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에게 돌 던지기보다 아픔을 이해해야”

시집 '소년원의 봄' 낸 조호진 시인


※ 이 기사는 2016년 1월 13일 <한국일보>에 실린 기사입니다.


시집 '소년원의 봄'을 펴낸 조호진 시인은 7일 "소년범들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그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먼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소년범들을 대하는 시선은 하나같습니다. 인간쓰레기니까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거죠. 돌을 던진다 해도 아이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알고 나서 던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근 두 번째 시집 ‘소년원의 봄’을 펴낸 시인 조호진(56)씨는 7일 “청소년 범죄를 줄이려면 소년범을 처벌하고 가두는 것보다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소년원의 봄’은 기자 출신인 그가 이주노동자와 소년범 돕는 일을 해오며 쓴 시 77편을 모든 책이다. 올 봄 출간 예정이었으나 조씨가 추진 중인 사회적 협동조합 소년희망공장 건립에 2만원 이상 후원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한 계절 서둘러 펴냈다. 그는 “최소한 이 아이들이 왜 이렇게 됐는지, 이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이해해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소년의 눈물’과 ‘소년원의 봄’을 썼다고 했다.


소년희망공장은 보호자가 없거나 오갈 곳이 없는 학교 밖 청소년의 일터로 3월 경기 부천시에 세워질 예정이다. 그는 이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포털사이트 다음의 스토리펀딩에 ‘소년의 눈물’을 18회 연재해 목표 금액인 1,000만원의 7배에 달하는 6,923만원을 모았다. 그는 “소년범들에 관한 가사 형식의 이야기였는데 ‘이런 인간쓰레기들은 삼청교육대로 보내야 한다’는 식의 악성 댓글이 쏟아지다가 차츰 바뀌기 시작했다”고 했다.


독자들의 마음이 돌아선 건 갓난아이에게 분유를 사줄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던 보육원 출신 부부 이야기가 나가면서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잘려 돈을 벌지 못하는 소년원 출신의 어린 아빠, 그와 같은 보육원 출신인 어린 엄마의 이야기가 나가자 단번에 2,000만원에 이르는 후원금이 모였다. 조씨는 고아로 자란 부부를 위해 돌잔치도 마련해줬다. 그는 “부모와 사회에게 버림 받고 아무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다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일이 많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음지의 아이들에게 유난히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 자신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조씨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어려운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고 공장 노동자로 살며 노동운동을 했다. 소년원 출신인 친형 때문에 소년범이 어떤 인생을 살아가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이혼 후 한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그는 새로운 가정을 꾸린 뒤 감사의 마음으로 얼굴을 모르는 25세 청년에게 자신의 신장 한 쪽을 기증했다.


온라인매체 오마이뉴스 등에서 10여년간 기자로 일했던 그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노동자와 소년범 곁으로 돌아갔다. “이주노동자를 취재하는 현장에서 그들을 돕는 사람을 만난 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돕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다문화가정 출신인 연쇄방화범 소년을 만나면서 소년범을 돕는 일을 하게 됐어요. 아픈 아이들은 처벌보다 치료가 더 필요하니까요.”


조씨는 1989년 ‘노동해방문학’을 통해 시인이 됐다. 첫 시집 ‘우린 식구다’는 2009년 냈다. 쉬운 언어로 쓰인 그의 시엔 고도의 시적 기교도, 난해한 은유도 없다. “삶이 담겨 있지 않고 언어의 유희만 있는 시는 공허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은 아픈 사람의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됩니다. 삶의 진실성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감동을 줍니다. 그래서 재소자를 만날 때도 ‘인생의 슬픔과 아픔을 갖고 있는 당신들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를 잘 쓸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조씨는 소년범에게 동등한 눈높이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침략자가 식민지 백성에게 식량을 배급하듯 폭력적으로 남을 돕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소년범들에게 필요한 것도 ‘꼰대 같은 잔소리’가 아니라 “끊임 없이 당해 주는 것”이다. “상처 받은 아이들은 습성상 찌르기 마련입니다. 결핍된 상태니까 자꾸 빼앗고 훔칠 수밖에요. 한 번 도와준다고 그들이 바뀌지 않아요. 그런 그들을 기다려 주고 이해해주고 당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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