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카센터 사장님
- 소년희망배달부
- 3일 전
- 2분 분량
[11월 감사편지] 이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까요
#, 1
미혼모 ‘은희’(가명)가 돌도 안 된
‘윤호’(가명 6세)를 버리고 떠난 뒤에
혼자 키우시는 원미동 할머니(77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척추 협착증에 의한 하반신 마비 때문에 힘들다고,
진통 주사 4~5방을 맞아도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고,
몸이 아프고 힘드니까 증손주 윤호를 키우는 일이 힘들다고,
그래서 윤호에게 “할머니가 아프고 힘들어서 그러니 잠깐만 어디에 갔다가 오면 안 되겠니!”라고 말했더니 “할머니, 내가 소방관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어줄 테니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온몸 부들부들 떨며 울었다고, 자다가 종종 깬다고, 깨어났는데 할머니가 곁에 없으면 울며불며 찾아다닌다고, 내가 죽으면 이 어린 것을 누가 키울까? 생각하면 맘 편히 죽을 수도 없다고….
#. 2
차디찬 바람이 불더니
찬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봄여름 가을에 부는 바람과 내리는 비는
어둡거나 무섭지 않은데 계엄군처럼 몰려오는
겨울 찬바람과 겨울 찬비는 어둡고 무섭습니다.
원미동 할머니와 윤호뿐 아니라
한국 노동자들이 살다가 떠난 공장 동네,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15~20만 원짜리
재건축을 앞둔 낡은 집에서 사는 어게인 아이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 청소년들은 코리아의 겨울이
무섭다면서 오들오들 떨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수업 끝난
밤 8시 넘어도 귀가하지 않으려고 꿈지럭 꿈지럭 늑장 부리는 것은
한국어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도 아닙니다.
집에 가기 싫어서 딴짓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퇴근이 바쁜 선생님과 직원들이 남은 아이들에게 이제 집에 가야지 재촉하고서야
어둡고 춥고 쓸쓸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따스한 봄여름 가을엔
이렇게까지 위축되지 않는데
찬바람이 마음속까지 파고드는 겨울이 되면
가난하고 아프고 쓸쓸한 우리 동네 이웃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까.
채권 추심을 당하는 빚쟁이처럼 걱정이 쌓입니다.
#. 3
엔진 오일 교체하려고
우리 동네 작은 카센터에 갔더니
작업복 차림의 채 사장님이 반겨주십니다.
가난한 고향을 떠나 타관 객지 생활 30여 년
서러운 밑바닥 기름밥 생활 끝에 카센터를 차린
채 사장 혼자 일하는 동네 카센터는 성실과 정직으로
인정받고 소문난 카센터여서 일감이 끊이지 않습니다.
엔진 오일을 교체한 채 사장이
하얀 봉투를 슬그머니 건네줍니다.
어게인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 사주라고,
기름때 묻은 후원금을 쑥스럽게 건넵니다.
전남 강진으로 귀촌해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이 선생님이 올해도 어김없이 쌀을 보내주셨습니다.
땀 흘리며 손수 지은 귀한 쌀을 2년 넘게 보내주십니다.
이 선생님 덕분에 겨울 식량 걱정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선생님은 저희 ‘어게인 학교’뿐 아니라 전남 강진에 있는
대안학교인 ‘늦봄문익환학교’에도 직접 지은 쌀을 후원해주십니다.
제약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시는 전 선생님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어게인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면서
정기 후원금과는 별도의 후원금을 따로 보내주셨습니다.
아들을 잃은 아픔을 아픔으로 끝내지 않으시는 김 선생님은
위기 청소년과 이주 청소년을 위해 묵묵히 후원하고 계십니다.
하늘나라에 가서 만날 아들을 위해 아이들을 묵묵히 돕습니다.
암 투병 중인 한 선생님을 비롯한 200여 명의 후원자 여러분의
정성 어린 후원과 응원 덕분에 원미동 할머니의 눈물을 닦아드릴 수 있었습니다.
위기에 처한 아이들과 가난한 아이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줄 수 있었습니다.
힘들고 괴로운 우리의 삶이,
초라하고 비루한 인간의 삶이
가끔, 아름답고 위대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 살아야지! 인간답게 살아가야지! 하면서
용기낼 수 있었던 것은 나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름땀 노동으로 나누어 주신
아름다운 봉투를 잊지 않겠습니다.
땅처럼 우직한 농부님의 곡식을 먹고 힘내겠습니다.
고달픈 직장 생활 속에서도 힘겨운 아이들을 잊지 않고
사랑을 나누어주신 엄마 같은 따뜻한 마음이 어게인 아이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주셨습니다. 걱정 많은 저에게도 용기를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참 감사합니다.
.pn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