은 성격의 소녀로 변했습니다. 어게인 학교 자치회 회장으로 뽑힌 연이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교 가는 게 꿈"이라고 문집에서 밝혔습니다. 자치회 부회장이 된 필리핀 소녀 현이 또한 문집을 통해 "어게인 학교 선생님 덕분에 자신감과 꿈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어게인 학교에는 나처럼 외국에서 온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나는 비로소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선생님들은 나를 끝까지 기다려주셨고, 쉽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나는 한국어를 배우는데 점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는 긴 문장도 말하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게인 학교에서 나는 진정한 나의 목소리를 찾았습니다. 때로는 행복했고, 때로는 힘들었으며, 때로는 슬펐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더 강하고, 더 분명한 꿈을 가진 사람입니다."

     

캄보디아에서 온 '희'(16·고1)는 자신을 'MBTI'에서 'ISFP'라고 소개하면서 부끄러움 많은 성격이지만 용기를 내어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서 2025년 6월 14일에 쓴 자신의 일기를 문집에 공개했습니다.

     

"첫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도와주고 싶다.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할머니를 보면 짐을 들어주고 싶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서 위로해주고 싶다. 둘째 돈을 모아서 길거리에 있는 노숙자분들에게 과자, 음료수 등 간단한 음식을 나눠주고 싶다. 셋째 고양이를 '임보'(임시보호)하고 싶다. 고양이는 조용하고 활발하면서도 귀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반려동물학과를 가고 싶다."

     

베트남에서 온 ‘안’(가명)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란 제목의 글에서 "10년 뒤에는 나의 능력을 키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30년 뒤에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지혜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안’은 어게인 학교에서 가장 어린 막내, 안이가 중·고생 이주 청소년을 위한 어게인 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건 안의 부모님이 ”언니(18)와 함께 다니게 해 달라“는 간절한 부탁 때문이었습니다. 베트남에서 조부모 품에서 지내다 낯선 나라 한국에 온 어린 소녀 '안'은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원칙을 깨고 안이를 받아들였는데 어느덧 성숙한 소녀로 성장했습니다.

     

     

이주 청소년들이 한국 생활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입니다. 한국 교육 당국이 이주 청소년들을 받아들이고 있긴 하지만 이주 청소년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 문화 적응 훈련에 필요한 적정한 예산과 자원을 투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육이 진행되다 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교사대로 힘들고, 한국 학생들은 학생대로 힘든 가운데 이주 청소년들은 투명 인간으로 전락하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한국 학교에서 부적응하던 이주 청소년들이 어게인학교에서 한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꿈과 희망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배경은 첫째, ‘삼성꿈장학재단’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 사업제안서 제출을 통한 예산과 자원 확보 둘째, 최승주 어게인학교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 셋째, 차별과 왕따에 시달리던 이주 청소년을 상담으로 살려주신 서연경 소장님과 부모를 대신해 발로 뛰면서 진학지도를 하는 등의 열정을 쏟으시는 30년 교사 경력의 최윤선 선생님을 비롯한 강사들의 열정 그리고, 이주 청소년을 비롯해 위기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위해 묵묵히 지원해주시는 어게인 후원자님 덕분에 상처 입은 이주 청소년들이 희망 자원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어게인 한국어 교실은 주강사 3명과 보조강사 5명, 대학생 멘토 6명이 그룹 및 개별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발음 교정을 위해 월 1회 낭독 녹음과 수정을 반복하며 말하기에 자신감 갖도록 독려했고 문집 발간의 토대가 된 글쓰기 수업은 학생들의 표현력을 높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학생 각 개인에게 노트 지급을 통해 사물, 그림, 영상 등을 보고 스스로 글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사들이 1대 1 첨삭 지도를 통해 문장 구성의 정확성을 높이면서 논리적 사고를 갖도록 세심하게 지도했습니다. 글쓰기 수업에서 선정된 작품을 학생과 교사가 함께 다듬고 읽기 연습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어 실력 향상을 체감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학습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 교실 수강생 30명의 학생 전원은 다섯 차례에 걸쳐 봉사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봉사 활동은 자신들처럼 한국에 이주해 온 초등 1학년~5학년 사이의 이주 아동을 찾아가 한국어 동화책과 환경 동화책을 읽어준 뒤 재활용 페트병으로 화분을 만들었고, 추석을 앞둔 지난해 9월 27일에는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전래 동화 '햇님 달님'을 읽어드린 뒤 송편을 빚으면서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했습니다. 보람과 기쁨은 사랑을 받을 때보다 나눌 때 더욱 커진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진행한 봉사 활동을 통해 어게인의 이주 청소년들은 한뼘 더 성장했습니다.

     

     

삼성꿈장학재단 지원으로 만든

<우리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도움을 쪼금 받아서 만든 문집이긴 하지만

어게인 아이들은 이 문집을 통해 희망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주 청소년들에게 한국어는 한국에서 살아갈 생존 도구입니다.

한국어와 한글을 익히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 것입니다.

     

어게인 선생님들은 이주 청소년들을 다그치며 생존 도구를 강요하지 않으시고 친절하게, 천천히, 쉽게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주면서 선물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감이 생겼고,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소외와 차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어게인 이주 청소년들은 한국 생활이 점점 행복해지면서 코리안드림을 품는 소중한 자원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심각한 저출산과 초고령사회로 향하는 대한민국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간에 다문화 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희망의 텃밭을 가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진 다문화 사회인 미국과 유럽처럼 갈등이 폭발할 것입니다.

이주 청소년에게 소외와 차별이 아니라 꿈과 희망을 선물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적절한 예산과 인력 지원,

헌신과 희생, 열정과 사랑이

눈물과 절망을 기쁨과 희망으로 바꾸었습니다.

     

훗날, 우리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고!

생명을 살리는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냐고!

살아갈 날보다 살아왔던 날의 수고를 기쁘게 추억하는

그날을 그려보면서 헌신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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