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 올해는 ‘송퍼빅토리’ 창단
▲ 2022년 12월 22일 지구촌학교에서 열린 댄스 발표회에서 실력을 멋지게 발휘하고 있는 "케이팝 드림스쿨" 학생들.
“댄스 수업에서 기본기를 배우고 나니 춤추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 걸 느꼈습니다. 예를 들면 힙합 기본 동작을 배우니 동작을 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팝핀의 경우에는 동작할 때 힘을 어디에 주어야 하는지 알게 되면서 좀 더 느낌 있는 동선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이제는 흉내 내는 춤이 아니라 나만의 느낌으로 춤을 추게 되고 춤추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댄스에 대한 흥미도 더 커졌습니다.”
미얀마 출신 소피아(15세·지구촌 중학교 2학년) 역시 케이팝과 댄스를 좋아하는 소녀입니다. 춤을 좋아하는 청소년 대다수는 처음엔 춤이 좋아서 시작하지만 춤에 빠져들면 들수록 최고의 댄스가 되려고 합니다. 하지만 한계에 부딪힙니다. 이럴 때 댄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한계를 극복할 뿐 아니라 자신만의 안무를 창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도 있는데 소피아가 딱 그랬습니다.
소피아는 지난 2022년 1년 동안 댄스 전문 강사의 가르침을 통해 방송 댄스 안무를 빨리 파악하고 외우게 됐고 이제는 안무를 창작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서 스스로 뿌듯해합니다. 춤은 춤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댄스를 통해 자신감이 생긴 소피아는 춤뿐 아니라 한국에서의 삶이 재밌고 불투명했던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생겼습니다. 소피아는 2023년 올해에는 케이팝 위주의 댄스를 배우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최신 케이팝 유행곡을 멋진 댄스로 표현하고 싶어서입니다.
고민은 잊게 하고 자신감은 키워준 ‘케이팝 드림스쿨’
▲ 교사와 학부모들이 환호와 박수 갈채를 보냈습니다.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은 지난 2022년 1년 동안 서울시교육청 다문화 위탁학교인 ‘지구촌 중학교’(서울시 구로구 소재) 학생들을 대상으로 ‘케이팝 드림스쿨’을 진행했습니다. 이 드림스쿨에는 중국, 미얀마,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쿠바, 네팔, 베트남, 필리핀 등 9개국 출신 남녀 중학생 36명이 참여했습니다.
댄스강사로는 프로 댄서인 김성현(31)씨가 참여했습니다. 2023년 올해로 14년 경력인 성현씨는 세계적인 퍼포먼스 댄스팀 ‘ART GEE’와 ‘Locking’팀과 ‘jack in the box’에서 활동 중인 프로페셔널 댄서입니다. 성현씨는 지난 1년 동안 케이팝 드림스쿨 학생들에게 힙합댄스, 팝핀댄스, 락킹댄스, 안무 창작 등을 가르쳤고 드림스쿨 학생들은 지난해 12월 22일 지구촌학교에서 열린 댄스 발표회를 통해 댄스 실력을 멋지게 발휘하면서 교사와 학부모에게 환호와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날 댄스 발표회에 참석한 중국 출신 이향연(16세·지구촌 중학교 3학년)은 친구들과 함께 댄스를 배우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면서 “실력이 부족한 친구들이 뒤로 물러나려고 할 때, 제가 아이들에게 힘들어도 함께하자고 이끌어주며 (김성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런 저를 보며 선생님이 저에게 엄지를 내밀어 주셨다. 저도 처음에는 움츠러들었는데 선생님이 ‘자신감 있게 신나게 하라’, ‘춤 선이 부드럽고 탄력이 좋다’고 칭찬해주셔서 용기를 내어 댄스를 하게 됐다”며 김성현 선생님과 댄스배틀을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중국 출신 선우소영(16세·지구촌 중학교 3학년)은 춤을 통해 고민은 잊게 됐고 자신감은 커졌다면서 “여러 가지 고민이 생겼을 때도 아무 생각 없이 춤을 추다 보면 ‘고민이 뭐였지?’하고 잊어먹게 돼서 좋았다”면서 “(김성현) 선생님께서 차근차근 지도해주신 덕분에 무슨 동작이든 잘 따라 할 수 있었고, 선생님의 칭찬도 계속 이어져 춤 실력도 향상되었고, 그 덕분에 자신감이 부쩍 커져서 감사하고 행복했다”며 고마워했습니다.
▲ "지구촌학교" 박지혜 선생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다문화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 때문에 주눅 들고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부와 문화가 다른 다문화 아이들을 차별이 아닌 다양한 장점을 가진 아이들로 바라봐준다면 이 아이들은 한국사회를 아름답게 할 소중한 재원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성현 선생은 “댄스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열정과 활기를 느꼈고, 그로 인해 프로 댄서인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면서 “짧은 기간이어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지만 아이들과 함께했던 지난 1년은 너무 좋은 경험을 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구촌학교' 박지혜 선생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다문화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 때문에 주눅 들고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부와 문화가 다른 다문화 아이들을 차별이 아닌 다양한 장점을 가진 아이들로 바라봐준다면 이 아이들은 한국사회를 아름답게 할 소중한 재원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선생은 “자신들끼리 모여 춤을 추던 우리 학생들이 케이팝 드림스쿨에 참여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기량뿐 아니라 자신감이 크게 향상됐다”면서 “이번 드림스쿨은 아이들의 자존감은 높이는 좋은 계기였고 기회였다.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춤과 노래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문화 학생 중에는 다재다능한 학생들이 많고, 잘 발굴해서 잘 키우면 빛날 수 있는 아이들”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 발생 전인 2019년에 이어 2022년 2년에 걸쳐 ‘케이팝 드림스쿨’을 지원했던 어게인의 최승주 상임이사는 “왕따와 차별 등의 상처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채 방황하는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너희를 미워하는 사람보다 너희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케이팝 드림스쿨을 추진했다”면서 “2019년에 지원해준 ‘더 코리안웨이브’(대표 국순신)와 2022년에 지원해주신 ‘윤현상재’(김훈석)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부천에 만드는 다문화 학교...다문화 청소년은 소중한 자원
▲ 2019년에도 "케이팝 드림스쿨"을 진행했습니다.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이사장 임진성)은 오는 3월부터 경기도 부천에서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방과후학교를 시작합니다. 부천은 경기도에서 안산, 시흥, 수원에 이어 네 번째로 다문화 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2019년 기준으로 다문화 학생의 전국적 증가율이 4배였던 반면에 부천은 8배의 높은 증가율을 보일 정도로 다문화 인구가 크게 늘고 있는 지역입니다.
부천에서 8년째 위기 청소년들을 돕고 있는 어게인은 지역의 이러한 요청에 따라 다문화가정 및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부천시 춘의동에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방과후학교 설립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이란 부모가 재혼과 취업 등의 이유로 한국에 오게 된 국제결혼 재혼가정과 이주노동자 자녀 중에 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 학령기 자녀를 말합니다. 이 청소년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달리 한국어 소통의 어려움과 문화 차이로 인한 정체성 혼란 등으로 한국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승주 상임이사는 “부천의 도당동과 춘의동은 다문화 및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음에도 다문화 청소년들이 갈 곳이 별로 없어 유흥가인 부천역 일대로 진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부천역 일대는 가출 청소년과 비행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청소년에게 팔지 말아야 할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숙박까지 가능한 업소가 적지 않아서 다문화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최 상임이사는 “한국에 정착할 목적으로 입국한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언어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학교와 한국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적적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방치 또는 외면당한다면 이 청소년들은 학교와 사회를 벗어나 은둔 혹은 일탈 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다문화 청소년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되어 경제·사회적 부담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부메랑 효과를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어게인은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 합창단 ‘송퍼빅토리’ 창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합창단 활동을 통해 한국어 향상과 심리적 안정, 지역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한국사회 적응을 도울 계획입니다.
최 상임이사는 “저출산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 상황에서 중도입국 청소년을 비롯한 다문화 청소년들은 왕따와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소중한 자원이자 미래이고 희망”이라면서 “2023년 올해에는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학교 운영과 함께 합창단 활동을 통해 심리·정서적 안정을 돕고 학교생활 적응과 한국사회와의 소통 방법을 익히게 한다면 한국사회 조기 적응 및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 2019년 지구촌학교 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케이팝 드림스쿨" 연습 장면입니다.
Comentár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