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
원미동 할머니가 키우는
미혼모 아기 윤호(가명·3세)가
수족구병에 걸려 밤새 앓았습니다.
지난번엔 코로나19에 걸렸었고
지지난번엔 할머니가 코로나19
백신 주사 후유증으로 죽다 살아났습니다.
칠순이 넘은 늙고 병든 몸으로
손주 며느리가 버리고 간 아기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윤호는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릅니다.
늙은 엄마가 어디를 가거나 안 보이면
안 떨어지려고 옷자락을 붙들거나 울면서
엄마~엄마하고 웁니다. 분리 불안 때문입니다.
괴롭고 힘든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았듯이
내 핏줄인 증손주를 보육원에 보낼 수 없어서
애면글면 키우다 보니 그 세월이 1년하고도 5개월이 넘었고
돌도 안된 아기였던 윤호는 키가 웃자란 아이로 성장했습니다.
반지하 단칸방에 살던
은주(가명·23세)가 이혼했습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생계를 잇기 위해서
유산한 몸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구치소에 갇힌 남편의 옥바라지를 하고
발달 장애를 앓는 아기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등
어떻게 하든지 잘살아보려고 몸부림치다 주저앉았습니다.
은주의 남편이었던 병호(가명·22세)는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이 부천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인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의 법률 지원 등의 도움으로 지난 7월에 가석방됐습니다. 병호는 자신의 잘못 때문에 고생하는 은주를 이해한다면서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었고 아들 주훈(가명·3세)이 양육비를 지급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병호가 아들 주훈이를 위해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은주네 가정을 살려보려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헛수고가 된 것 같아서 가슴 아프고 허탈합니다. 그래서 은주에게 부탁했습니다. 아들 주훈이만큼은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엄마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방황하고, 사고 치다 법자가 됐던 아빠 병호의 아픈 인생을 아들 주훈이가 대물림하지 않도록 엄마가 양육해달라고 은주에게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엄마에게 버림받으면 우주의 미아가 되어 천애(天涯)의 외톨이로 천지간을 방황하다 너무 외롭고 슬픈 자기 자신의 인생이 불쌍해서 자기 자신을 저버리고 맙니다. 이 세상 하직한 고아처럼, 고아처럼, 고아처럼….
추석을
한 달 앞두고부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보육원 출신 미혼모와
보육원 출신 미혼부와
두 아기를 혼자 키우는 탈북 미혼모!
그리고, 스무 명이 넘는
소년희망공장 아이들에게,
이 아이들에게 뭐라도 선물해야 하는데
쓸쓸하고 외로운 명절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마음 포근해지는 선물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명절이거나
크리스마스이거나
모두가 기뻐하는 날이 되면
더 쓸쓸해지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이 풍진(風塵) 세상을 살면서
나만 잘 살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아무렴, 이웃과 더불어 잘 살아야 재미있지요.
이웃이 슬프면 같이 울고 기쁘면 같이 웃으면서….
삶의 여유가 있으시다면
삶에 지쳐서 외롭거나 쓸쓸하거든
짠한 이웃들을 살펴보시면 어떨까요.
수원 세 모녀 가정을 누군가 살펴봤다면
그래서, 떡을 나누고 정을 나누면서 살았더라면
이렇게 참혹한 죽음으로 비정한 시대를 고발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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