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네 산타가 되어주세요!

[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

새벽 3시 무렵에 깼습니다.

반지하 단칸방에 사는 미혼모를 덮친

불행을 며칠간 곱씹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어린 미혼모에게 닥친 불행은 악덕 사채업자처럼 쫓아다니면서

절망과 고통을 강요하고 있으니 주님,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지난 금요일(11일) 미혼모 은주가

아기를 안고 소년희망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이기에 안부부터 물었습니다.

처음엔 잘 지낸다고 해서 적잖이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 은주가 갱도가 무너져버린

막장에 갇힌 광부처럼 앞이 캄캄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치킨집 배달 일을 하던 어린 남편 병호(가명·20세)는

코로나 사태로 실직하면서 아기 주훈(가명)이를 돌보고 있고

가장이 된 은주는 편의점 2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월세와 주훈이 병원비 등을 겨우겨우 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주의 가장 큰 걱정은 남편의 실직이 아니었습니다.

은주의 가장 큰 두려움은 남편의 구속도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걱정과 두려움은 남편이 구속되면 아픈 주훈이를

누가 돌봐줄 것이며 생활비는 어떻게 벌 것인가? 이었습니다.

병호는 주훈이가 태어나기 전 두 번이나 사고 쳤습니다.

첫 번째 재판에선 판사님의 선처로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지난 11월에 열린 재판에선 검사가 2년을 구형했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연기된 재판이 열리면 구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엄마 품에 안긴 주훈이는

천사처럼 새근새근 잠들었습니다.

복숭아처럼 발그레 달아오른 볼과

깊은 산속 샘물 같은 고요한 숨소리와

새순 같은 눈썹을 보는데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아가야 아가야 예쁜 아가야

엄마 품에 안겨 잘도 자는 아가야

아빠가 없더라도 부디 잘 자야 한다.

엄마가 슬피 울더라도 잘 자야 한다.

그런데, 주훈이가 꿈쩍 않고 오래 자는 것은

잠을 잘 자는 것이 아니라 병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주훈이 뇌 안에 피가 고여 있어서 가끔 발작한다고,

성장이 느려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병호와의 동거와 딸의 출산을 결사코 반대했던

은주 부모는 주훈이를 병호에게 주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젠 남남이라면서 등 돌렸습니다.

그런데 은주는 주훈이가 눈에 밟혀 그럴 수 없었습니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병수가 불쌍해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병호 엄마는 아기 병호 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병호는 할머니 품에서 자랐습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없었지만 따뜻한 사랑은 그리웠기에

은주와 사랑을 속삭이면서 철없는 아빠와 남편이 됐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었는데, 남보란 듯이 잘살고 싶었었는데

가슴 속 분노가 폭발하면서 꿈꾸었던 꿈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은주가 돈을 모으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 푼 두 푼 모으고 있다고 했습니다.

내년 1월 7일 주훈이 돌에 미아방지 목걸이와

팔찌를 선물해주려고 돈 모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까지 돈을 모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걱정이 있다고 했습니다.

반지하 단칸방에 곰팡이가 생기는 데다 벌레까지 많아서

월세가 더 싼 곳으로 이사하기로 했는데 공장지대 으슥한 곳에 있는

그 집의 벽지가 낡아 새로 도배해야 하는데 도배할 돈이 없다고 했습니다.

냉장고와 가스레인지와 전자레인지 그리고, 아기용 세탁기도 없다고 했습니다.

피난민 같은 어린 미혼모에겐 있는 살림보다는 없는 살림이 훨씬 더 많습니다.

겨울바람이 춥게 불었습니다.

미혼모의 불행한 이야기를 엿들었는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어둠을 토했습니다.

그 비명은 나의 시가 토하는 신음이었습니다.

봄이 왔는데도

꽃은 아니 피고

곰팡이만 피어서

아픈 몸 아플지라도

알바 인생 잘리고 또 잘릴지라도

쌀과 분유 떨어져 피눈물 난다 해도

살아라, 피눈물 삼키며 악착같이 살아

힘들어도 살고 더러워도 살고 꼭 살아

아무리 살려고 몸부림쳐도 살길 안 보여

이 세상 다 엎어버리고 끝내겠다 말아라

없는 놈이 깨지지 이 세상 깨지진 않는다

그러므로 살아 제발 살아 끝내 살다 보면

살아진다, 아이는 자라고 남루한 살림에도

처진 어깨에도 핀다, 아니 꽃 피곤 못 배긴다

그리하여, 좋은 날이 오면

눈물 나게 좋은 날이 오면

하늘도 기뻐하며 축복하리라

(조호진 시인의 ‘반지하에 사는 미혼 부부에게’)

반지하에 사는 미혼 부부를 위한 나의 비나리는

아무리 빌고 빌어도 소용없는 노래가 되고 말 것인가.

불행은 어찌하여 버리고 떠난 엄마처럼 떠나지 않는가.

절망은 어찌하여 월세처럼 찾아와 눈물 흘리게 하는가.

악덕 사채업자처럼 끈질기게 달라붙은 고통이여, 불행이여!

고요하지도 거룩하지도 않은

부천역 뒷골목에 어둠이 내리고

아픈 아기를 품에 안은 미혼모가

반지하 단칸방으로 서둘러 귀가합니다.

하얀 눈은 내리지 않고

어둠만 내려 쌓이는 밤

기쁘다 구주는 아니 오실까.

엄동 추위 때문에 못 오시나.

막차가 끊겨서 아니 오시나.

아니야, 오실 거야 부디 오실 거야.

초라한 말구유에서 태어나셨으니

반지하에 사는 미혼모네부터 들리실 거야.

곰팡이가 슬어도 벌레가 끓어도 오실 거야.

미혼모 품에 잠든 아기 아파서 잠든 아기에게

주의 천사가 나타나 위로의 노래 부르실 거야.

가난하셨으므로 가난한 이웃부터 찾으실 거야.


반지하 미혼모 은주네 산타가 되어주십시오.

가족과 헤어지는 병호의 산타가 되어주십시오.

오래도록 자는 아픈 아기의 산타가 되어주십시오.

미혼모 가정을 위한 중보기도의 손을 모아주십시오.

이를 위해 아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