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에 사는 미혼모에게


▶2020년 1월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쉬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저의 첫 손녀 조유이입니다.


나는 행복한 할아버지

첫 손녀를 생각만 해도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는

나는 손녀 바보 행복한 바보


아가 아가 예쁜 아가

너는 어느 별에서 왔기에

이렇게 큰 기쁨을 선사하니

축복의 노래를 부르게 만드니


제 아무리 예쁜 꽃을 봤을 때도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봤을 때도

슬픔이 지나가고 기쁨이 왔을 때도

이렇게 삶을 예찬한 적이 없었단다, 아가야


▶월세 20만원짜리 은주네 반지하방.


그런데

그런데

아, 그런데


햇볕이 들지 않는 단칸방에서

곰팡이로 얼룩진 반지하방에서

미혼모 엄마와 사는 너를 보면서


나는 마냥 기쁨을 노래할 수 없구나

손녀를 안았던 가슴으로 너를 안으며

나는 기쁨과 행복을 잠시 내려 놓으마


가난한 미혼모가 가난에 떠는데

미혼모 아기가 외로워서 우는데

어떻게 기쁨을 노래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행복을 찬양할 수 있단 말인가


▶미혼모 은주와 갓난아기.


나의 첫 손녀 유이처럼

미혼모의 아들인 너 또한

축복받아야 한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세상 모든 아기들과 모든 생명들은 다


그런데 엄마야 엄마야 어린 엄마야

반 지하 단칸방에서 아기를 키우는

어린 미혼모인 너에겐 기쁨이 별로 없구나

죄인처럼 얼굴을 숙인 너는 걱정이 많구나


월세 걱정

분유 걱정

기저귀 걱정

곰팡이 걱정

살아갈 걱정


▶미혼모 아기 또한 축복받아야 합니다!


나는 두 손 모아 비노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라는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미혼모의 걱정을 대신할 수 없겠지만

그의 걱정을 십시일반 나누게 하소서

가난의 무게에 지치지 않도록 하소서

외로움에 쫓겨 떠나지 않도록 하소서

미혼모도 우리도 함께 행복하게 하소서


그러므로 나는


가엾은 미혼모 곁에 있을 때에야

진정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으리

내 손녀뿐 아니라 미혼모 아기들을

위해 일할 때에야 나는 기쁨의 일꾼이라네

그대 또한 그리해야 진정 행복할 수 있다네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 최승주 대표와 주훈(가명)이.


어제(3월 10일) 마스크와 아기 용품을 챙겨들고 반 지하 단칸방에 사는 미혼모 은주(가명·21세)네 집을 찾아갔습니다. 지난 1월 말, 분유와 기저귀를 가지고 찾아간데 이어 두 번째 방문입니다. 어제 봄비가 내린 탓인지 반지하방은 더욱 눅눅했습니다. 구조적으로 햇볕이 들지 않는데다 아기 빨래가 많이 걸려 있기 때문에 단칸방은 습기로 눅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 모퉁이에 핀 곰팡이, 어른인 저도 호흡하기 힘들었는데 미혼모와 아기는 얼마나 힘들까요.


반지하방!

▶곰팡이로 얼룩진 은주네 반지하방.


햇볕이 들지 않는 방, 장마가 오면 물에 잠기는 방, 술꾼이 술주정하며 소리치는 동네… 가난한 미혼모들이 사는 곳은 주로 이런 곳입니다. 영화 <기생충>의 가족들이 사는 그런 방, 그런 동네입니다. 은주는 월세 20만원 단칸방에서 지난 1월에 태어난 사내아기 주훈(가명)이와 연하 남편 병호(가명·20세)와 셋이 삽니다. 병호는 오토바이 배달로 월 100만 원 가량 벌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일이 끊겼습니다. 은주의 얼굴이 1월에 왔을 때보다 더 어두웠던 것은 이 때문입니다.


지난 1월 말에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주훈이를 처음 봤습니다. 가슴이 더 뜨겁고 아팠던 것은 첫 손녀와 비슷하게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주훈이는 제 손녀보다 이틀 먼저 태어났습니다. 손녀가 남아공에서 태어나 영상으로만 봤기 때문에 상상이 잘 안됐는데 주훈이를 보면서 짐작이 갔습니다. 갓난아기는 작구나, 아주 작구나…. 아기 천사 주훈이는 새근새근 잠자는데 미혼모 은주는 세상 죄를 다 지은 것처럼 얼굴을 숙인 채 말을 잘 잇지 못했습니다.


손녀를 만나고 돌아와 주훈이를 안아보니 아주 잘 컸습니다. 아주 작은 아기가 튼튼한 아기로 부쩍 자랐습니다. 눈빛이 별빛보다 더 초롱초롱한 주훈이를 안았다가 뉘였더니 다시 안아달라고 보챘습니다. 안아주었더니 슬그머니 웃었습니다. 천사처럼 웃는데 그야말로 심쿵했습니다. 그런데 방안을 살펴보면서 가슴이 미어집니다. 아기의 호흡을 힘들게 하는 저 곰팡이를 어떻게 하지? 옷장이 없어 널려진 저 옷들을 어떻게 하지? 병호의 일자리를 어떻게 하지?


▶가난한 미혼모는 왜 가난한 동네에서 살아야만 할까.


제습기

분유포트

아기용 옷장


은주네가 당장 반지하방에서 탈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병호의 일자리를 구하는 문제 또한 고민해야 할 숙제입니다. 우선 급한 것은 아기를 힘들게 하는 곰팡이와 습기 제거에 필요한 제습기입니다. 분유 타는데 필요한 분유포트, 단칸방 살림에 필요한 아기용 옷장도 급히 필요합니다. 여러분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도움을 청한 물건 중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으시면 부천소년희망센터로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와 함께 은주네를 비롯한 가난한 미혼모 가정을 위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추신


일전에 띄운 소년희망편지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무료급식을 중단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후, 대책을 강구한 끝에 아이들에게 도시락 등의 음식 제공을 통해 밥 굶는 아이들이 없도록 긴급 조치했습니다.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힘을 주는 이웃들 덕분에 힘을 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안과 염려를 쉽게 떨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겨낼 것입니다. 국난 극복의 전통을 이어온 이 나라 사람들, 위기 앞에서 강해지는 대한민국의 선한 이웃들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수고로 사태 극복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니 능히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나보다 어려운 내 이웃을 위해 마스크를 양보하는 선한 여러분이 자랑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빕니다.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의 소년희망배달부 조호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