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과 엄마

[소년이 희망이다 5화] 2016-04-18


※ 기사에 등장하는 소년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소년원 방에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뿐 아니라 절망과 희망, 출소 일자 등의 낙서가 있습니다. 쇠창살 밖을 내다보는 소년의 그리움은 무엇일까요? ⓒ정형일


*10호 처분을 받은 너는 억울하다고 했다. 아내를 병으로 떠나보낸 너의 아버지는 판사에게 선처를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무능한 아비의 등 굽은 눈물이었다. 너를 소년원에 보내고 객지로 떠나 공사판 떠돌이로 저녁을 술로 때운 너의 아버지는 면회도 가지 못한 아비를 용서해라 미안하다 술에 취해 울다 잠들고 까까머리 소년수인 넌 신입방이 춥다고 했다. 죽은 엄마도 억울하고 노가다 아버지도 억울하고 무전유죄의 10호 처분이 니기미 × 같다고 말했다. 엄마가 살았으면 면회 올 텐데, 하늘나라는 특별사면도 없나 밤마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억울한 게 아니라 못난 거라는데 독감 걸린 너는 아버지가 불쌍하다고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이불 덮어쓰고 덜덜 떨면서 홀아버지를 그리는 소년원의 겨울 (*10호 : 소년법에서 가장 무거운 처분으로 소년원에서 2년가량 지내야 함.) 조호진 시인의 시 '10호' 전문

소년원에서 김 목사에게 보낸 준이 편지 ⓒ김경수


2014년 겨울, 서울소년원 신입방에서 10호 처분을 받은 열일곱 살 동갑내기 두 소년범을 만났습니다. 훈이는 엄마를 병으로 잃었고 준이는 엄마와 소식이 끊긴 지 오래됐습니다. 그동안 만난 소년범의 90%가량은 엄마가 없었습니다.


기다려도 오지 않고 불러도 대답 없는 엄마


그 이름을 지워버리기 위해 울부짖는 소년..이들에게 엄마는 그리운 이름이자 미움의 대상입니다.


일용할 양식을 챙긴 이웃집 엄마 아빠는 해저 물 녘에 귀가해 도란도란 저녁밥을 먹는 데 울 엄마 아빠는 왜 아니 오시나..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우두커니 기다려본 적 있는 사람은 압니다. 버림받음, 그건 상처가 아니라 각인(刻印)된다는 것, 평생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인해 만신창이 된다는 것을. 엄마 잃은 소년범을 만날 때마다 심연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있던 아픔이 뿌옇게 일면서 마음이 짠해집니다.


훈이는 지방 소년원으로 이송 갔고 준이는 본 방에 배치됐습니다. 준이를 만나러 소년원에 갔습니다. 허름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까까머리 소년들은 예배드리고 있었습니다. 더러는 졸고, 더러는 장난치고, 더러는 창밖을 멍하니 보고..예배를 마친 준이를 만났습니다. 밤톨 같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아주었습니다. 엄마가 안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준이는 암 투병하던 엄마를 무척 그리워했습니다.


큰아들은 교도소, 작은아들은 소년원


"자식 버린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꿈에 그리던 엄마를 7년 만에 다시 만난 소년범.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는 소년은

너무 행복합니다. ⓒ정형일


준이는 김경수(53) 목사를 큰아빠라고 부릅니다. 김 목사는 준이와 석이 형제를 7년째 돌보고 있습니다. 준이 형인 석(21)이는 지난해 12월 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김 목사는 엄마가 떠난 뒤로 가출과 자퇴,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석이를 부모 대신해 돌보며 고등학교까지 졸업시켰는데 수인(囚人)이 되고 말았습니다. 김 목사가 형제의 엄마를 찾아 나선 것은 버림받은 상처를 씻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들이 사고뭉치가 된 것은 버림받은 상처 때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7년 전, 준이 엄마는 암 투병 중이었습니다


병마와 가정폭력의 이중고에 시달리던 준이 엄마는 살기 위해 두 아들을 떠났던 것입니다. 김 목사는 수소문 끝에 준이 엄마를 만났습니다. 완치되진 않았지만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큰아들은 교도소 그리고, 작은아들은 소년원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야만 했습니다. 두 아들이 엄마를 몹시 그리워한다는 소식까지 전하자 여인은 망연자실했습니다.

교도소에서 석이가 김 목사에게 보낸 편지 ⓒ김경수


"자식을 버린 저로 인해 죄를 짓게 된 제 아이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만 살고자 애들을 떠나온 제 죄를 아이들이 대신 받는 것 같아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판사님, 마지막 딱 한번 용서를 베푸신다면 제 아들이 다시는 잘못된 길을 걷지 않도록 지도하겠습니다. 간곡히 용서를 청합니다."

여인은 눈물의 탄원서로 선처를 구하면서 두 아들이 갇혀 있는 교도소와 소년원을 찾았습니다. 큰아들 석이는 오는 8월 석방 예정입니다. 준이 얼굴이 밝아진 것은 꿈에 그리던 엄마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소년원에서 나온 준이는 그토록 먹고 싶던 엄마 밥을 먹으며 엄마와 함께 지냅니다. 엄마는 훌쩍 커버린 아들을 안으면서 속죄의 눈물을 흘립니다. 엄마의 사랑을 되찾은 준이는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준이에게 엄마를 만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대답합니다.


"엄마랑 사니까 좋아요. 너무 좋아요!"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를 버렸던 엄마를 용서해라


사랑하는 내 아들아, 엄마와 아들의 노래와 연주. ⓒ조호진


김 목사 초대로 지난 3월 13일 대구행 KTX를 탔습니다. 지난해 5월 개척했다는 교회는 경북 경산시 경산시장 입구에 위치한 낡은 건물 3층입니다. 스무 명 남짓의 교인들은 가난한 이들입니다. 저를 초대한 까닭은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모자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철(17)이는 드럼을 치고 철이 엄마는 '사랑하는 내 아들아'라는 가스펠송을 불렀는데 어찌나 구슬프고 절절하게 들리던지..


"억새풀 우거지고 어둠 내린 험한 산길에 방황하며 헤매 일 때 주님 음성을 들었어요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는 내 것이라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는 내 것이라 쉴 곳 없는 나그네 두 손을 마주잡고 너는 내 것이라 너는 내 것이라"

철이 아빠는 13년 전에 행방불명됐습니다. 네 살배기 아들을 5년간 홀로 키우던 엄마는 형편이 어려워지자 보육원에 맡겨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5년 뒤인 중학교 1학년 때 다시 데려와 함께 살았는데 아들의 눈빛이 달라진 것입니다. 순한 눈빛엔 원망이 가득 찼습니다. 버림받은 상처가 소년의 눈빛을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행동도 거칠어졌습니다.


예전의 순한 양이었던 아들이 아닙니다


험난한 인생길입니다. 엄마는 기구한 인생에 쓰러졌고 아들은 버림받은 상처로 사고뭉치가 된 것입니다. 소년재판에 넘겨졌던 철이는 김 목사의 도움으로 구속을 겨우 면했습니다. 그런 뒤로는 슈퍼스타 K 대구 예선전에도 출전하고 교회 찬양팀에서 기타와 드럼을 연주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지난 아픔을 노래하고 아들은 드럼을 연주하면서 고통의 세월을 씻었습니다. 모자의 모습을 보노라니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던 철이가 교인들 앞에서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드럼과 기타를 연주하는 전도사가 되어 과거의 저처럼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버림받고 매 맞고..가출하고, 훔치고, 붙잡히는 소년들


"우리마저 사고뭉치라고 내치면 이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김 목사가 돌보던 소년들이 교인들 앞에서 새 출발을 다짐했습니다. ⓒ조호진


뒤늦게 목회자가 된 김경수 목사가 돌보는 소년들은 하나 같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빠와 둘이 사는 상록(18)이는 8년 만에 헤어졌던 엄마를 만났습니다. 가정불화로 이혼하면서 따로 살던 석훈(17)이 엄마는 가정으로 돌아왔습니다. 김 목사의 개입과 중재 덕분입니다. 마트에서 담배 훔치다 붙잡힌 창호(16)가 경찰에 넘겨지지 않은 것 또한 김 목사가 용서를 빌었기 때문입니다. 김 목사는 사택으로 사용하려던 교회 4층을 철이네 모자에게 내어주면서 살길을 마련해주었습니다.


목사(牧師)를 목자(牧者)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양을 치는 사람이란 뜻이죠. 교회에선 교인을 양으로 비유합니다. 양은 순하기도 하지만 이기적이고 제 멋대로 여서 길을 잘 잃습니다. 성경에선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으라고 당부합니다. 은그릇을 훔친 장발장에게 은촛대까지 내어준 <레미제라블>의 미리엘 신부는 잃어버린 양을 찾은 진정한 목자입니다. 그런데 사고뭉치 양을 찾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김 목사가 돌본 소년 중에는 노트북을 훔쳐 달아나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와 시인은커녕 반발한 경우가 있습니다. 새벽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잡혀온 아이가 큰아빠라고 하는데 맞느냐고, 경찰서에 와줄 수 있냐고 형사가 요구했습니다.


소년들의 아빠들은 가정폭력이 심합니다


살림을 때려 부수고, 아이들을 마구 팹니다. 형사에게 연락이 오면 새벽에도 달려가고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술 취한 아빠를 말리러 가야 합니다. 김 목사가 저에게 들려준 말입니다.


"엄마에게 버려지고 아빠에게 매 맞은 아이들은 집을 뛰쳐나가고, 물건을 훔치고, 붙잡혀서 연락이 옵니다. 아이들을 교회에 데려오면 교인들이 싫어합니다. 사고뭉치들이니 당연히 싫어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겠냐고, 우리마저 내치면 이 아이들이 어디로 가겠냐고 설득하고 사정하다 보면 눈물이 납니다. 하도 그러니까 교인들이 저를 울보 목사라고 부릅니다."


관용과 사랑을 말로만 하지 마시기를..


가시밭길을 선택한 목사를 응원합니다.

소년의 손을 잡아주면 희망이 생깁니다. ⓒ조호진


대구 가정법원 위탁보호위원이자 대구 보호관찰소 특별범죄예방위원인 김 목사는 위기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마련 중입니다. 소년들을 돌보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참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 명의 사고뭉치 소년들을 데려오면 아흔아홉 명의 교인들이 교회를 떠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목사가 가정법원 측의 부탁으로 사고뭉치 소년을 가정에 데려왔습니다. 부모에게 버려진 소년이 교회에 온 이후로 도난사고가 자주 발생했습니다. 소년은 교인들의 돈을 훔치고, 교회 아이들을 때리고, 심지어 교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비행을 저질렀습니다. 교회가 쑥대밭이 됐습니다. 교인들의 원성과 반발에 못 견딘 목사는 소년을 포기했습니다. 소년은 목사와 교회가 말한 사랑과 용서는 거짓이라며 비난했습니다.


목사와 교회뿐 아니라 수많은 종교인들과 종교 시설들이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종교인들이 관용과 사랑을 강조하지만 행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잃어버린 한 마리 양보다 말 잘 듣는 아흔아홉 마리 양을 선택합니다. 그게 이익이고 편하니까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잃어버린 양을 찾으려는 김 목사의 길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입니다. 소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가시밭길을 택한 김 목사를 응원합니다.



※ [소년이 희망이다]는 조호진 시인이 2016년 3월부터 6월까지 <국민일보>와 다음카카오에서 동시 연재한 스토리펀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