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희망편지] 착한 임대인이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 2018년 폐업 위기에 처했던 "소년희망공장"이 JTBC <나도 CEO> 10호점에 선정되면서 기사회생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박수홍 등이 소년희망공장을 응원해주었습니다.
소년희망공장 살려 놨더니 수혜자는 임대인
지난 2016년 출발한 ‘소년희망공장 1호점’은 1년도 못 돼 폐업 위기에 처했습니다. 임대한 20평대의 가게는 자영업자의 무덤 같은 자리였습니다. 들어오는 임차인마다 망해서 나갔는데 장사 초짜인 ‘소년희망공장’이 무슨 재주로 살아남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JTBC 방송국에서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는 생계 예능 체인지업 <나도 CEO>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소년희망공장이 <나도 CEO> 10호점으로 선정되면서 기사회생했습니다.
폐업 위기에 처한 소년희망공장 1호점을 어렵게 살려 놨더니 가장 큰 수혜자는 아이들이 아니라 임대인이었습니다. 소년희망공장을 살리는데 어떠한 기여도 하지 않은 임대인은 장사가 잘 되자 임대료를 20% 넘게 인상했습니다. 억울하고 속상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임대인은 과도한 임대료 수익으로 배를 불리겠지만 그 수익은 가난과 부모 이혼 등의 아픔으로 가정이 해체되면서 거리를 떠돌다가 어렵게 희망을 얻은 소년희망공장 아이들의 눈물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 미혼모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든 "소년희망공장 3호점"은 높은 임대료와 코로나19 펜데믹의 공습으로 운영 2년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미혼모 자립을 돕기 위해 시작한 ‘소년희망공장 3호점’(샌드위치&샐러드 전문점)은 2022년 4월 문을 닫았습니다. 폐업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에 장사를 시작해서 영업 내내 코로나19 펜데믹에 시달린 것이었고 두 번째는 높은 임대료였습니다. 일자리 제공을 통해 미혼모 자립을 도우려고 했지만 채용한 미혼모들이 힘들다고 다들 그만두면서 미혼모 자립의 꿈은 수포로 돌아가고 남은 것은 비싼 임대료를 물기 위한 고투(苦鬪)였습니다.
임대 계약 종료와 함께 폐업했기에 망정이지 투자금 회수에 매달려 계속 영업했다면 더 큰 피해를 봤을 것입니다. 1억 원 넘게 투자했음에도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서 큰돈을 들인 시설에 대한 권리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멀쩡한 시설을 돈까지 들여 철거하다 보니 억울한 마음에 분통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과도할 정도로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임대인과 갈등을 빚으면서 건물주의 갑질과 을의 억울함을 실감했습니다.
임대인에게 걸려온 전화
▲ 사진 속 건물 6층 전체로 임대 사업을 하고 있는 착한 임대인은 공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걱정입니다.
지난해 7월,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 위탁학교를 계획하면서 적합한 공간으로 이사하기로 하고 사용 중인 사무실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해를 넘겼는데도 새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아 무진장 애를 태웠습니다. 그 이유는 계약이 종료되려면 1년가량 남은 상황에서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채 사무실을 비우면 계약한 임대 종료 시점까지 임대료와 관리비를 물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액수가 자그만지 1천만 원가량으로 후원자들이 보내준 소중한 돈을 날릴 생각을 하니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운영을 책임진 아내는 소중한 후원금 1천만원을 물어낼 생각에 잠을 설쳤습니다. 새벽예배를 드리면서 간절히 기도했지만 지난 2월 15일 이사 당일까지 새 임차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사 비용과 학교 공간에 대한 각종 공사 비용 등 돈 들어갈 일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빈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 걱정까지 더해지면서 이사하는 마음이 쌓인 짐보다 더 무거웠습니다.
“이사는 잘 하셨습니까.
계좌 알려주시면 보증금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중이었습니다. 전 사무실 임대 사업자인 김 사장이 임대보증금 1천만 원을 돌려주겠다고 전화하신 것입니다. 예상 밖의 선의에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지난 2021년 사무실 계약을 하면서 뵀을 때 첫인상이 좋아 보였고 계약 만료 전에 사무실을 비우겠다고 했을 때도 선의로 대해주셔서 좋은 임대인이란 생각을 했으나 임대인이 누려야 할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임차인을 배려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감사함보다는 놀라움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천사 같은 임대인도 있구나.
이렇게 착한 임대인이 차디찬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셔서
따뜻한 봄이 오는구나. 창문만 열게 아니라 닫힌 마음도 열어야겠구나.”
이 세상은 야박하고 살벌합니다. 공익적인 활동을 한다고 할지라도 도움을 선뜻 청하거나 어려운 사정을 호소했다가는 낭패 보기 쉽습니다. 각자도생과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선한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하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 문이 닫혔습니다. 상처 입은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열려면 마음이 따뜻해야 하는데 이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덜 받으려고 방어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닫힌 것입니다.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이 '건물주'인 세상
▲ 지난 2월 15일 착한 임대인의 사무실에서 이사했습니다.
- 보증금 1천만 원,
- 임대료 환급 46만 원
- 장기수선충당금 338,000원
= 10,798,000원인데 제가 급한 일이 있어 서두르다 10,840,000을 보냈습니다. 42,000원은 다시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고 앞으로도 더욱 잘되시길 바랍니다.
통화한 그다음 날, 보증금 1천만 원을 고스란히 보내주셨습니다. 보증금만 돌려주어도 감사한데, 지급한 임대료 중에서도 얼마를 환급해주셨고, 임차인으로서 부담했던 장기수선충당금까지 일괄 계산해서 보내주셨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계약 만료 전에 퇴거했으니 부동산 중개료를 임차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임대인이 떠안았을 뿐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감사 인사에 더해서 축복까지 빌어주셨습니다. 감사의 예의를 표하고 싶어서 만남을 요청했으나 착한 임대인께서는 정중히 사양하셨습니다.
김 사장은 우리에게만 착한 임대인이 아니었습니다. 김 사장의 사무실을 임차해 12년째 사용 중인 팔순의 김 회장님은 “12년 전에 정한 임대료를 12년 동안 단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면서 “어쩌다가 임대료를 밀린 적이 있었는데 임차인이 마음고생을 할까 봐 독촉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수많은 임차인들이 임대인의 갑질로 고통을 당하는 요즘 세상에서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임차인을 배려하는 김 사장은 천사처럼 착한 임대 사업자"라고 존경을 표시했습니다.
김 회장님은 또한 “5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강남과 영등포 등지에서 사무실을 여러 번 임차했는데 대다수의 임대 사업자들은 임차인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려 주지 않았다”면서 “김 사장이 (우리를 포함해) 어려운 임차인들을 배려하다 보니 공실과 세금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자신의 어려움보다 임차인을 더 배려하는 김 사장을 보면 그 착한 심성으로 임대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걱정이 된다”고 임차인이 임대사업주를 걱정했습니다.
한 방송사가 청소년의 ‘장래희망’을 조사했더니 참여한 고등학생들의 장래희망 2위가 '건물주'였답니다. 임대료 고수익으로 편하게 살고 싶은 것입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우스개 소리로 들리기보다 두렵게 들리는 것은 아이들과 어른들의 꿈이 건물주이기 때문입니다. 임차인의 피눈물로 편히 살고 싶어하는 이 세상에서, 나만 편히 사는 세상은 사실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이 세상에서 한 건물주가 위기 청소년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꿈과 희망을 선물했습니다. 각자도생과 승자독식 사회가 저지르는 횡포에 절망하고 좌절하면서 포기하려고 했던 좋은 세상에 대한 꿈을 다지게 해준 착한 임대인에게 하늘의 복이 임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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