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망천

[희망의 한판승 11화] 2018-07-31


이진연 의원이 여중생이 숨졌던 부천시 소사동 주택을 찾아갔다.

ⓒ 조호진


소녀는 천국에서 살고 있을 겁니다


그 나라에서 엄마를 만났을 겁니다. 암투병을 하다 어린 자식들을 두고 떠나야만 했던 엄마는 너무 일찍 천국에 온 딸을 품에 꼭 안아주었을 것입니다.


아, 이제 고통은 끝났습니다. 소녀가 사는 나라는 애통도 없고, 이별도 없고, 가정폭력도 없고, 죽음도 없고, 도움의 손길을 청해도 손을 놓아버리는 무정함도 없는 나라이니까요.


소녀여, 눈물도 폭력도 없는 그 나라에서 못다 핀 꽃을 피우길 빕니다.

2016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 소녀의 끔찍한 죽음이 발견된 것입니다. 목사이자 신학대 교수인 아빠의 폭행에 의해 사망한 여중생이 백골상태로 발견된 것입니다.


경찰의 압수수색 중에 발견된 소녀의 주검은 사망한지 11개월이 지나면서 백골상태였습니다. 소녀는 죽어도 너무 오래 동안 죽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 소녀에게 살 기회가 없진 않았습니다. 아빠의 잦은 가정폭력을 피해 가출한 소녀는 초등학교 때 담임이었던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선생님은 어린 제자를 달래서 돌려보냈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제자를 집에 들일 상황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오갈 데 없는 소녀는 귀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빠는 가출했다는 이유로 5시간에 걸쳐 폭행했고 소녀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소녀의 구조 요청을 외면한 우린들은 소녀의 죽음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지난 27일, 경기도의회 이진연(52) 의원과 함께 소녀가 숨진 부천시 소사동 집을 찾아갔습니다. 소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소녀가 살았던 허름한 단독주택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빌라가 우뚝 들어섰습니다.


자신의 딸(고3)보다 어린 영혼 앞에 선 이 의원은 하얀 꽃송이를 들고 기도했습니다.


소녀여,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 나라에선 아프지 말렴, 부디 행복하렴.


기도를 마칠 무렵에 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그 소녀였을까요?


이진연 의원은 가정폭력을 피해 찾아온 소녀를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위기청소년의 대변자로 청소년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하는 이진연 의원. ⓒ 조호진


이진연 의원의 부천시 오정구 여월동 집은 위기청소년의 피난처입니다.


딸의 친구 엄마가 가정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엄마가 가출하면서 집에 남겨진 딸의 친구는 이 의원 집을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가정폭력 피해 모녀를 보호했습니다.


딸의 친구는 겨울방학 동안 이 의원 집에서 지냈습니다. 이 의원은 가해자인 아빠에게 가정폭력을 계속 휘두르면 조치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냥 아줌마였다면 험한 꼴을 당했을 것입니다. 당신이 뭔데, 남의 집안 일에 끼여드냐고!


하지만 시의원의 영향력으로 개입하자 가해자는 주의했고 딸의 친구와 엄마는 살았습니다.


"이 사회는 우리 같은 애들을 받아주지 않아요.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서 알바 밖에 못해요.

치사하게 애들 돈을 떼어먹는 어른들과 이 세상을 때려 업고 싶지만 힘이 없어서 참아요."


부천역에서 만난 학교 밖 청소년 민훈(가명‧18세)이의 분노에 찬 말입니다. 학교는 공부 못한다고, 사고뭉치라고 쫓아내고, 세상은 받아주지 않고, 아르바이트 비용은 떼어먹고..


학교 밖으로 쫓겨난 소년들은 패자 부활전도 없는 이 사회에서 '루저'로, 알바 인생으로 밑바닥을 전전하며 살아갑니다. 억울함을 당해도 도움 청할 곳조차 없으니 세상을 때려 업고 싶은 겁니다. 증오와 분노로 사는 겁니다.


부천시의회 이진연 의원은 위기청소년의 엄마였습니다. 부천시청소년 일시쉼터와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를 만드는데 앞장선 그는 매주 금요일이면 부천역에서 거리 상담을 하면서 아르바이트 비용을 떼인 청소년들의 체불임금을 받아주었습니다.


청소년의 임금체불과 최저임금 위반 등 위기청소년들의 노동 실태를 파악한 뒤에는 '부천시 청소년 노동인권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그는 두 번이나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 조례를 반대하는 자영업자와 학부모, 종교인들이 부천시의회 앞에서 한 달가량 시위하면서 이진연 의원 장례식을 한

것입니다.


엄마이자 여성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성적 협박전화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표도 없고, 부모가 없거나 있더라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불우한 청소년들의 인권을 위해.


이제, 이부망천은 민주당 책임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몫을 돌려주십시오

정태옥 당시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이부망천 발언을 했다. ⓒ YTN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최고의 막말은 '이부망천'입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 데 잘 살다가 이혼 한 번 하거나 직장을 잃으면 부천 정도 갑니다. 부천에 있다가 또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나 이런 쪽으로 갑니다."는 비하 발언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문제 삼아 총공세를 펴면서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선거가 끝났으니 이부망천은 끝난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선거 국면에서 이부망천은 민주당에게 호재였지만 압승을 거둔 지금부터는 이부망천을 해소시킬 책임이 있습니다. 이부망천이 비

하 발언이긴 하지만 상당 부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가난 때문에 부천에 살거나 부천으로 이사 온 부모들은 생존에 쫓겨 자녀들을 돌볼 여력이 없습니다. 가난 때문에 부부가 싸우고, 가정폭력이 발생하고, 가정이 해체됩니다.


보호의 손길이 끊긴 소년들은 가정폭력을 피해 거리를 떠돕니다. 겨우 일자리를 구하지만 임금을 떼이기도 하고 밥과 잠자리 비용에 마련하기 위해 비행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부망천의 최대 피해자는 위기청소년들입니다.


이부망천을 공격했던 민주당 도지사님, 시장님, 의원님! 위기에 처한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시렵니까. 선거가 끝났으니 지난 일로 치부하시렵니까. 표도 없는 아이들이고 사회의 골칫거리이니 외면하시렵니까. 정부와 지자체와 국희의원과 지방의원들이 해왔던 그대로 자기 몫 챙기면서 치적 쌓기에 급급하시렵니까. 비행청소년이 범행을 저지르면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엄

벌에 처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시겠습니까.


이부망천의 책임은 이제부터 민주당이 져야합니다.


나라와 지방정부에 돈이 없어서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고 청년과 소년, 여성과 노인이 삶을 비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의 몫인 혈세를 정치인과 관료와 부자와 토호세력 등이 아귀처럼 달려들어 빼 먹으면서 가난한 동네에 돌아온 것은 가난과 절망과 범죄임니다.


이부망천은 부천과 인천에 대한 비하가 아닙니다. 부천과 인천의 기득권 세력들이 부천과 인천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씌운 굴레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몫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려주십시오. 가난 때문에 절망한 주민들의 몫을 더 이상 빼앗지 말고 그대로 돌려주십시오.


특혜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몫인 예산을 집행하라는 것입니다. 기득권 세력을 위한 정책에서 가난한 주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정상화시키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가난한 동네에도 웃음꽃이 피고 위기 가정들은 서서히 회복될 것입니다. 제2의 제3의 백골 여중생 사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기도의원 142명 중 위기청소년 편에 설 의원은?


"위기청소년들을 쓰레기 취급하지 말아주십시오!"


부천역 뒷골목의 아이들. ⓒ 김진석


경기도의원은 비례의원 포함해 142명입니다. 이 많은 도의원 중에서 위기청소년을 위해 일할 의원이 얼마나 될까요. 부천시의원 시절 위기청소년을 살리기 위해 맹활약했던 이진연 의원을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경기도의회 '여성가족교육협력위원회'에 속한 이 의원은 힘없는 초선입니다. 이 의원은 위기청소년 정책을 어떻게 만들고 예산을 얼마나 확보할지 걱정이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고 말하면서도 위기청소년들은 외면합니다. 경기도의회에서 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확보하려면 도의원님들의 도움을 받아야하는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불우한 청소년이었던 이재명 도지사는 소년들의 아픔을 알 것입니다. 이 지사가 경기도 위기청소년들을 희망으로 일으켜주는 정책과 예산을 만드는데 특별한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고 믿고 기대하는 것은 그가 아팠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팠던 사람은 아픈 사람의 아픔을 압니다."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청소년 포함)는 81.8%입니다. 반면 지자체의 청소년 예산은 1.5~2% 정도입니다. 이 나라 어른들이 어린 피해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안타까운 수치입니다.


타이타닉 호가 침몰할 때 구명보트에 먼저 태운 사람들은 아동(청소년)과 여성이었습니다. 권력자와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타이타닉 호는 침몰했지만 약자를 배려하는 인간의 숭고함은 침몰하지 않았습니다.


부천역 근처 원룸에서 살던 가출팸 아이들. ⓒ 임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