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기적을 위하여
- 소년희망배달부
- 18시간 전
- 4분 분량
소년희망편지 10년, 구원의 세월이었습니다
#. 1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소년희망편지'를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으로 시 한 편 띄웁니다. '어부'라는 제목의 시를 모르는 사람들도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라는 구절에선 많이 들어본 대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詩는 세상 사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랬다가도 '어부'와 같은 좋은 시를 만나면 詩는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살아갈 힘을 주는 위로이고 용기라는 사실을 깨달게 됩니다.
지난 10년간을 되돌아보니 '소년희망편지'는 구원의 편지였습니다. 분유가 떨어져 발을 동동 구르는 어린 미혼모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하면 누군가 분유를 선물로 보내주셨고, 보육원 출신 미혼모와 단칸방에 사는 미혼모 아기의 딱한 사정을 전하면 수많은 누군가가 모여서 돌잔치를 해주셨고,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소년의 이야기를 전하면 소중한 후원금으로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셨습니다.
구원(救援)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기독교에서의 구원은 '인류를 죽음과 고통과 죄악에서 건져 내는 일'이지만 이 세상에서의 구원은 '어려움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여 준다'라는 뜻입니다. 끝내 지향해야 할 구원은 기독교의 구원이지만 이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것일 것입니다. 피눈물 흘리는 이웃을 보고도 '그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면서 손을 씻으며 돌아서는 그대여, 구원을 얻겠노라 하면서도 어찌하여 교회 마당만 밟는 것입니까.
#. 2
"소년의 눈물을 연재하면서 가장 바랐던 것은 눈물입니다. 눈물이 아니면 소년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환자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는 기계적으로 진단하거나 오진할 수 있습니다. 그렇듯이 눈물 없이 바라보면 소년들을 인간쓰레기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눈물 없이 바라보면 나쁜 놈, 양아치라고 낙인찍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이런 판단을 오류라고 낙인찍을 순 없겠지만 정확한 판단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소년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할까?' 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그런 질문도 없이 무조건 돌을 던지기 때문에 소년들의 행동이 수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는 군중에게 예수가 물었던 것처럼 '소년들에게 돌을 던질 만큼 여러분은 죄가 없습니까?'라고 묻고 싶었습니다."
2015년,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소년의 눈물>을 연재하면서 쓴 작가의 말입니다. 다음 스토리 펀딩으로 시작한 연재 초반에는 '일진을 미화한다'는 식의 비난 댓글이 수없이 많이 달렸습니다. 그래서, 연재를 중단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는 댓글이 잇따르면서 연재 4개월 동안 2899명이 6923만7,000원이란 적지 않은 기금이 모였습니다. 위로해주시고 공감해주신 수많은 여러분이 없었다면 위기청소년 사역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 3
가슴 아픈 이야기를 이젠 그만 해야 하나? 가슴 아픈 이야기를 10년 넘게 하다 보니 그만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다시 반복하는 취객의 술주정 혹은, 흘러간 옛노래를 틀고 또 틀다 보면 생기는 '짜증' 또는 '권태' 같은 게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묵묵'(默默)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조용히, 말이 없이, 잠잠히 일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에겐 그렇습니다.
글 쓰는 제가 이런 생각을 한다면 읽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반문하는 것은 '소년희망편지'에 대한 반응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을 것입니다. '소년의 눈물'을 연재할 때는 소년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면서 글을 썼는데 요즘의 '소년희망편지'는 일종의 의무감처럼 쓸 때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진실하지 못한 글, 얄팍한 글재주로 속이려고 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초심을 잃어버린 저의 잘못이고 책임입니다.
눈물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저 또한 모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가슴 아픈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저 또한 답답합니다. 세상이 점점 더 사막화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목말라 하지 않습니다.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거나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되는데 왜 샘을 파야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안구 건조증에 걸린 사람들은 인공 눈물로 안구의 불편을 해결합니다. 불편하지 않은 세상입니다.
그만 쓰라는 사람은 없지만 계속 쓰라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가슴 아픈 이야기를 쓰는 까닭은 가슴 아픔 때문입니다. '송파 세 모녀'와 '정인이' 사건과 같은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을 접할 때면 죽은 것처럼 굳어버린 가슴이 아픔으로 살아납니다. 벼랑 끝에 내몰렸던 그들이 도움을 청했다면 어떻게든 도와드렸을 텐데…, 라며 가슴을 치기도 합니다. 가슴 아픈 아이들 곁에서 가슴 아픈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가슴 아픔으로 살아 가고 싶어서입니다. 가슴 아픈 이웃을 보고도 가슴이 아프지 않다면 그것은 죽은 자의 가슴이고 참담한 일입니다.
세상이 밝아졌다고 해도 어둠 속의 아이들은 항시 존재합니다. 미관을 중시하는 이 도시가 가난하고, 슬프고, 외로운 아이들을 단속하고 추방했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소년의 눈물 곁에 있는 자로서 인간의 도리를 게을리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슴 아픈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야만 합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눈물의 은혜를 베푸시면서 슬프면 울라고, 우는 자와 함께 울라고 하셨습니다. 슬픔을 보고도 울지 못한다면 그것은 천벌일지도 모릅니다. 한 아이라도 슬피 우는 아이가 있다면 저는 소년의 눈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 4
위기청소년 돕는 길을 10년 넘도록 걸어왔습니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부족했습니다. 여러분을 생각하면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폭염의 계절에 건강 유의하시길! 안전하고 행복한 여름휴가 잘 다녀오시길! 두 손 모아 빕니다. 거듭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소년희망편지 배달부 조호진 올림 [7월 후원자 명단] 강미경 강미원 강봉진 강창훈 고행숙 고현주 곽선희 권길선 권명숙 권미선 권수경 권수아 권영림 권연식 권차랑 김기현 김난주 김덕순 김도영 김도윤 김명호 김명희 김미령 김민수 김범준 김선애 김성순 김소영(1973) 김소영(1972) 김신나 김연례 김은숙 김익태 김종택 김준수 김준희 김춘지 김치하 김한나 김현겸 김현주(서울) 김현주(대구) 김혜미(김미진) 김혜순 김효정 꿈마을엘림교회25(김혜연) 남기창 남서울교회(비) 남철표 두현호 류제환 류창형 맘맘(김미령) 문상순 문성주 문정라 박미자 박병엽 박숙정 박아론 박영주 박예진(의정부범골로) 박예진(의정부오목로) 박은경 박재미 박재섭 박종택 박찬수 박찬희 박철연 박형길 반태경 배용원 배현숙 법부법인한누리 변종필 (사)마이아이비 사회적협동조합행복나눔 생명교회주재훈 서기영 서은주 서인수 소갑순 소광섭 소은정 소정열 손다은 손석봉 송금숙 송봉은 신소정(서진상) 신양선 신예영 신정아 신창선 신춘례 신희지 심정섭 심현정 안성진 안은숙 안재진 안지현 안혜리 엄서영 엄효정 오선예 유동현 유미화 유정숙 윤승희 윤이나 윤태경 (주)윤현상재 은평청파교회 은평청파교회깊은속(손영주) 이기진 이대성 이도경 이명우 이미자 이서영 이선희 이성민 이성숙 이소라 이수경 이시영 이연주 이영미 이영숙 이영순 이영종(리빙웰치과) 이용규 이용창 이원태 이은경 이은미 이은주 이은희(서울) 이은희(울산) 이인영 이제승 이종선 이주은 이주희 이지은 이진아 이한승 이현정 이현종 이혜원(부천) 이혜원(안양) 임태숙 임태호 임희정 장경숙 장유영 전유라 정경수 정문권 정선화 정성회 정유용 정윤경 정준오 정현아 조성록 조솔 조승 조영기 조우진 조현명 조현숙 조호진 진영숙 진종옥 차수련(연) 차영조 차향매 청파교회 청파교회임형욱 최남식 최성초 최수길 최순희 최승주 최윤성 최의승 최인식(류미라) 최희정 표대중 한석훈 한성수 한여름 한영순 허윤 허의숙 현명숙 현지현 홍석경 홍영주 황재훈 황현성 황현숙 황홍구 |
고용노동부로부터 인가 받은 <스마일어게인사회적협동조합>은 위기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카페 <소년희망공장>, 중도 입국 이주 청소년을 위한 <어게인학교>(경기공유학교), 인천가정법원이 위탁한 보호소년 회복교육 등을 진행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등의 위기 청소년과 미혼모 아기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로 271 경원아인스타워 203-204호 T. 032-662-1318 | E. teenagain@again.or.kr 고유번호 144-82-62715 | 이사장 임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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