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아이는 누가 키울까?
- 소년희망배달부
- 6월 30일
- 4분 분량
[6월 감사편지] 우주의 미아로 떠도는 아이들

“빵 할아버지!”
빵과 케이크를 선물한 뒤
차를 타고 떠나려고 하는데
윤호(가명 6세)가 달려와서는
저를 향해 손가락 하트를 날렸습니다.
이게 뭐지? 윤호가 왜 이러지?
갑작스러운 하트에 약간 당황했고 행복했습니다.
윤호가 가끔 웃어주긴 했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애정 공세를 한 것이 처음이어서 슬프고 행복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현재 울산에서 살고 있는
친손주와는 가끔 만나 밀린 사랑을 나누곤 하지만
윤호와는 거의 매주 월요일에 만나서 사랑을 나눕니다.
사랑은? 자주 만나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아닐까요?
한동안은 언어발달 장애와 잔병치레로 어려움을 겪었던 윤호가
말도 잘하고 웃기도 잘하는, 뽀얀 피부의 훈남으로 변했습니다.
그런 윤호에게 손가락 하트를 받는 것은 감사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윤호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아(孤兒)입니다.
윤호를 버리고 떠난 미혼모 ‘은희’(가명 25세)는
소년원 출신의 어떤 사내를 만나 애를 또 낳았다고 하고
부양의 책임을 일체 외면하는 윤호 아빠 ‘영호’(가명 25세)는
윤호 앞으로 나오는 아동수당을 꼬박꼬박 챙겨간다고 합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는 믿지 않습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누굴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버림받은 고아들은 우주의 미아(迷兒)로 떠돕니다.
우주에도 정거장이 있는데 미아가 살아가는 차디찬 우주에는
정거장도 없고, 따뜻한 봄도 없고, 그리워할 이름도 없습니다.
이런 차디찬 우주에서 그 누가 사랑한다고 한들 그 말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 누가 손을 잡아준다고 해도 그 체온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버림받은 아이들은 사랑을 믿지 않습니다. 사랑을 믿지 않는 아이들이 이 세상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버림받음의 트라우마를 떨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 세상의 고아들은 불신과 두려움의 철조망을 둘러치면서 살아갑니다.
저도 불신과 두려움의 철조망에 갇혀 산 적이 있었습니다. 남도 찌르고 나도 찔리는 그 철조망에 찔려 피를 흘렸습니다. 어머니가 제 곁을 떠난 때가 지금의 윤호 나이 때인 여섯 살 무렵, 초등학교 입학식을 혼자 갔다가 식이 끝나기도 전에 울면서 돌아온 기억이 또렷한 것을 보면 어머니는 그 무렵에 제 곁을 떠났습니다. 지독한 가난과 노점상 아바이와의 오랜 불화를 견디지 못한 어머니는 돈 벌어서 돌아오겠다며 떠났지만 봄이 가고 또 봄이 와도 소식이 없었습니다.
저는 윤호의 슬픔을 모르지 않습니다. 저는 윤호의 그리움 또한 모르지 않습니다. 엄마가 그리운 날이면 오목교 뚝방에서 연을 날렸습니다. 그리움의 연을 날리던 하늘이 어두워지고 친구들은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사라졌습니다. 어둑해진 뚝방에 혼자 남겨진 저는 어둑해진 뚝방을 따라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하꼬방에 돌아와 울었습니다. 그리워서가 아니라 배고파 울었습니다. 그런 까닭인지 아기와 아이들이 서글피 울면 제 가슴이 미어질 것처럼 아픕니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뒤, 분리불안에 떨던 윤호는 종종 아팠고, 또래 아이들보다 말문이 늦게 터졌습니다. 우울증과 언어 발달장애라고 했습니다. 원미동 할머니 곁에서 윤호의 아픔에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랬지만 윤호는 저에게도 불신의 눈빛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윤호가 가슴 속에 숨겨 놓았던 비장의 선물 ‘손가락 하트’를 뿅뿅 날렸으니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겠습니까.

원미동 할머니(75세)의 증손자 윤호는 저를 ‘빵 할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저는 매주 월요일마다 푸드뱅크에서 지원받은 빵과 케이크를 가지고 윤호에게 갑니다. 그러면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윤호가 원미동 할머니보다 더 먼저 달려 나와 저를 반깁니다. 윤호가 저를 반기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빵과 케이크 때문이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것은 엄마나 다름없는 원미동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손가락 하트를 뿅뿅 날렸을 것입니다.
원미동 할머니와의 인연이 어느덧 7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 세월 동안 할머니는 미주알고주알 가정사를 털어놓았고, 이런저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처할 때마다 저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우주의 미아로 떠돌았던 저는, 버림받음의 철조망에 갇혀 살았던 저는, 인생 벼랑 끝에 매달렸었던 저는, 원미동 할머니의 도움 요청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습니다.
윤호가 태어나기 전인 2019년, 오토바이 배달부로 일하던 윤호 아빠 ‘영호’(가명 당시 19세)가 교통사고로 소년원에 들어가면서 혼자 남겨진 어린 미혼모 ‘은희’(가명 당시 19세)가 갓 태어난 윤호 누나 혜빈(가명)이를 반지하 월세방에서 혼자 키우고 있다는 딱한 소식을 듣고 분유와 기저귀 등을 챙겨서 달려갔습니다, 엄마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이고 비극인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혜빈이와 윤호가 부모에게 버림받지 않게 하고 싶어서 애를 썼습니다.
카드깡에 휴대폰 대출 그리고, 사채 심지어, 원미동 할머니 카드까지 훔쳐서 유흥비로 탕진한 손주와 손주며느리뿐 아니라 자식들의 빚까지 떠안은 원미동 할머니. 며느리가 손주 ‘영호’를 버리고 떠났을 때는 가슴이 무너졌으나 손주며느리인 은희가 증손주 윤호를 버리고 떠났을 때는 하늘이 무너진 것만 같았다고 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졌는데 어떻게 하늘 아래서 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윤호와 동반 자살을 시도했던 것입니다.
아무리 살아봐도 희망이 없는 막막한 이놈의 세상,
그래서, 우주의 미아로 떠돌게 될 윤호와 함께 죽으려고 했던
원미동 할머니에게 화가 나서 제가 퍼부은 말은 이 말이었습니다.
“윤호를 혼자 키우지 말고 같이 키웁시다!”
[6월 후원자 명단]
윤호를 같이 키우자고 했던 말
그 말이 원미동 할머니를 살게 했을까?
그 말이 손가락 하트 선물이 되었을까?
막상, 그 말을 하고서
마음이 참으로 무거웠습니다.
그 말에 대해 얼마나 책임질 수 있을까.
내 목숨의 주인은
나 자신이 아니라 하늘이라는 것,
벼랑 끝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산 것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것을.
그러므로, 원미동 할머니에게
윤호를 같이 키우자고 선동했던 그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내 안의 그분이 하신 말씀일 것입니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그 말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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