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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양 당한 청년의 겨울

[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 12월의 첫 번째 부탁



하늘(가명‧23)이가

5년 만에 연락해왔습니다.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다는 겁니다.

소년희망공장에서 일할 때 속깨나 썩였고

떠날 때도 잘 떠나지 못했던 탓인지 하늘이는

염치가 없어 연락하고 싶어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사냥꾼에 쫓기는 짐승이 살려달라고

도움을 청하는데 어찌 외면할 것이며,

승자독식과 각자도생의 세상에 쫓기며 달리다가

교통사고로 죽다 살아난 아이가 도움을 청하는데

어찌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옛말로 나무라겠습니까.

오랜만의 연락이 비보여서

놀란 가슴을 달래며 달려갔더니

휠체어를 탄 하늘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헬멧을 쓰지 않았으면 아스팔트

그 자리서 즉사했을 거라고 말했어요.

차라리, 그냥 죽었으면 편했을 건데요”


하늘이는 입양아였습니다.

아기 때 버려진 하늘이는

영아원과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운 좋게도

초등학생 무렵에 어느 교회의 여 전도사님

가정에 입양됐으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러 문제를 일으키다가 파양됐으며, 그 이후로는

수많은 비행과 범죄를 저질러서 보호관찰을 받았고

버림받은 아픔과 외로움으로 전신에 문신을 새겼으며

거리를 떠돌다가 붙잡혀 아동보호 시설을 전전했습니다.

소년희망공장 바리스타 견습생이었던

하늘이는 열여덟 살에 아빠가 됐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여자를 사귀다가 헤어졌는데 그 여친이

어느 날 갑자기 5개월 된 아기를 안고 나타난 것입니다.

하늘이는 자신을 닮은 아기가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없는 돈을 털어서 장난감을 선물했습니다.

천애 고아에게 핏줄이 생긴 것은 기쁨이자 고통이었습니다.

아빠가 되려면 양육에 필요한 안식처와 돈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천둥벌거숭이인 하늘이는 제 한 몸도 간수하기 어려운 처지였습니다.

하늘이는 한동안 여친과 아기와 함께 지냈지만

여친은 느닷없이 찾아온 것처럼 느닷없이 떠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비보를 접했습니다. 아기가 죽은 것입니다.

영안실로 달려간 어린 아빠 하늘이는 미친 듯이 울부짖었습니다.

아기가 한 줌의 재로 변한 후에 하늘이의 우울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밤이 되면 죽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어요. 죽은 아기도 생각나고, 내일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살아봐야 희망도 없고…. 그냥 죽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어요. 수면제 아니면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낮에는 그래도 괜찮은데 밤이 되면 외롭고 두려워서 미치겠어요."


남은 것이라곤

먹다 버린 버거뿐

타다 남은 Doobies

불을 붙여 Smoke in room

가득 채운 연기는 Lit

Prada bag 대신 내 몸엔

찌든 고기구이 냄새 stackin' hell

내야 해 내 월세

하늘이에게 전화를 걸면 래퍼 루피(Loopy)의 노래가 들립니다. 루피의 노래 ‘ONCE UPON A TIME IN LA(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엘에이)’ 가사에는 먹다 버린 버거, 내야 하는 월세, 빛이 잘 들지 않는 방, 텅 빈 주머니 등의 어두운 스토리와 랩 특유의 비관과 우울함이 담겨 있습니다. 우울증을 앓았던 하늘이가 이 노래를 핸드폰 배경음악으로 선정한 이유는 자신의 처지를 노래한 랩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이는 교통사고 전에도

고독사를 경험했다고 했습니다.

폐에 물이 차는 증세 등으로 앓다가

이대로 죽을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이대로 죽기엔 너무 억울해 병원에 가서

폐 수술을 했다면서 수술 부위를 보여주었습니다.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탄 하늘이가,

청년 고독사로 죽을 뻔한 하늘이가,

파양의 아픔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하늘이가

텅 빈 주머니 때문에 내야 할 월세와 공과금 등을

못 내고 있다면서 사채를 쓸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천애 고아 청년인 자신에게

그 누가 돈을 빌려주겠냐면서

사채를 빌려주는 형들은 이자가 비싸지만

그래도 빌려줄 때는 친절하게 빌려준다면서

병원 밥은 아무리 먹어도 허기지다고 했습니다.

지난 2개월의 병원 생활이 너무 외롭고 힘들었는데

6개월이나 남은 병원 생활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병문안 좀 와달라고 부탁하는 하늘이의 얼굴이 몹시도 짠했습니다.

12월의 첫 번째 부탁,
이 청년에게 봄날을 선물해주세요!


2022년 12월에 드리는 첫 번째 부탁은

하늘이가 사채를 쓰지 않게 도와달라는 부탁입니다.

하늘이의 교통사고 보상금은 6개월 뒤에 나온답니다.

교통사고 보상금이 나오면 한꺼번에 갚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월세와 생활비 등에 필요한 50만 원을 6개월 동안 빌려주려고 합니다. 50만원×6개월 = 300만 원을 빌려주고, 약속한 대로 보상금을 받아서 빌려준 돈 300만 원을 갚는다면 그 돈은 2023년부터 시작하는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어게인다문화학교> 운영비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파양 당했던 고아 청년 하늘이의 아픔을 다 씻어주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서운 사채에 쫓기지 않도록 해준다면, 병원 생활이 덜 외롭도록 병문안을 간다면, 하늘이가 좋아하는 기름진 음식을 싸가지고 가서 먹게 해준다면 따뜻한 봄날에 웃으며 퇴원할 것입니다. 겨울은 파양처럼 아프고, 외롭고, 춥겠지만 재활과 치료를 잘 마치고 퇴원한다면 그래서, 봄볕처럼 따스한 분들의 도움으로 삶의 용기를 얻는다면 오는 봄이 더 따뜻하지 않을까요. 버려진 아픔뿐 아니라 파양 당한 아픔까지 간직한 고아 청년 하늘이가 삶의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방황과 원망의 눈빛을 거두고 따뜻한 눈빛으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사채 막기 후원금

50만원×6개월=300만 원

■후원계좌 : KEB하나은행 630-010122-427 (예금주 어게인)

KEB하나은행 362-890062-21504(예금주 어게인)

​■후원문의 : F 032-662-1318 M 010-5387-6839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이사장 임진성)은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소년희망공장> 7곳을 운영하면서 위기 청소년의 자립을 돕고 있으며 부천시로부터 <부천시 청소년법률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면서 법률 지원과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학교 밖 청소년 등의 위기 청소년과 어린 미혼모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게인 : 경기도 부천시 중동 1159-5 부광프라자 603호 (☎ 032-662-1318)

▶부천시 청소년법률지원센터 : 경기도 부천시 장말로 107 복사골문화센터 4층 (☎ 032-655-4620)

▶소년희망공장 1호점 : 부천시 중동로 254번길 27 1층 컴포즈커피 부천중앙점 (☎ 032-323-2010)

▶소년희망공장 2호점 :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 161-8 컴포즈커피 마곡나루점 (☎ 02-6953-4747)

▶소년희망공장 3호점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3번길27 희망빌딩 2관 101호 (☎ 010-3679-9271)

▶소년희망공장 4호점 : 화성시 동탄순환대로5길 13 '수제스콘전문점 클로리' (☎ 010-3120-7203)

▶소년희망공장 5호점 : 서울시 양천구 목동중앙남로 7-1 컴포즈커피 목동모세미점 (☎02-6403-3605)

▶소년희망공장 6호점 : 서울시 영등포구 양산로 91 컴포즈커피 영등포리드원점 (☎070-8648-3849)

▶소년희망공장 7호점 : 서울시 강서구 양천로 49길 43. 마곡크리스아크 102호 (☎02-3665-0495)

▶인천 소년희망센터 : 인천시 계양구 계산1동 944-7 3층(☎ 032-546-4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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