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은주가 떠났습니다.
- 소년희망배달부
- 2021년 12월 14일
- 2분 분량
[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

소년희망공장이 '청파교회'(담임 김기석 목사) 교우들의 도움으로 서울역과 수원역 노숙인에게 제공할 도시락을 만들었습니다.
“뼈를 갈아 넣으시네요.”
소년희망공장을 살리기 위해
온몸을 던지며 일하는 우리 부부를 지켜본
동역자들이 건강을 우려하며 하신 말씀입니다.
뼈가 부러질 정도로 일해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헤쳐 나갈 수 없어서
공휴일에도 일했고 토요일에도 일했습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고 또 일했습니다.
어제(13일)는 귀가할 기운조차 없어서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침낭 덮고 잤습니다.
지친 몸으로 귀갓길 운전을 하다 두 번이나
교통사고 난 적 있어서 너무 힘들면 귀가를 포기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소년희망편지를 쓰지 못했습니다.
몸과 맘이 지쳐서 쓰러져 잠들었습니다.
그러함에도 감사한 것은
온몸이 부서지라고 일을 해도
폐업하는 사업체들이 부지기수인데
소년희망공장은 살아났다는 것입니다.
그냥 겨우 살아난 것이 아니라 5호점까지 늘리면서
위기 청소년들에게 일자리와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면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죄송합니다.
반지하 단칸방에 살았던 은주(가명·22세)가
혼자 키우던 아기 주훈이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은주의 아기 주훈(가명)이는
아빠 병호(가명·21세)에 이어서
자기를 낳아준 엄마에게 버림받았습니다.
아들 주훈은 두 번째 생일을 한 달 남짓 앞두고 버림받았고
아빠 병호는 아들 주훈이보다 더 어릴 적에 버림받았습니다.
버려짐의 대물림, 이 대물림을 어떻게 해야 끊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주훈이에겐 친할머니가 없습니다.
그래서 증조할머니가 주훈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증조할머니가 암 투병 중이라는 것입니다.
아빠 병호는 현재 구치소에 수감 된 상태입니다.
모종의 사건으로 1심에서 2년형을 받고 항소했는데
피해자와의 합의 실패 등으로 감형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게인 임진성(변호사) 이사장님이 은주와 함께 접견을 하러 갔습니다. 어게인이 변호사 무료 선임으로 병호를 돕고 있습니다.
은주를 나쁜 여자라고,
자식을 버린 짐승만도 못한 여자라고
마구 욕하면서 돌을 던질 수만은 없습니다.
지난 2년간 은주의 삶을 지켜봤는데
아기를 키우기 위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이 애를 썼는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없는 남편은 꺼내 달라 난리고
생계를 책임진 은주는 유산한 몸으로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합의서를 받기 위해
피해자 측에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사정해야 했고,
발달 장애를 앓는 주훈이를 치료하느라 병원 다니고,
어린이집에 맡겼다 데려오느라 쓰러질 지경이었습니다.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을까.
얼마나 막막하고 괴로웠을까.
은주를 생각하면 짠하고 안쓰럽습니다.
엄마를 찾고 있을 주훈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위기청소년 동현이에게 방을 얻어준 날, 함께 삼겹살을 먹었습니다.
어게인의 따뜻한 이웃들이
은주네를 돕기 위해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가정은 깨졌고 아기는 버려졌습니다.
은주뿐이 아닙니다. 저희도 지치고 지칩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어게인 사역이 괴롭습니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40대 미혼모
현주(가명)는 치료와 재활을 약속했지만
약속을 수시로 깨면서 술독에 또 빠졌습니다.
현주 홀로 키운 아들(17세)은
술에 미친 엄마를 폭행하고, 현주는 살려달라고 하는
끔찍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신병원 입원 절차를 밟고
홀로 남겨질 아들이 지낼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엊그제 또다시 존속폭행 사건이 발생, 112에 신고해야만 했습니다.
낙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헛된 수고를 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가정폭력 희생자로
품행 장애 등의 정신 문제를 가진
동현(가명·19세)이가 어게인의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됐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취업까지 했으니 얼마나 감사하지 위로가 됐습니다.
아빠와 계모의 폭력으로 입은 심한 상처가
할머니 등의 가족을 폭행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가족과 친지는 물론이고 동현이를 돕던 수많은 이들도
동현이의 반사회적 행동에 지쳐서 끝내 포기하고 말았는데
끝내 포기하지 아니하고 살렸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요.
백 번의 절망과 낙담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희망과 기쁨이면 족하겠습니다.
그러므로,
낙심하며 포기하지 말고
인정이 메마른 땅이 적셔지도록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계속해야겠습니다.
눈물만 나오네요. 알면서도 뭐를 어떻게 해줄수도 없는 상황이라는게 저 자신에게 화가 날 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