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희망에 대하여


초등학교 때였습니다.

태권도 도복을 입은 친구들이 부러워 노점상 아버지에게 도장을 보내달라고 졸랐습니다. 삼 형제를 혼자 키우던 아버지는 철없는 둘째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도장에 보내주었습니다.


신이 난 저는 도복을 입고 도장뿐 아니라 판자촌을 누볐습니다. 처진 어깨가 우쭐해지면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처럼 의기양양했습니다. 하지만 어깨를 오래 펴지는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노점 단속에 걸려 한 동안 장사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더 이상 도장을 보내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천 번, 만 번 이해되지만 어린 그땐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이 소년들을 외면했다면



그리고 4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소년 희망 배달부'로 활동하던 중에 가난하고 불우한 소년들을 만났습니다.


부모가 이혼한 소년,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자란 소년, 어릴 적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소년, 술 취한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는 소년,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가난한 엄마에게 생활비로 드리는 소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했던 소년을 만났습니다.


이 소년들은 일진이 되기도 했고, 가출해 거리를 떠돌다가 비행을 저지르기도 했고, 소년재판에 넘겨져 보호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소년들을 외면했다면 범죄의 늪에 빠졌을 것입니다.


미혼모에게 분유를, 거리 소년들에게 밥을 주기 위해 시작했는데 밥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이란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어 5년째 활동하면서 미혼모에게 분유와 기저귀 등을 지원했습니다.


이와 함께 스토리펀딩 <소년의 눈물> 등의 연재를 통해 모은 후원금으로 경기도 부천에 <소년희망공장>(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위기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동시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거리를 떠도는 배고픈 소년들에게 밥을 주기 위해 시작했는데 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절망으로 떠도는 위기청소년들에겐 희망이 더 필요합니다.


망치형사의 <사랑의 유도교실>


그래서 위기청소년을 위한 <사랑의 유도교실>을 운영하는 망치형사 박용호 사부님(전 인천남동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을 통해 4년 전부터 유도 소년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소년들은 유도를 통해 예의를 배우고 규칙을 익히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소년들은 귀가 일그러지고, 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끊어지는 등의 부상을 입었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훈련이 끝나면 허기진 배를 달래야했지만 누구에게 손 벌리거나 물건을 훔친 적은 없습니다.



소년들이 유도대회에서 한판승을 거두었습니다. 전용 훈련장도 없고, 부모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소년들은 식당과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틈틈이 훈련했습니다.


소년들은 모든 불리함을 헝그리 정신으로 극복하면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상대 선수를 전광석화처럼 한판승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날만큼 기뻤습니다. 상대를 밟거나 쓰러뜨리는 뒷골목 싸움이 아니라 정정당당한 시합에서 승리를 거둔 소년들이 장했습니다.


이 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품었습니다.


한판승을 거두면서 뭔가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소년들에겐 맘껏 운동할 유도장이 없어졌습니다. 그동안은 인천지방경찰청 상무관을 빌려 훈련했는데 이곳은 경찰들의 전용 훈련 공간이기 때문에 비워드려야 할 때가 됐습니다.


위기청소년을 희망청소년으로 성장시키는 일이 실적이 되지 않는다고 중단 결정


망치형사가 지난해 정년퇴직하면서 인천 남동경찰서 차원에서 운영되던 <사랑의 유도교실>이 중단된 것입니다. 실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즉, 숫자 늘리기인 전시행정이 아닌 한 소년을 살리기 위해 4~5년을 울고 웃으며 뒹굴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유도 소년들이 사고치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면서 위험한 일이라며 중단시킨 것입니다. 경찰 어른에게 상처 받은 소년들이 옛날로 돌아갈까봐 걱정입니다.



위기청소년을 희망청소년으로 변화‧성장시키는 일이 실적이 되지 않는다고, 책임질 일을 만들지 말라는 이유로 4년간 운영되던 <사랑의 유도교실>이 중단되자 경찰 내부에서 "잘못된 결정"이라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간부 경찰의 결정을 드러내놓고 반발 하진 못합니다. 경찰 조직에선 '계급이 깡패'라는 자조적인 말이 있습니다. 즉, 계급이 높은 사람이 부당한 명령을 내리는데도 어쩔 수 없이 복종해야 할 때 사용하는 속어입니다. 항의하거나 반발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거나 조직에서 왕따 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당한 결정에도 경찰 내부는 잠잠합니다.


위기청소년을 희망청소년으로 변화, 성장시키기 위해 헌신한 하위직 경찰들, 그들이 쌓아올린 공든 탑이 간부 경찰에 의해 허물어졌습니다.


그로 인해 꿈과 희망을 품었던 소년들은 낙심하고 있습니다. 훈련장을 잃어버린 소년들은 당분간 어디로 가야하나요? 한판승, 한판승, 한판승으로 금메달을 땄던 한 소년이 말했습니다.

"경찰이 이럴 줄 몰랐어요. 가슴이 아파요."


학교 밖 청소년들은 루저로 살아야합니까?



“이 사회는 우리 같은 애들을 받아주지 않아요.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서 알바 밖에 못해요. 치사하게 애들 돈을 떼어먹는 어른들과 이 세상을 때려 업고 싶지만 힘이 없어서 참아요.”


학교 밖 청소년 민훈(가명‧18세)이의 분노에 찬 말입니다. 학교는 쫓아내고, 세상은 받아주지 않고, 아르바이트 비용은 떼어먹고…. 공부 못한다고, 사고뭉치라고 학교 밖으로 쫓겨난 소년들은 패자 부활전도 없는 이 세상에서 ‘루저’로, 알바 인생으로 밑바닥을 전전하며 살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니,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희망이 될 때까지 응원하면 희망이 됩니다.


소년희망센터 만들겠습니다! 후원회원으로 동참해주세요!


<소년희망공장>을 만들었던 용기로 <소년희망센터> 건립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소년희망센터>는 유도 소년들에겐 맘껏 운동할 수 있는 <유도장>, 학교 밖 청소년들에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어게인스쿨>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변호사, 교사, 교수, 의사, 목사, 경찰 등과 함께 추진위원회를 만들면서 건립기금 1억 원을 모으기로 결의했습니다.


"소년들아, 너희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응원할 테니 꿈과 희망을 향해 힘껏 달려가!"


라고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꽃들도 저 혼자서는 꽃을 피울 수 없는데 하물며 가난한 위기청소년들이 저 혼자의 노력으로 희망이 되기란 어렵습니다. 땅과 바람과 하늘의 도움을 받아 활짝 핀 봄꽃들이 "겨울을 이기고 꽃필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워요!"라고 인사하듯이 따뜻한 어른들이 도와준다면 소년들은 "희망을 갖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할 겁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아니야, 우리가 고마워, 희망이 되어주어서 고마워!"라며 두 팔 벌려 안아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소년들을 보면 꼬~옥 안아주고 싶어질 것입니다. 위기청소년에서 희망청소년으로 성장한 소년들을 안아준다면 여러분의 가슴에도 희망이 필 것입니다.


<소년 희망 배달부 조호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