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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희망배달부

2월에 부친 크리스마스 편지




2021년 사업을 마무리 짓고

2022년 새해 사업을 계획하는

2022년 정기총회를 잘 마쳤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몹시 힘들었던 지난해에도 ▲2,348명의 위기 청소년에게 식사 무료 제공 ▲인천가정법원이 위탁한 비행 청소년 65명에게 ‘회복적생활교육’(미술심리, 자살·자해예방, 성교육, 갈등관리, 매개치료, 중독치료) 및 개별 상담 ▲15명의 학교 밖 청소년에게 맞춤형 집단 코칭상담 실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청소년 17명에게 12~20시간 전문 상담, 3가정에 대한 부모 상담 8시간 실시 ▲미혼모 아이 10명에게 20세에 수령하는 적금형 보험료 지원 ▲미혼모·부, 조부모 등 3명에게 생활비(30만원) 지원, 물품 지원, 법률지원 ▲미혼모·부, 위기 청소년 6가정 돌사진 및 가족사진 촬영 ▲대학에 진학한 청소년에겐 장학금 지원, 가정 밖 위기 청소년에겐 주거비·생활비·의료비·교통비 지원, 알코올 중독에 걸린 위기 청소년 엄마에겐 의료비와 생활비 등을 지원했습니다.


어게인은 2022년에도 긴급한 청소년에겐 주거비, 의료비, 교통비 등을 지원할 것입니다. 비행에 노출된 보호소년에 대해서는 심리 정서 및 진로지도 그리고, 부모와의 갈등 해소를 위한 상담치료 등을 실시할 것입니다. 가난한 미혼모에겐 분유와 기저귀, 생활비, 어린이보험, 돌잔치와 돌사진 촬영 등을 지원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인천가정법원이 위탁한 비행 청소년을 위한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시하고,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또한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케이팝 드림스쿨 등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어게인이 돕는 위기 청소년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아이들입니다.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극단의 선택을 할 아이들, 세상 밑바닥으로 버려질 수 있는 아이들입니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엄마를 때리고, 돈을 뜯어내는 상습적인 존속폭행 청소년, 훔친 카드로 수백만 원 상당의 물건을 구입해 소년재판을 받은 소녀, 학교폭력에 가담한 아이들, 부모이혼과 재혼으로 가정이 해체된 아이들, 부모와의 갈등이 심각한 아이들, 우울증을 앓는 아이들, 가출을 일삼는 아이들, 그리고 자살과 자해를 시도하는 아이들….


사건 자체를 보면 나쁜 놈, 쓰레기 같은 놈, 양아치××들이 맞습니다. 세상이 이 아이들을 미워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 뒤에 감춰진 슬픈 진실을 알면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선택하지 않은 가난과 가정해체, 알코올과 폭력, 나쁜 습관과 질병 등에 학습되면서 무기력해지는 아이들, 우울증과 품행 장애를 앓게 된 아이들은 자기 생존 과정에서 비행과 일탈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책임을 이 아이들에게만 전가해야 할까요. 너무 어린 나이에 절망의 늪에 빠진 이 아이들을 외면해야 할까요. 이 아이들에게도 희망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소년이 절망인 나라는 희망의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소년은 희망이어야 합니다.



지난해에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산타가 되어 아이들을 기쁘게 해준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23일 오전 10시 미혼모 엄마가 버리고 간 증손주 윤호(가명)를 키우는 부천 원미동 할머니부터 찾아갔습니다. 윤호에게는 각종 선물을 잔뜩 주었고 할머니에겐 상품권과 연료비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렸습니다. 가스값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걱정하시는 할머니가 춘삼월까지는 가스값 걱정하지 않고 따뜻한 방에서 지내실 수 있도록 연료비를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충남 천안으로 출발했습니다. 천안에는 보육원 출신 미혼모로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숙희(가명·27세)가 살고 있습니다. 세 명의 산타가 찾아간 곳은 숙희가 보육교사로 일하는 어린이집, 산타 할아버지가 나타나자 어린이들은 환호했고 지나가던 할머니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를 직접 봤다는 증거용이라고 했습니다. 숙희의 큰딸 솜이(초등 2학년)가 발목 깁스를 하고 나타났습니다. 놀다가 다쳤다고 했습니다. 선물을 주었더니 숙희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감사 인사를 하라고 시켰습니다. 그러자, 의심의 눈초리로 저를 요리조리 살펴보던 솜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이, 서울 할아버지네….”



저는 '앗, 들켰네' 하면서 꽁무니를 뺐습니다. 충남 천안을 출발, 보육원 출신 미혼부인 현우(가명·25세)가 어린 딸 미연(가명·3세)이와 둘이서 사는 울산으로 향했습니다. 수중 용접사가 꿈인 현우는 울산의 한 조선소에 취직해 견습공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녁 7시경 울산 도착한 산타들은 현우네 집에서 기다렸습니다. 현우는 미연이를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갔습니다. 고아원 출신 아빠와 어린 딸이 사는 작은 방에는 빨래가 가지런히 널렸습니다. 방안 한 켠에는 외로움을 달래느라 비운 소줏병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미연이에게는 선물상자를 주고 아빠에게는 10만원 상품권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 이튿날, 상품권으로 미연이 옷을 사서 사진을 찍어보냈는데 3~4년은 입어도 될만큼 넉넉한 옷을 사 입혔습니다. 그날 저녁, 산타 3총사는 현우와 미연이를 데리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전야의 밤은 깊어갔고 겨울 해풍은 사납게 불었습니다. 고아 청년인 현우에게 이 세상은 천지가 타관객지, 현우의 삶이 흔들렸다면 상경 길이 무거웠을 것입니다. 현우가 흔들리면 어린 딸은 아빠처럼 피눈물 흘려야합니다. 그런데 현실을 직시한 현우와 딸은 씩씩하고 용감했습니다. 낯선 곳 어딘들 어떠랴, 씩씩하게 살아서 남보란듯이 행복하고 살겠다는 의지가 확연했습니다. 한국 최고의 수중 용접사가 되어 바다를 누빌 현우를 상상합니다. 현우야, 잘 살아라.


그날 밤, 늦게 출발했습니다. 부천에 도착하니 24일 새벽 1시가 넘었습니다. 왕복 800km 넘는 거리를 10시간가량 운전했습니다. 그리고, 24일 낮에는 아기 곁을 떠났던 미혼모 은주(가명)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했고, 25일 성탄절에는 공장에 다니면서 다솔(가명·3세)이를 혼자 키우는 미숙이를 찾아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습니다. 미숙이에게는 아기를 잘 키운 것이 너무 고맙고 대견해서 10만원짜리 상품권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습니다. 다솔이를 품에 안았더니 포근하게 안깁니다. 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렇게 산타의 임무를 완수하고는 쓰러져 누웠습니다. 후유증이 한 달가량 이어지면서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기쁘다 구주가 오지 않는

가난한 동네 슬픈 이웃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선물하기 위해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부탁하신 대로

가야만 합니다. 힘들더라도 가야만 합니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고, 누구도 선물을 주지 않는

원미동 할머니와 보육원 미혼모와 미혼부를 찾아가

선물을 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성탄절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슬펐던 이웃들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좋아했습니다.


사랑은 달콤한 말이 아니라

사랑은 몇 푼의 적선이 아니라

조금은 힘들더라도 찾아가야 하는 것

사랑을 배달하고 행복을 나누다가 끝내

힘들고 지쳐서 쓰러져 몸살 앓아야 하는 것


이렇게 힘들고 괴로웠으니 2022년에는

산타 노릇을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으나

올해에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찾아오셔서

나의 동역자들아 가라, 제발 가다오,

엄마 없는 아이들, 아빠 없는 아이들,

가난한 이웃과 슬픈 어미와 아비들을 찾아가

나의 사랑을 전해다오, 맨발의 나는 발이 얼어서,

맨몸의 나는 추위에 지쳐 그 먼 길을 가지 못하니

나의 십자가를 메고 가서 사랑을 부디 전해달라고

하실 게 분명할 텐데, 그러면 어떡하지, 어떻게 할까.



※어게인 산타가 되어 동행해주신 성경제 장로님과 황재훈 후원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크리스마스 선물로 동참해주신 후원자님께도 깊은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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