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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승주 최

갇힌 소년들 친구된 시인, 詩로 ‘희망공장’ 세운다

※ 이 기사는 2015년 12월 16일자 <국민일보>에 실린 기사입니다.



시인은 3년 전 어느 봄날 서울 성동구치소 접견실에서 한 소년을 면회했다. 감색 수의를 입은 소년은 ‘러시아 엄마’와 ‘한국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나이는 열일곱 살. 엄마는 소년이 두 살일 때 어딘가로 사라져버렸고 아빠는 이듬해 모스크바에서 괴한에게 살해당했다. 할아버지 품에서 자란 소년은 유년시절 내내 왕따에 시달렸다. 친구들은 소년을 ‘소련놈’이라고 놀렸다. 가출도 했고 노숙 생활을 하다가 술을 배웠다. 세상을 향한 반항심이 컸던 탓일까. 우울증에 시달리던 소년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불을 지르다 구속됐다. 시인은 이주민 선교단체에서 언론·홍보 분야를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 구치소를 찾은 건 소년을 상담하기 위해서였다. 시인 이름은 조호진(55)씨. 조씨는 소년을 만난 뒤 소년범을 보듬고 돌보는 일이 자신의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른바 ‘학교 밖 청소년’을 만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소년범의 ‘현실’을 알리는 글을 온라인에 연재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16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 카페에서 조씨를 만났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최근 출간한 새 시집부터 꺼냈다. 시 77편이 실린 책의 제목은 ‘소년원의 봄’. 이주민 선교단체 활동가로, 소년범의 친구로, 크리스천 시인으로 살아오며 그가 품은 생각과 감흥이 촘촘히 담긴 시집이었다. 조씨는 “원래는 내년 봄 출간할 예정이었는데 계획보다 앞당겨 세상에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출간일이 앞당겨진 건 그가 포털 사이트 다음에 게재한 ‘소년의 눈물’ 때문이었다. ‘소년의 눈물’은 지난 7∼11월 크라우드펀딩(대중 모금) 서비스인 다음의 ‘스토리 펀딩’에 총 18회 연재됐다. 조씨는 그가 만난 소년범들 사연을 담았다. ‘비행 청소년의 대부’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판사, ‘야구스타’ 박정태 등 학교 밖 청소년을 섬기는 명망가들 이야기도 전했다. 조씨는 “스토리 펀딩에 뭔가를 연재하려면 기부자에게 ‘리워드(Reward·보상)’도 제시해야 한다”며 “시집 ‘소년원의 봄’은 2만원 넘게 후원한 이들에게 드리기로 약속한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토리 펀딩에 ‘소년의 눈물’을 연재하며 느낀 건 진실과 감동이 담긴 이야기라면 누구에게서든 기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연재물은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네티즌 2899명이 후원에 참여했고, 목표액(1000만원)을 크게 웃도는 6923만7000원을 모았다. 모금액은 ‘소년희망공장’ 종자돈으로 쓰일 예정이다. 소년희망공장은 위기 청소년이 제빵 기술을 배우는 일터이자 쉼터다. 위기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단체인 ‘스마일어게인 사회적협동조합’이 내년 3월 경기도 부천에 설립한다. 조씨가 청소년 사역에 나서고 있는 건 조씨 역시 평탄치 않은 성장기를 보내서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 양천구 오목교 일대에 있던 판자촌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그가 아주 어릴 때 헤어졌다. 고등학교는 어머니가 살던 전남 여수로 내려가 여수공고를 다녔다. 학교를 졸업한 뒤엔 서울로 상경해 구로공단 등지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운동에 가담했다. 1989년 문예지 ‘노동해방문학’에 ‘손에 대하여’ 등 시 4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교회에 나간 건 이혼의 아픔을 겪은 뒤인 1996년 여름부터다. 현재 그는 서울 용산구 청파감리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조씨에게 예수님은 어떤 분일까. 그에게 예수님은 전지전능한 권력자가 아니다. 낮은 곳에서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을 몸소 실천하는 분이다. ‘소년원의 봄’에 실린 ‘움막 1’이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조씨는 예수님을 ‘눈물의 사내’라고 적었다. ‘아주 낮고/ 누추한 움막엔/ 눈물의 사내가 산다./ 외로움 많은 이 사내는 2천년 동안 눈물만 흘렸다./ 그러고도 눈물을 포기하지 않은/ 맨발의 사내는 세상천지 다니며/ 눈물을 동냥하지만 늘 빈손이다/ 그런데도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나의 눈물은 평화/ 나의 눈물은 생명….’ 조씨는 “내 마음속 예수님은 언제나 울고 있다”고 했다. “예수님은 지금도 소외된 곳에 있는 아이들을 안아주며 울고 계실 겁니다. 많은 분들이 이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360808&code=23111111&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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