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17년 8월 31 <중앙일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스토리펀딩을 진행해 4000여 명 네티즌의 후원금을 기반으로 위기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희망 일터가 있다.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중동로에 있는 소년희망공장이다. 학교·가정 폭력 등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컵밥 등을 생산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회적 소외 청소년들의 일터 소년희망공장 문닫을 뻔 했지만 커피점 리모델링으로 기사회생
최승주(60) 씨가 이런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게 된 이유는 위기 청소년 대부분이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학교와 가정폭력 등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최씨는 위기의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로 복귀시킬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다는 지론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은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경험했다. 위기의 청소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1년 전 소년희망공장 문을 연 건 그래서다. 아이들은 여기서 생활비도 벌고, 고졸 검정고시 공부도 하면서 건강한 사회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소년희망공장은 원래 컵밥 매장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최 씨로선 생애 첫 장사였는데, 기본 운영비도 감당이 안 되는 상태였다. 아무리 어려워도 열심히 일하는 아이들의 생계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 카페는 매출이 거의 없고, 컵밥 단체 주문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소년희망공장이 문을 닫으면 아이들은 어디로 가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4000여 명이 모아준 후원금인데, 권리금은커녕 보증금도 건지지 못하는 게 아닌지 두려웠다.
장사보다 비영리 목적에 집중
최승주 씨의 사연을 접한 ‘나도사장님’은 소년희망공장의 위기에 대한 원인 분석에 착수했다. 막연한 희망만 품고 장사에 도전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아이템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없던 탓에 공장 운영은 갈수록 부담이 되었다. 장사를 잘하는 것보다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을 구하자는 비영리적 목적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공장 주변 상권분석을 했다. 1만여 세대가 거주하는 대단지 아파트가 있고, 대형마트, 백화점,극장가가 반경 2km 안에 위치해 있다. 좋은 상권인 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소년희망공장 주변도 커피점들의 격전지이다. 그러나 소년희망공장 특성상 업종 선택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근로기준법에 18세 미만 청소년은 주류 판매 업소에서 일할 수 없게 돼 있다. 주류를 파는 외식업은 일단 제외하고, 커피 전문점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청소년의 일터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브랜드 매칭은 재료 공급을 위한 물류 시스템이 우수하고, 손님을 사로잡을 가성비가 뛰어나 경쟁력이 있는 곳을 물색했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커피 전문점인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커피 시장에서 살아남을 브랜드를 찾아야 한다.
사장님만 빼고 다 바꿔
사장님만 빼고 다 바꿔주는 ‘나도CEO’에서 소년희망공장 케이스는 업종 변경을 하지 않고 업종 업그레이드를 하는 첫 사례였다. 대신 브랜드 매칭에 공을 들였다.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 전문적인 교육, 서비스 매뉴얼은 필수였다. 딱 맞는 브랜드를 찾았다. ‘컴포즈 커피’였다.
소년희망공장 식구들은 브랜드 경쟁력 점검과 노하우 학습을 위해 컴포즈 커피의 본사가 있는 부산으로 향했다. 컴포즈 커피는 커피콩 수입과 로스팅, 배달까지 직접 진행하는 브랜드로 남다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3개국 커피콩의 혼합으로 브랜드만의 고유한 커피 맛과 향을 낸다. 처음으로 커피콩 생두를 눈앞에서 볶는 과정과 원두 열을 식히는 과정을 견학했다.
원두를 곱게 갈아내는 분쇄과정을 거쳐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거품이 많이 올라오면 향과 맛이 좋다는 신호다. 브랜드 노하우와 전문가 손길이 커피 한잔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맛과 향을 충분히 느끼는 브랜드 검증을 완료했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가성비가 높고 남녀노소 취향을 아우르는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었다. 브랜드 매칭을 완료하고 바로 바리스타 수업에 돌입해 제대로 장사하기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 소년희망공장 식구들은 바리스타 수업을 통해 장사도 커피도 알아가고 있다.
소년희망공장은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커피 전문점과 180도 다른 좁은 조리 공간, 일반용 커피 머신, 인테리어 등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작업이었다. 가게 하수도 배관이 오래돼 막혀 있어서 지하까지 물이 새고 있는 것도 손을 봤다. 인테리어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한 지붕 두 가게의 특징을 살리지 못하는 간판, 싱크대가 없는 카페 주방, 전문성 없는 일반용 커피 머신과 낡은 집기 등의 교체가 필요했다. 간판은 소년희망공장과 커피전문점 2개로 분리하고,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간판으로 교체했다. 포인트 조명으로 세련미를 더하기 위해 노란색 모노타일로 빈티지한 느낌을 살렸다. 커피 맛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전문적인 주방집기로 전면 교체했다. 체인지업 무료지원 금액은 6260만원.
커피점 오픈 전략은 매출액보다는 커피 잔 수를 목료로 삼았다. 일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 동안 40잔 판매가 목표였다. 커피 전문점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대다. 그러나 지금까지 40명의 손님을 받아본 적이 없는 소년희망공장이다. 40명은 개업 이후 처음 받는 대규모 손님이자 꿈의 숫자다. 소년희망공장은 사실 장사는 뒷전이고 아이들 의 자립 지원에 바빴다. 선의를 베푼다고 돈을 벌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최씨의 태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일할 때 부족한 점이 있다면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먼저다. 꾸짖었다면 일이 끝난 뒤에 마음을 다독여주면 된다. 무조건적인 배려나 도움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일다운 일, 직업다운 직업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사회생활을 준비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처음엔 단체 주문을 그런 대로 소화해내는 능력을 보여주었지만 매장에서 기다리는 손님에 대해 배려는 서툴렀다. 갑자기 밀려든 주문 때문에 손님들에게 일일이 신경 쓸 수 없어서였다. 음료는 서비스도 같이 팔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조언을 했다. 이후 각자의 포지션에서 손님과 눈 맞춤하는 등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문접수와 손님응대로 척척해내 자신감이 묻어났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아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희망이 보였다.. 폭염경보가 내린 오픈 첫날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첫날 성적표는 70잔 판매로, 목표로 했던 40잔보다 30잔이나 초과달성했다. 일요일 오후 6시부터 7시는 손님이 빠지는 악조건을 뚫고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적극적인 홍보도 한몫했다. 위기 청소년에게 일자리 제공과 꿈을 키워주는 소년희망공장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근처 커피 전문점만 네 곳이나 있는 격전지에서 달성한 커피 70잔, 매출액 12만8000 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다. 식음료는 식사처럼 장사가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게 아니다. 보통 커피숍 평균 판매액이 한 시간 당 3만원이다. 2시간 매출이 10만 원이면 대박이다. 이전 가게가 ‘꿈만 꾸는’ 가게였다면 앞으로는 ‘꿈을 이뤄가는’ 가게가 될 것이다. 이정택 나도사장님 대표 jason.lee@imceo.kr [출처: 중앙일보] [더,오래] 이정택의 당신도 CEO(9) 위기 청소년 자립 돕고 돈도 버는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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