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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너머, 봄꽃 같은 아이들


‘어게인_방과후학교’ 첫 입학생은 한국에 온 지 두 달도 안 된 중도입국 청소년으로 이름은 '응웬 광하', 출신국은 베트남, 나이는 열다섯 살입니다. 광하가 살다가 온 곳은 베트남 응에안성에 위치한 빈(Vinh)시입니다. 빈시는 국제공항을 가진 베트남 중북부의 대표도시로 라오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태국, 미얀마 등과의 접근성이 좋아 동남아의 관문 역할을 하는 대표 지역으로 인구는 34만 명이고 응에안성의 주시(市)입니다. 한국에 돈 벌러 간 부모님을 대신해서 광하를 키워주신 분은 베트남에 계신 조부모님입니다. 광하의 할아버지는 최강 미국과 싸워서 이긴 북베트남 참전용사로 손주를 강하게 키웠습니다. 광하는 다섯 살 때부터 혼자서 자기 시작했고, 설거지와 빨래 등도 스스로 하면서 자주적인 생활 습관을 익혔다고 합니다. 지난 3월 15일, 어게인_방과후학교에 처음 온 광하는 아무나 잘 믿지 않는 성격으로 심리상담을 받기 전에 '심리상담'이란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조사했으며, 이중언어 상담사로 첫출발한 베트남 출신 선생님에게 상담하는 자세에 대해 충고할 정도로 당찬 아이로 관찰력이 아주 뛰어나며 그림 솜씨도 매우 출중한 아이입니다.


저녁 8시, 수업이 끝난 광하를 데리고 어둑해진 길을 따라 광하 동네를 찾아갔습니다. 광하가 사는 집은 가난한 이주민들이 주로 모여 사는 시장통으로 매우 오래돼서 허름한 2층 양옥집이었습니다. 녹슨 대문을 열고 돌계단을 걸어서 2층으로 올라간 광하가 자신을 집까지 데려다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손을 흔드는 그 어둠이 한국에서 겪어야 할 난관처럼 느껴져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에 *중도입국 한 아이들 대다수는 상처가 아주 많습니다. 한국에 이주한 부모의 이혼 또는 국제결혼을 한 한국인 아빠의 학대 등에 못 견딘 아이들은 본국으로 보내져 조부모 손에서 자라는 등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스무 살가량 차이 나는 한국인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 엄마는 그 고통 속에서도 유일한 희망인 국적 취득을 통한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인간으로 감내하기 힘든 모진 고통을 참습니다. 하지만, 나쁜 한국인 남편(아이들에겐 아빠) 중에 비인간적인 어떤 한국인 남편은 다문화 아내를 무자비하게 괴롭히면서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어게인_방과후학교’에 온 중도입국 청소년 가족 중에는 한국인 남편에게 폭력 등의 학대를 당하고, 태어난 아이는 본국에 보내 조부모 손에서 자라게 했지만 나쁜 남편의 방해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채 무국적 상태인 경우가 있습니다. ‘무국적’이란 한국에서 모든 것을 빼앗긴 삶을 뜻합니다. 아무리 아파도 의료보험이 없어서 병원에 선뜻 가지 못합니다. 국적이 없으니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노동에 시달립니다. 아이들은 한국인의 핏줄로 태어났는데도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합니다.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은 그림자 혹은 투명인간 취급받는 아이들을 보호하겠습니다. 배고픈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쉴 곳 없는 아이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한국에서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법과 제도를 고치는 일에 나서고 싸워야 할 일이 있으면 싸우겠습니다.



만일, 광하가 '어게인_방과후학교'를 만나지 못했다면 문밖의 낯선 세상이 두려워서 방에 갇혀 지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거나 아주 서툰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한국사회는 쉽게 넘을 수 없는 아주 높고 무서운 장벽이나 다름없습니다. 4월 11일 현재 '어게인-방과후학교' 학생은 6명입니다. 경찰서에서 보낸 위기에 처한 중도입국 아이들까지 합치면 10명입니다. 처음엔 낯설어서 경직됐던 아이들이 수업이 끝났는데도 귀가를 미루려고 합니다. 선생님들의 친절함과 배려 속에서 굳은 몸이 자연스럽게 풀어진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국말이 아닌 모국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와 동생 그리고, 오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베트남 출신 넷안(10세) 또한 언어 장벽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광하 오빠를 만나면서 모국어로 대화를 나누며, 장난치며, 공부하는 ‘어게인_방과후학교’가 즐겁습니다. 언어 장벽 너머서 들리는 봄꽃 같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봄꽃처럼 화사하게 핍니다. 봄이 왔는데도 봄을 느끼지 못한 아이들, 봄꽃처럼 피어야 할 중도입국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봄햇살이 되어줄 수 있어서 아,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베트남과 필리핀을 비롯한 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 부모의 재혼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한국으로 오게 된 국제결혼 재혼가정과 이주노동자 자녀 중 학령기가 된 청소년을 뜻합니다. 이들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달리 한국어를 사용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모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로 인한 정체성 혼란 등으로 한국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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