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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희망배달부

4번째 이사하는 이유

[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

▲JTBC 프로그램 <나도 CEO>의 도움으로 폐업 위기에서 탈출한 소년희망공장 1호점.


처음엔 사무실이 없었습니다.

사무실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소년재판을 받은 아이들,

거리를 떠돌며 방황하는 아이들,

서울가정법원이 위탁한 아이들을

데리고 사는 그룹홈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다가, ‘소년희망공장’을 만들었습니다.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출발한 '소년희망공장'은 소년원 출원생을 비롯한 학교 밖 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1년 동안 3000여 명의 위기 청소년에게 밥을 주었습니다. 망할 뻔했으나 망하지 않았고 잘하진 못했으나 열심히 했고 할 일이 많아지면서 행정적으로 처리할 일도 점점 많아지면서 2평 정도의 소호 사무실을 얻었습니다.

그러다가, 부천역 뒷골목에 ‘소년희망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스토리펀딩 후원자 500여 과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 소년희망센터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 임진성 변호사와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동암(東巖) 차리석의 장남 차영조 선생님, 민족문제연구소 경기도 부천지부 박종선 지부장, 인천부천검정고시동문회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소년희망센터'는 학교 밖 청소년을 비롯한 소외된 청소년을 위한 대안 교육·스포츠 공간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펜데믹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세상은 얼어붙었고 아이들은 모일 수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소년희망센터는 1년 동안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절망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어게인은 좌절하기보다 미혼모 자립을 돕기 위해 샌드위치&샐러드 전문점인 ‘소년희망공장’ 3호점을 만들면서 업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무실을 부천시청 인근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소년희망센터 한켠을 막아서 만든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20평대의 넓은 사무실로 옮기면서 근무 환경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그러다가 4번째로 사무실을 옮기게 됐습니다.


▲소외된 청소년을 위한 대안 교육·스포츠 공간 역할을 했던 '소년희망센터'는 코로나19 펜데믹에 의해 문을 닫아야했습니다.

오늘(15일) 이사하는 소년희망센터 겸 어게인 사무실 규모는 72평입니다. 사무실 규모가 3배가량 넓어진 만큼 월세도 3배가량 많습니다. 사무실 규모를 키운 것은 성공했거나 번창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부천은 경기도에서 안산, 시흥, 수원에 이어 네 번째로 다문화 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2019년 기준으로 다문화 학생의 전국적 증가율이 4배였던 반면 부천은 8배의 높은 증가율을 보일 정도로 다문화 학생 인구가 크게 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런데,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에게 필요한 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부천지역 다문화 청소년 단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년여를 고민했지만 쉽게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천에서 8년째 위기 청소년들을 돕고 있는 '어게인'이 지역의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다문화가정 및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부천시 도당동과 부천역 인근인 춘의동에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방과후학교 만들기 위해 넓은 공간을 얻어 이사하게 된 것입니다.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이란 부모가 재혼과 취업 등의 이유로 한국에 오게 된 국제결혼 재혼가정과 이주노동자 자녀 중에 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 학령기 자녀를 말합니다. 이 청소년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달리 한국어 소통의 어려움과 문화 차이로 인한 정체성 혼란 등으로 한국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들이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피부와 언어가 다르다고 왕따와 차별을 일삼습니다. 그렇게 해선 안 됩니다. 대한민국도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최빈국이었고 식량 원조로 굶주림을 달랬던 나라였습니다. 그러므로 빚진 나라인 대한민국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웃들을 따뜻하게 대접해야 합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출산율을 보이는 초저출산 국가로 인구 절벽에 처한 나라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소중한 한국 상황에서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들은 왕따와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의 소중한 자원이자 희망입니다.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소년희망센터’(방과후학교)는 다문화가정 및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부천시 도당동과 가깝습니다. 도당동은 공장이 밀집된 지역으로 다문화 청소년들이 많이 살고 있음에도 이들을 위한 시설이 별로 없어 유흥가 밀집 지역인 부천역 일대로 진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부천역 유흥가는 가출 청소년과 비행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청소년에게 팔지 말아야 할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숙박까지 가능한 업소가 적지 않아서 다문화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습니다.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들은 한국에서 정착할 목적으로 입국했습니다. 그런데, 언어장벽과 문화 차이로 인해 학교와 한국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청소년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다면 은둔 또는 비행 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불행은 다문화 청소년에게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되어 경제·사회적 부담이 되돌아 올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자신들을 외면한 한국사회에 책임을 묻게 될 것입니다.


▲'소년희망센터'는 중도입국 다문화청소년의 무료급식소이자 쉼터, 안식처이고자 합니다.


어게인은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학교 설립에 이어 다문화 청소년 합창단 '송퍼빅토리' 창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합창단 활동을 통해 한국어 향상과 심리적 안정, 지역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한국사회 적응을 도울 계획입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년희망센터가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허기와 외로움을 달래줄 급식소이자 쉼터와 안식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로 인한 정체성 혼란 그리고, 가난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삶의 난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희망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일을 소명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어게인의 목표는 성공이 아닙니다.

어게인의 방향은 커지는 게 아닙니다.

성공하고 커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낯선 땅에서 흘리는 다문화 청소년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타국에서 흘린 눈물을 머금고 희망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문화 아이들도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어게인의 길을 가겠습니다.

10여 년 전, 사무실도 없이 출발해서

이곳저곳 작고 불편한 사무실을 전전하다가

공간도 넓고 월세도 많은 번듯한 사무실로 옮겼지만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시작한 첫 마음만은 옮기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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