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파티를 열어준 사람들

[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



엄마 떠난 빈집의 그 아이 술 취한 아버지 매질을 피해서 거리 떠돌다가 잡혀 간 그 아이 이불을 덮었는데도 추워요 라면을 먹었는데도 배고파요 엄마는 안 오시나 안 오실거야 울다 잠들었던 그 아이

허기진 봄 밤에 깨어나

라면 또 끓이는 그 아이


멍든 얼굴로 라면 먹는 밤 먹다가 질려서 불어터진 봄 아버지, 라면 드세요 깨우는 밤


(조호진 시인의 '그 아이')
















오카리나 연주를 들으면서 난생 처음 먹어보는 지중해 요리에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 박수치며 웃음꽃을 피우고 환호성을 지르면서 봄밤을 밝히는 아이들…. '소년희망, 봄 파티'가 열린 이곳은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랍니다. 봄 파티가 열린 곳은 불우한 소년들에게 밥을 주기 위해 부천역 뒷골목에 만든 청소년 아지트 '청개구리식당'(대표 이정아)입니다.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대표 최승주)이 28일 오후 7시 청개구리에서 '소년 희망, 봄 파티'를 열었습니다. 봄 파티에 초대한 손님들은 엄마 없이 자란 성준(가명․19)이와 소년원에 몇 번 갔다 온 봉수(가명․22) 그리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현태(가명․18)를 비롯해 30여 명의 부천역 아이들입니다. 라면 먹는 배고픈 밤 때문에 슬퍼했던 가슴 아픈 아이들입니다. 봄 파티를 연 것은 이 아이들에게도 봄을 선물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봄이 왔다고 꽃구경 가고, 집 안팎에 봄단장을 하고, 봄 신상품 옷을 사 입으며 다들 봄을 만끽하는데 그늘진 아이들에겐 봄이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산에 들에 별의 별 꽃들이 피어 희희낙락거리지만 봄볕 들지 않는 방에 누운 아이들은 여전히 춥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년희망, 봄 파티'를 열기로 했습니다.



봄볕 같은 어른들이 봄 파티를 열었습니다. 지중해의 고급 요리를 재능기부로 만들어 준 셰프와 도움을 청하면 선뜻 달려오는 사진작가, 봄 파티를 제안한 대기업 CEO 출신 교회 장로와 건축회사 중역으로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자원봉사자와 오카리나 연주를 해준 아마추어 음악인 등 봄볕 같은 이웃들로 인해 그늘진 아이들에게도 봄이 왔습니다. 파티의 꽃은 지중해 요리였습니다. 맛과 건강을 위해 슬로우 푸드를 요리하는 임회선 셰프가 지중해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레스토랑 문을 닫고 온 임 셰프는 동료 이동진 셰프와 스페인 새우요리 '감바스'와 길쭉한 모양의 이탈리아 빵 '치아바타', 뉴질랜드 양고기로 만든 '찹스테이크'와 꽈배기 모양의 이탈리아 국수 '푸실리 파스타', 생선 대구로 만든 감자 고로케와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으로 만든 이탈리아 샐러드 '카프레제' 등의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호영씨는 아이들에게 접시를 나눠주었고, 예쁜 꽃님이인 재연씨와 정영씨를 비롯한 여성봉사자들은 배식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들은 접시 가득 담아준 요리를 먹으면서 오카리나 연주단 '다원 앙상블'의 은은하고 경쾌한 연주를 들었습니다. 다원의 순덕씨는 "엄마의 마음으로 연주했다"면서 "아이들이 박수치고 즐거워하며 호응을 해주어서 행복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언제든 불러주면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 두 딸의 아빠인 사진작가 경택씨는 "불편한 몸인데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와서 웃으며 봉사한 호영씨와 재연씨를 보면서 감동받았다"며 "이런 감동 때문에 자원봉사를 그만둘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색당 당원 미선씨는 "파티비용을 후원하면서 자원봉사를 한 이들을 보면 세상에는 선하고 멋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오늘의 멋진 파티가 내게 감동이듯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겠지"라며 감동의 여운을 페이스북에 남겼습니다. 건축회사 중역으로 중학생 아이를 둔 엄마는 퇴근하자마자 달려와 설거지 봉사를 했습니다. 엄마는 "봄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바빠서 가지 못해 서운하던 차에 봄 파티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면서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세상은 힘들고 그늘진 곳이 많지만 그럼에도 세상엔 따뜻한 곳이 있고 따뜻한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믿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아이들에게 부탁했습니다.



봉사 전문 사회자인 인천 남동경찰서 조우진 경위는 봄 파티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습니다.


경찰 제복 대신에 반짝이 조끼와 산티 나는 선글라스를 쓰고 날라리처럼 진행하자 맨 뒤에 앉은 봉수 패거리들이 삐딱했습니다. 혹시라도 깽판칠까 봐 "사회자가 경찰이야"라고 슬쩍 뒤띔하자 바로 자세를 고치더니 파티 끝까지 적극 협조했습니다. 성준이는 최고의 사회자라며 조 경위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쌍으로 치켜세웠고 미연(가명․17)이는 카카오친구가 되어달라며 전화번호를 땄습니다. "너무 즐겁고 행복한 파티였어요. 너무 재밌어서 소리 소리를 질렀더니 목이 아파요. 히히, 다음에 또 파티를 해주세요." 지중해 요리와 좋은 음악과 레크리에이션으로 신난 데다 텀블러와 문화상품권 등의 선물까지 받은 혜주(가명․18)는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현태는 "지중해 음식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 줄 몰랐다"면서 "그중에서 감바스가 최고로 맛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떠난 뒤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습니다. 편의점 음식 등 인스턴트 먹거리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과연 지중해 요리가 통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늘진 아이들에게도 봄이 찾아 오셨습니다!


엄마 없는 소년들에게 봄 파티를 열어준 봄볕 같은 어른들입니다.



※ [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는 위기청소년과 어린 미혼모의 사연을 담은 편지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을 돕는 따뜻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은 편지입니다.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에서 '소년희망배달부'로 활동 중인 조호진 시인은 스토리펀딩을 통해 기금을 조성, 2016년에는 경기도 부천에 <소년희망공장>을 만들었고 2018년에는 부천역 뒷골목에 <소년희망센터>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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