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역 골목에 건립 18.11.02
▲ 부천역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위기청소년. ⓒ 임종진
바람이 휘몰아치던 그 어느 날
소년은 뒹구는 꽃잎처럼 태어났다네
가난을 대물림 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난 때문에 지겹도록 싸웠고 술 취한
아버지가 살림을 부수며 주먹질을 하면
피멍 든 어머니는 자식을 버리고 떠났다네
소년은 눈에 보이는 끔찍한 세상 잊을 수 없어
아무도 손 잡아주지 않은 세상을 잊을 수 없어
가엾은 어머니, 달아난 어머니 왜 날 낳으셨나요
(조호진 시인의 '부천역 아이들 1')
부천역은 경인지역 위기청소년들의 거점입니다. 밤이 되면 부천역 일대는 유흥의 불야성입니다. 위기청소년들이 부천역에 모이는 이유는 그들 표현대로 '뚫리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미성년자인 소년들이 자고 마시며 놀 수 있는 여관(모텔)과 술집 그리고, 가출팸 생활을 할 수 있는 원룸 등이 넉넉하기 때문에 부천역에 모입니다.
소년들 중에는 빈곤과 불화 등에 의해 가정이 해체돼 거리를 떠도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소년들에게 가정은 안식처가 아닙니다. 가정이 따뜻했다면 가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출한 위기청소년들은 외롭습니다.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가출팸을 이룬 것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입니다. 서로 싸우고 미워하면서도 의지 가지하며 삽니다.
'소년희망공장'에 이어 '소년희망센터' 만들어
▲ 소년희망센터 입구에는 스토리펀딩 후원자와 기부단체들의 이름이 새겨진
액자가 걸려 있다. ⓒ 조호진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어게인)이 '소년희망공장'에 이어 '소년희망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태어나 어둠 속에서 자란 소년들은 어둡고 으슥한 곳을 좋아합니다. 부천역 으슥한 골목에 '소년희망센터'를 만든 것은 이 때문입니다.
"소년희망공장을 운영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밥을 주고 일자리를 주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빈곤과 가정폭력 등에 의해 가정이 해체되면서 거리로 내몰린 이 소년들에겐 희망이 필요합니다. 비행청소년이라고 낙인찍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이들 청소년들을 희망으로 일으켜주는 것입니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 없이 시민들의 힘으로 만든 소년희망센터가 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어게인 최승주(62) 대표가 '소년희망센터' 역할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소년희망공장'은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를 포함해 4073명의 후원에 의해 2016년 경기도 부천시 신중동역 인근에 만든 밥집 겸 커피가게입니다. 사회적 협동조합인 '소년희망공장'은 소년원 출원생을 비롯한 학교 밖 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지난 1년 동안 3000여명의 위기청소년에게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소년희망센터' 건립 자금 역시 스토리펀딩을 통해 모았습니다. 저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다음 스토리펀딩과 <오마이뉴스>에서 '희망의 한판승'이란 제목으로 연재해 2315만원을 모금해 어게인에 전액 기부했습니다.
스토리펀딩 후원자 500여명과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 소년희망센터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 임진성 변호사와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동암(東巖) 차리석의 장남 차영조 선생, 민족문제연구소 경기도 부천지부 박종선 지부장, 인천부천검정고시동문회 등 각계각층의 후원으로 스토리펀딩 모금액을 포함해 6천여만 원을 모았습니다.
'소년희망센터'는 학교 밖 청소년을 비롯한 소외된 청소년들의 변화·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대안교육·문화스포츠 공간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박준영 변호사 부천 특강 '소년에게 희망을! 사법에 정의를!'
▲ 소년희망센터 개소식과 박준영 명견만리 출연을 알리는 웹포스터
ⓒ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부천 특강과 소년희망센터 개소식이 11월 9일(금) 오후 6시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에 위치한 '소년희망센터'에서 진행합니다. 박 변호사는 2일 밤 10시 KBS-1TV에서 방송되는 <명견만리>에 출연해 '공동체의 위기, 공적 신뢰를 쌓아라'라는 주제 하에 진행합니다.
'수원 노숙소녀 사망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으로 구속돼 억울한 옥살이하던 위기청소년들의 누명을 벗겨준 박준영 변호사는 '소년에게 희망을! 사법에 정의를!'이란 제목의 부천 특강에서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방황하던 청소년 시절의 이야기와 재심 전문 변호사로 사법정의를 세우는 과정의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입니다. 어게인은 이날 개소식에서 박준영 변호사를 홍보대사로 위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소년원 출신 마술사 정재호(20)군이 이날 개소식에서 그동안 연마한 코인 마술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정군은 지난 5월 동전만을 이용해 마술을 보여주는 전국코인마술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서울소년원에서 마술을 배운 정군은 검정고시에 합격해 동아보건대 마술학과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 이 기사는 소년희망배달부인 조호진 시인이 2018년 11월 1일 <오마이뉴스>에 보도한 것입니다.
Commentai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