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탈옥하는 소년범

[소년의 눈물 5화] 2015-08-05


※ 등장하는 소년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소년원 본방입니다. 깔끔하게 정리정돈 되었습니다. ⓒ조호진


두 소년을 만났습니다. 그것도 겨울에, 자그만지 서울소년원에서, 게다가 신입방에서. 신입방은 소년원에 들어온 소년범들이 임시로 지내는 곳으로 2주가량 지낸 후에 본방에 배치됩니다. 상천이(18)는 광대뼈가 불거진 짱돌 같은 소년입니다. 엄마가 아빠의 폭력에 못 견뎌 집을 떠나면서 비행의 늪에 빠진 소년입니다. 상천이가 만약에 꽃이었다면 진즉 시들었거나 얼어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상천이가 강해 보여서인지 준열(18세)이는 약해 보였습니다. 준열이에게 "너는 어떻게 해서 들어왔니?" 하고 물었더니 "보호관찰 위반으로 10호 받았어요?" 라고 말합니다. 보호관찰 처분을 받으면 처분 기간과 방문 횟수에 따라 보호관찰소에 가야합니다. 그런데 준열이처럼 부모의 돌봄을 못 받는 소년 중 상당수는 준수 사항을 어기고 명령을 위반하면서 구인(체포)돼 소년재판을 받습니다. 준열이는 소년법에서 가장 무거운 10호(2년 이내 소년원 송치)를 받았습니다. 준열이는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상천이와 준열이가 연락을 부탁했습니다. 꼭 들어달라는 눈빛이었습니다. 상천이는 자신을 돌봐주는 목사님과 여자 친구에게, 준열이는 아빠에게 연락을 부탁했습니다. 교도소처럼 소년원 또한 수용시설입니다. 이곳에 들어오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고,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합니다. 맘껏 뛰고, 놀고, 날아야 할 소년들인데 연락도 맘대로 못하니 얼마나 답답할까요. 미국에선 중범죄자들도 가족과 전화통화를 하게하고, 담배도 피우게 하던데, 이상한 건 맹종하면서 인권개선은 왜 외면하는지요.


소년들의 간절한 소망..가족이 다시 모여 살 순 없나요?

서울소년원 2층으로 올라가는 달팽이 통로. 겨울이 되면 달팽이 통로는 춥습니다. ⓒ조호진


상천이 부탁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큰아빠라고 부르는 목사님께 면회와 달라는 것이고, 둘째는 엄마가 유방암 걸렸으니 엄마가 사는 고향으로 이송시켜달라는 청원서를 써달라는 것이고, 셋째는 여자 친구에게 안부 전해달라는 것입니다. 상천이의 부탁대로 김 목사님께 전화했습니다. 상천이 형제를 7년째 돌보자 큰아빠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상천이에게는 두 살 많은 형이 있는데 형은 대전소년원에 있다고.. 상천이네 가정파탄의 주범은 술이었습니다. 아빠의 주벽이 심각했답니다. 아빠가 술에 취해 귀가하면 집안은 공포의 도가니가 됐답니다. 아빠가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니 가정폭력의 심각 정도가 짐작 갑니다. 아빠의 폭력에 시달린 엄마는 이대로 살다가는 죽을 것 같아서 가정을 떠났습니다. 엄마가 떠난 뒤로 아빠의 폭력이 더 심해지자 이들 형제가 가출한 거라는 딱한 사정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런데, 상천이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엄마에 관한 기억입니다. 상천이 엄마가 유방암에 걸렸던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유방암은 완치됐는데 문제는 재혼해서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의 엄마가 된 것입니다. 재혼한 남편에게 아기도 낳았답니다. 첫 번째 그랬으면 두 번째는 잘 좀 살았으면 좋으련만 재혼한 남편은 중병이 들었고 살림은 찢어지게 가난하답니다. 그런 탓에 상호 형제를 돌볼 겨를이 없다는 겁니다.


상천이는 엄마아빠의 재결합을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서 가족이 다시 모여서 오순도순 밥을 먹는 것이 최대의 소망입니다. 아빠는 돈을 벌고, 엄마는 가정주부였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엄마 냄새를 다시 맡는 것이, 엄마라고 다시 부르는 것이 상천이의 간절한 소망인 것은 가출 당시의 엄마만 간직했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남의 엄마가 된 것을 안다면 상천이의 소망은 좌절과 분노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천이에게 엄마의 재혼 사실을 어떻게 말합니까? 하지만, 엄마를 그리워하는 상천이의 소원은 들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상천이 엄마에게 연락했습니다. 상천이가 엄마를 너무 그리워하니 한 번이라도 만나서 밥이라도 먹자고 부탁했다는 등의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독감 걸린 소년원생..공사판 떠도는 아빠..엄마는 병사하고

서울소년원에는 240여명의 소년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서울소년원 입구입니다. ⓒ조호진


준열이 아빠에게 서너 차례 전화했지만 받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10시 넘어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술 마신 목소리입니다. 피곤에 지친 목소리입니다. 소년원에서 준열이를 만난 사람이라고 했더니 더 지친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아내는 병들어 죽었고, 자신은 공사판 떠돌이고, 저녁 대신에 술을 한잔 마셨다고..판사님에게 선처를 구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못난 아빠 때문에 아들이 소년원에 갔다고, 그래도 아들을 사랑한다며 울먹거렸습니다. 이런 소식을 안고 소년원에 갔습니다. 상천이와 준열이는 다행스럽게도 한 방에 배치됐습니다. 그런데 둘 다 독감에 걸렸습니다. 상천이는 장염까지 앓고 있었습니다. 짱돌인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상천이에게 목사님이 면회 오시기로 했다는 소식과 여자 친구가 고무신 거꾸로 신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여친은 상천이가 구속되자 마자 더 힘센 소년의 여친이 됐답니다. 하지만, 엄마에 대한 사실은 차마 전하지 못했습니다. 준열이의 이마를 만졌더니 고열입니다. 안경 너머의 눈자위가 벌겋습니다. "준열아, 아빠에게 전화했더니 잘 지내고 계시더라. 그런데 너의 아빠 참 좋은 분이더라. 너를 사랑한다고, 너무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어!" 라고 말했더니 몸을 힘겹게 일으키면서 씩 웃습니다. 그러더니 "저도 아빠를 사랑해요!" 라면서 마치 제가 아빠인 것처럼 두 팔로 하트 표시를 했습니다. 준열이는 전주소년원으로 이송돼 그 이후로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밤마다 탈옥하는 소년들..엄마를 불러도 대답이 없어요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 봄이 왔습니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은 어른의 구치소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소년들은 심사원에서 1개월가량 지내면서 소년재판을 받습니다. ⓒ조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