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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기가 행복한 소녀희망공장

[소년이 희망이다 4화] 2016-04-04


※ 기사에 등장하는 미혼모와 아기 이름은 가명입니다.


아프지만 희망입니다. ⓒ임종진


4월입니다. 봄 산천은 울긋불긋 꽃 대궐입니다. 꽃은 피어 환장할 지경인데 희망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희망은 공기와 같습니다. 잘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에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이미 질식했을 것입니다. 절망의 골짜기를 헤매다 마른 뼈가 됐을 것입니다.


희망은 무엇일까요. 비천에 처해본 적도, 궁핍에 처해본 적도 없는 희망이 과연 희망일까요. 부귀와 영화에 족하는 게 희망일까요. 그건 희망이 아니라 욕망입니다. 희망은 절망의 친구입니다. 절망과 어깨동무하고 눈물의 고개를 넘으며 피워낸 꽃이 희망입니다. 그렇게 아픈 희망을 소개합니다.

 

"제가 보는 앞에서 뛰어내린 엄마.. 괴로워서 엄마처럼 죽으려고 했어요."


엄마도 떠나고 혼자가 됐어요. ⓒ임종진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우울증을 앓았어요. 동맥을 끊으려고도 하셨고..힘든 나날이 계속됐어요. 그때가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창가에 서 있던 엄마가, 엄마가..제가 보는 앞에서 8층 아래로 뛰어내렸어요. 아빠도 없는데 엄마마저 떠났어요. 갈 데가 없어서 친구 집에서 지내다 거리를 떠돌았어요. 너무 배고파서 물건 훔치다 붙잡혔어요. 중학교 3학년 때였어요. 소년원에서 1년 3개월 살았어요. 그만 나갈 때가 됐는데, 그냥 내보면 또 사고 치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려면 보호자가 있어야 했어요. 친구 아빠가 보호자가 되어 인계해주시면서 양딸로 삼아주셨어요. 양부모님이 밥도 주고 용돈도 주시고 검정고시 학원에도 보내주셨어요. 참 고마운 분이셨어요. 그러다가 또다시 혼자가 됐어요. 겁이 났어요. 사고 쳐서 또 소년원 갈까 봐. 혼자서 어떻게 살지.. 버림받고 떠도는 인생이 괴로워서 죽으려고 또, 죽으려고 했어요, 울 엄마처럼.."

"산후우울증으로 엄마 입장이 되면서 나를 버리고 간 엄마를 이해할 것 같아요."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임종진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임신했어요. 무거운 몸으로 떠돌다 이곳에왔어요. 별이를 낳고 나서 엄마가 보고 싶어 졌어요. 엄마는 왜 나를 버리고 갔어야만 했는지, 혼자서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산후 우울증이 와서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아프니까 아기도 힘든지 같이 아팠어요. 엄마 입장을 생각했어요. 아빠 보내고 나서 얼마나 힘들었을까?엄마 입장이 되어 보니까 엄마를 원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를 이해할 것 같아요. 엄마를 언젠가 만나면 안아주고 싶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엄마가 좋아지니까 아기도 좋아졌어요."

"엄마처럼 살지 말고 별처럼 살라고 이름 지었어요. 아기가 엄마를 보고 웃어주면 너무 행복해요"


난생 처음 맛보는 행복이에요! ⓒ임종진


"아기 이름을 별이라고 지었어요. 엄마처럼 살지 말고 별처럼 살라고.. 별이는 아주 특별한 선물이에요.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엄마를 보고 웃어주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요. 뒤집고, 굴러 다니고, 옹알이하는 별이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햇볕 잘 드는 방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는 게 꿈만 같아요. 난생처음 맛보는 행복이에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어요."

치아 상태 심각한 미혼모


'별이 엄마 웃게 하기' 프로젝트


별이는 4개월 된 여자아기입니다. ⓒ임종진


봄볕 따사롭던 3월 초순, 미혼모자 생활시설 '애란원'에서 별이 엄마(24)를 만났습니다. 별이는 4개월 된 여자 아기입니다. 엄마의 자랑처럼 눈빛이 초롱초롱합니다. 앵두 같은 입술로 오물조물거리는 별이가 너무 예뻐서 볼을 부비며 안았습니다. 별이를 안고 따뜻했다가, 엄마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를 듣다가 목이 메이고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별이 엄마는 손으로 입을 자꾸 가렸습니다


굳은 표정을 잘 풀지 않았습니다. 삶의 고통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앞니가 없는 등 치아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부모 잃은 뒤 홀로 살면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별이 엄마를 이대로 두면 삶이 피폐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누가 앞니 없는 엄마를 채용하겠습니까. 그 누가 입을 앙다문 사람을 좋아하겠습니까. 그러면 별이 엄마뿐 아니라 별이의 눈빛도 빛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난생 처음 행복감을 느낀다는 별이 엄마에게 웃음을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소년희망공장' 건립을 추진 중인 최승주(59)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어게인) 대표와 함께 치과를 찾아간 이유입니다.


서울성모병원 전액 무료로 임플란트 약속


엄마와 아기가 행복해지는 소녀희망공장 추진


'별이 엄마 웃게 하기'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세요. ⓒ조호진


별이 엄마 치아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습니다. 앞니 6개와 어금니 4개가 없는데다 남은 이도 충치가 심해 발치해야 할 상황입니다. 치과 원장님께서는 "임플란트와 발치 등 대단한 공사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별이 엄마의 딱한 사정을 들은 맘씨 좋은 원장님이 비용의 50%를 부담하겠다며 임시 틀니를 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머지 비용이 적지 않은 부담이었습니다.


희소식이 왔습니다. 어게인 후원자인 수녀님께서 서울성모병원을 통해 전액 무료로 임플란트 등을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신 수녀님은 "하느님은 손발이 없다"고 하시면서 "이름 없는 손발 역할을 할 뿐, 자랑할 것이 없다"라고 말하셨습니다. 별이 엄마 치료는 다음 주 목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최승주 어게인 대표는 "별이 엄마가 맘껏 웃을 수 있도록 따뜻한 손발이 되어주신 수녀님과 서울성모병원에 감사드린다"면서 "엄마 없이 살아온 별이 엄마를 엄마의 마음으로 계속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어게인은 별이 엄마 후원금을 애란원에 전달 할 예정입니다.


최 대표는 또한 "아기와 엄마들이 행복해지는 소녀희망공장(카페)을 만들어 미혼모의 자립을 돕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소년희망프로젝트 '소년이 희망이다'는 어게인과 함께 소녀희망공장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아기에게 해줄 게 너무 없어서 입양 선택"


입양 보낸 엄마의 아픔을 아십니까? ⓒ임종진


혜은(23)씨는 혼자입니다. 어릴 때 이혼한 엄마는 새아빠와 살고 있습니다. 정도 없는 새아빠와 사는 괴로움보다 외로움을 선택했습니다. 혼자의 외로움을 달래려고 남자를 사귀었는데 임신했습니다. 아기를 낳고 다시 혼자가 됐습니다. 몸이 약한 탓도 있지만 아기를 떠나보낸 뒤에 자주 아팠습니다.


지난 2014년 9월 사내 아기를 낳았습니다. 1년 넘게 아기를 키우다 2015년 12월, 몸도 마음도 춥던 그 겨울에 아이를 입양 보냈습니다. 가난하게 자랐기 때문에 아기에게 만큼은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입양 보냈습니다. 새아빠와 사는 아픔을 겪게 하지 않으려고 입양 보냈습니다. 눈물 적시던 엄마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기에게 해줄 게 너무 없기 때문에 좋은 가정의 양부모 품에서 잘 살게 해주고 싶어서 아이를 보냈어요. 아기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아기가 나중에 커서라도 엄마가 버린게 아니었다고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요. 저도 힘을 내서 살려고 합니다."

혜은씨는 피부미용을 배우고 있습니다. 혼자이기 때문에 홀로 서야만 합니다. 실력을 갈고 닦아 피부미용실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아이를 만나면 최선을 다하며 산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기를 떠나보냈어도 엄마는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그 엄마의 다짐입니다.


"아가야, 엄마가 열심히 살게!"

입양 엄마의 편지..


"미안하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임종진


이 편지는 입양 보낸 어떤 엄마가 눈물로 쓴 편지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기에게 아가야! 오늘도 난 너를 어설프게나마 그려본다. 그래, 난 널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든지 너를 그려보고 싶다. 눈, 코, 입, 손, 발 너의 모든 것을.. 아가야! 한숨에 또 한숨, 그리고 또 한숨.. 널 위해 부르던 노래, 널 그리던 마음, 이제는 모두 덧없다. 무수히 다가오는 그러나, 너와 함께할 수 없는 시간들, 내겐, 그저 아픔일 뿐이다. 널 그려보는 멍한 의식 위로 눈물이 입을 막는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내 아가야! 그래서 가슴 속으로 작게나마 외쳐본다. 아가야~ 곁엔 없지만 영원히 내 가슴 속에 자랄 내 아기, 넌 그래서 내 가슴꽃이 되었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연꽃보다 깨끗하며 이슬보다 영롱하고 장미꽃보다 사랑스런 내 가슴꽃 아가야! 지금 하고픈 말은 무엇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보고싶다'이다. 널 내 손으로 내 품안에서 꼭 키우고 싶었는데.. 마지막으로 널 길러 주실 양부모님과 네가 행복하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씀

 

"입양 보낸 미혼모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시기를!"


강영실 애란원 대표원장님. ⓒ임종진


애란원은 양육 미혼모뿐 아니라 입양 보낸 미혼모를 위한 공동생활가정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영실(57) 대표원장은 미혼모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기는 태어날 권리와 낳아준 부모 밑에서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미혼모는 잉태된 아기를 낳을 권리와 키울 권리가 있습니다.'모성보호와 생명존중, 가족 보존의 가치'는 지켜져야 하며 입양과 낙태는 숙려 되어져야 합니다."

아기를 포기한 엄마는 나쁜 엄마일까요?


아니랍니다. 절대 아니랍니다. 아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가혹한 현실에 부딪쳐 쓰러진 엄마들은 소리 죽여 흐느낀답니다. 자식 잃은 어미의 흐느낌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돌 던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강 원장이 그 엄마들의 아픔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낙태하고 입양한 엄마에게도 모성이 있습니다. 모성이 없어서 그 선택을 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미혼모의 모성과 아기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사회가 조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혼모의 선택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입양 보내고 낙태했다고 엄마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아기를 떠나보낸 아픔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엄마의 고통을 우리 사회가 어루만져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소년이 희망이다]는 조호진 시인이 2016년 3월부터 6월까지 <국민일보>와 다음카카오에서 동시 연재한 스토리펀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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