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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 봉착, 소년희망공장

[소년이 희망이다 14화] 2016-06-20


"언제부터 소년희망공장에서 일할 수 있어요?"

소년희망공장에서 일할 예정인 소년원 출원생과 보호소년 등 6명이 자원봉사자 이금주(36‧스토어 매니지먼트)씨에게 고객 응대 및 서비스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교육에 참석한 경호(가명․19)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은 것은 소년희망공장이 자금난에 의해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함께 일하기로 한 30년 경력의 제빵사가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데도 붙잡지 못했습니다.


소년들은 가정이 해체되면서 떠돌이 생활하거나 조부모 품에서 자란 불우한 소년들입니다. 또한 함께 일하게 될 40대 전도사는 소년원 출신으로 신학교를 다니면서 제과제빵 및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소년희망공장에서 일할 것을 기대하고 서비스 교육 등을 받고 있는 소년들과 전도사에게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부도낸 사업자의 심정이 이럴까요?


교육받고 있는 소년희망공장 소년들 ⓒ 김진석


'소년의 눈물' 펀딩으로 추진한 소년희망공장


약속한 후원 무산과 자금난 겹치며 공사 중단


스토리펀딩 '소년의 눈물' ⓒ 조호진


저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스토리펀딩에서 '소년의 눈물'을 연재했습니다. 그리고 2899명이 69,237,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수수료와 리워드 비용을 제외한 52,731,923원 전액을 소년희망공장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스마일어게인사회적협동조합'(이하, 어게인협동조합)에 전달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소년희망공장을 돕겠다는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A기업 관계자가 찾아와 소년희망공장을 비롯해 위기청소년 프로젝트를 전폭 후원하겠다고 했고, B재단 관계자는 어떤 기부자가 1억 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으며, 한 외식업체 대표도 기부 의중을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기업 내부 사정과 기부자의 변심에 의해 모두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부천시 중동의 소년희망공장 ⓒ 김진석


지난 2월 25일 창립한 어게인협동조합은 6월 오픈을 목표로 어게인협동조합 설립 인가(노동부), 정민호 롯데호텔 Pastry Chef(연성대 외래교수) 협동조합 이사로 참여, 이석현 한국바텐더협회장의 기술지원, 소년희망공장 채용 소년 6명의 바리스타 1~2급 취득과 제빵 기술교육, 카페 전문 '로이스 디자인랩' 인테리어 디자인 등 소년희망공장 오픈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그래서 가출청소년 집결지이자 청소년 범죄율 전국 1위 도시인 부천에 소년희망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제빵 공장 겸 매장을 보증금 1500만 원에 월임대료 160만 원에 계약하고 권리금과 철거비, 카페 디자인, 인건비와 운영비 등에 7천 여 만원을 지출했습니다. 그리고 후원금 무산과 자금난이 겹치면서 인테리어 공사 등이 중단된 채 월세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승주(59) 어게인협동조합 이사장은 "인테리어 비용(5500만 원)과 제과제빵 및 커피장비(4000만 원) 그리고 정착을 위한 3개월 재료비 및 운영비(4000만 원) 등 모두 약 1억5천만 원이 필요하다"면서 "펀딩을 받기 위해 기업과 기관 등을 접촉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나는 왜 소년희망공장을 짓자고 했나


소년에겐 절망보다 희망이 필요합니다.

공사가 중단된 소년희망공장 ⓒ 김진석


지난 16일 소년희망공장을 찾았습니다. 예정대로 후원이 됐다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텐데 기존 시설물이 철거된 공간은 삭막했습니다. 깨진 유리창으로 들어온 바람이 켜켜이 쌓인 먼지를 분분히 날리는 소년희망공장에 서서 괴로운 시인처럼 이렇게 자문했습니다.


나는 왜 소년희망공장을 짓자고 했나?


위기청소년 중 상당수는 부모의 가난과 가정불화, 아빠의 술과 가정폭력, 부모 이혼 또는 가출과 사망, 한부모와 조부모의 양육 그리고, 방황과 가출 등을 거쳐 비행청소년이 됩니다. 그리고 아빠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소년들은 구조화된 세상에서 몸부림치다 끝내 빈곤과 불행을 대물림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가난과 불화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집을 떠났고 연년생 형은 어머니가 떠난 뒤에 소년원에 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소년의 아빠처럼 가난한 여자와 결혼하고 이혼한 뒤 아들을 혼자 키우다 천사 같은 아내와 재혼했습니다. 하늘이 긍휼히 여기지 않았다면, 좋은 이웃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 또한 소년들의 아빠처럼 좌절했을 것입니다.


소년의 눈물을 이야기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인생 눈물 밥을 먹은 자로서, 고통의 터널에서 울부짖던 자로서, 하늘과 이웃에게 신세진 자로서 마땅히 갚아야 할 도리였습니다. 소년에겐 낙인보다 위로가 필요하고, 비난과 격리보다 밥과 잠자리가 절실한데 세상은 소년들을 미워할 뿐입니다. 소년들을 희망으로 살려야 하는데 절망을 강요하며 죽이고 있기 때문에 소년희망공장을 짓자고 한 것입니다.


아내와 재혼하며 약속


"우리끼리 잘살지 맙시다!"


올해는 재혼 10주년입니다. ⓒ 조호진


최승주 이사장은 제 아내입니다. 하지만 이사장 선출에 개입한 적은 없습니다. 후원금을 전달한 뒤 저는 손을 뗐습니다. 다만 3천 명이 모아준 후원금을 지켜달라고 아내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아내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국장을 비롯해 이주민 지원단체 이사 등으로 20년 넘게 활동한 경력자입니다. 소년희망공장 추진위원들이 멍에의 자리인 이사장에 아내를 추대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우리끼리 잘살지 맙시다!"

아내와 저는 2006년 재혼하면서 신 앞에서 서원했습니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하늘의 가르침을 받들며 살자고 약속했습니다. 저는 일을 벌였고 아내는 늘 수습했습니다. 사법형 그룹홈을 만들 때는 전세보증금을 대출로 마련해주고, 연쇄방화로 구속됐다 풀려난 후 오갈 데 없어진 다문화 소년과 보육원 출신 소년원 출원생을 선뜻 받아준 이도 아내였습니다.


아내는 올해 정년퇴직했습니다. 이주민과 소년들을 돕는다며 가장의 책임을 회피한 저를 대신해 가정 경제를 책임진 아내는 쉬고 싶다고 했습니다. 3개월 만이라도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아내에게 '그동안 수고했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점심 값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전기세와 가스요금 절약 등의 근검한 생활로 3남매 학비를 마련했습니다. 자신에겐 인색했지만 아프리카 소년과 몽골 대학생 장학금 전달 등의 나눔엔 후했던 아내는 갚아야 할 부채와 소년희망공장을 눈앞에 두고도 퇴직금(2000만 원)의 10%를 캄보디아의 가난한 이웃을 돕는 단체에 기부했습니다. 우리보다 그곳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란 이유에서였습니다.


자금난으로 중단된 소년희망공장 공사


재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중단된 소년희망공장에 선 아내 ⓒ 김진석석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시편 121편 1절


한 달째 금식하며 새벽기도 중인 아내는 이 성경 구절이 가슴을 친다고 합니다. 사방 팔방 막힌 것 같답니다. 소년희망공장 설립자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애를 태우는 아내를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저로 인해 가시밭길을 걷고 있으니 포기하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공익적 가치는 뛰어나지만 시장에서의 생존 능력은 취약합니다. 사공이 많은 배처럼 분분한 의견 대립과 무책임함으로 난파한 경우 또한 적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소년희망공장을 설립하는 일뿐 아니라 설립 이후 시장에서의 생존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주변에선 소년희망공장이 생존하거나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소년희망공장은 설립될 수 있을까? 설립된다면 생존할 수 있을까? 생존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소년희망공장의 갈 길은 첩첩산중과도 같을 것입니다. 소년희망공장이 가동되면 새벽에 문을 열어 빵을 만들어야 하고 밤늦도록 그리고, 주말에도 장사하면서 매장 판매뿐 아니라 판로를 개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고뭉치 소년들을 인내하며 자립시키는 일 또한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간구하는 아내 ⓒ 김진석


소년희망공장의 성패는 소명과 헌신에 달렸습니다


욕망과의 경쟁에서 이게 없다면 패할 것이고 그럼 저는 부도낸 사업자처럼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입니다. 제 배로 낳지 않은 두 아들을 사랑과 희생으로 키운 아내라면 소중한 후원금을 지킬 뿐 아니라 소년들에게 희망을 나눠주리라 믿고 기대합니다. 하늘이여, 순명(順命)으로 살아온 여인의 간구를 들으시고 응답해주십시오.


"하나님, 소년희망공장을 세워보지도 못하고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잖습니까. 3천 명의 귀한 후원금을 날릴 순 없잖습니까. 소년희망공장이 진짜 희망이 되어야 하잖습니까. 중단된 공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소년의 눈물' 후원자님과 '소년이 희망이다' 후원자님


소년희망카페 '별 그리고 달' ⓒ 김진석


선한 일을 도모해도 난관에 봉착하면 낙심하며 다툴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소년의 눈물'을 통해 종잣돈을 모아준 제가 아내에게 위세를 부렸습니다.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아내에게 "이사장으로서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추궁한 것입니다. 그럴 자격이 없는 줄을 알면서도 어리석은 말로 아내에게 눈물 흘리게 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소년 희망공장 6월 오픈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로 인해 소년희망쿠키세트 또한 예정대로 보내드리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소년희망공장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약속한 리워드를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소년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꼭, 도와주십시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사람은 기쁨으로 거둔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사람은 기쁨으로 단을 가지고 돌아온다." 시편 126:5~6



※ [소년이 희망이다]는 조호진 시인이 2016년 3월부터 6월까지 <국민일보>와 다음카카오에서 동시 연재한 스토리펀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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