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에게 선물 준 사람들


▲소년희망공장 1호점에서 일하는 어게인 최승주 대표.


황금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저희는 보람차고 힘든 연휴를 보냈습니다.

미혼모에게 선물을 전달해서 좋았고 힘들었습니다.


어게인 대표인 아내는 메이데이(5월 1일)에 위기청소년의 자립 일터인 '소년희망공장'을 돌렸습니다. 소년희망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과 직원에겐 값진 음식을 대접하면서 노동의 수고에 감사드렸습니다. 토요일(5월 2일)에는 집에서 쫌 끙끙 앓다가 몸을 추슬렀고 주일(5월 3일)엔 예배를 드린 뒤에 미혼모 아이들의 어린이날 선물꾸러미를 포장하느라 바빴습니다. 월요일(5월 4일)에는 가까운 미혼모 가정은 직접 방문해 선물을 전달했고 멀리 사는 미혼모 가정은 선물상자를 발송하는 등으로 보람찬 연휴를 보냈습니다.


쉴 틈 없이 일하던 아내는3년 전에 과로로 쓰러졌습니다.

쓰러지면서 뼈를 다치는 바람에 두 달 동안 쉬어야했던 아내는

깁스를 푼 뒤, 역전의 용사처럼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합니다.


아내가 어깨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어깨를 만져보니 돌처럼 딱딱했습니다. '소년희망공장 1호점 컴포즈커피'(카페)를 운영하랴, 미혼모 자립 일터인 '소년희망공장 3호점 스위트그린'(샐러든&샌드위치 전문점)을 만들랴, 학교 밖 청소년을 비롯한 위기청소년 대안교육 공간이자 문화스포츠 공간인 '소년희망센터', 코로나로 닫혔던 문을 열 준비하랴, 3군데 임대공간의 월세를 밀리지 않으랴, 직원들의 인건비를 채우랴, 떠돌이 아이들의 밥값을 마련하랴…. 이 무거운 짐을 진 아내의 어깨는 굳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는 아내가 대단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짠하기도 합니다. 저러다, 또 쓰러지면 어떻게 하지….


▲멀리 사는 솜이네에게 보내준 창작동화 세트. 빨간 주머니엔 CD가 담겨 있습니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날은 아이들 세상이라고 하는데

아빠가 없어 더 서러운 미혼모 아이들은,

반지하 단칸방에서 사는 미혼모 아기들은

날 수도 없고, 달려갈 수도 없고, 노래 부를 수도 없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로 위로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미혼모와 소녀가장들로 단톡방을 만들어 갖고 싶은 선물 조사를 했습니다. 마침, 강남 엄마들이 정성껏 모아주신 아기와 아이용품들이 있었던 데다 부천의 이름 모를 엄마가 부천시의회 박찬희 의원님 편으로 배냇저고리를 비롯한 출산용품 세트를 손수 만들어 보내주셨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어린이날 선물이 풍성해졌습니다. 이 선물들을 미혼모와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 황금연휴에도 일했으니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부천 엄마가 선물한 배내저고리를 비롯한 출산용품 세트.

▲부천 엄마가 손수 만들어 보내주신 수제 출산용품 세트.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보육원 출신 미혼모 솜이네(가명)에겐

자녀들을 잘 키운 부천 엄마가 기증해주신

창작동화 그림책과 함께 강남 엄마들이 주신

예쁜 옷과 신발 등을 어린이날 선물로 주었습니다.


▲강남 엄마들이 모아준 출산용품과 어린이용품을 미혼모에게 대신 선물했습니다.


소년원 출신 미혼부 영호(가명·20세)에겐

딸 혜은이(가명·2세) 선물로 영아 이불세트와

강남 엄마들의 선물과 수제 출산용품을 선물했고

반지하 단칸방에서 백일 지난 아기를 키우는 미혼모 은주(가명·21세)에겐

강남 엄마들이 주신 선물과 함께 부천 엄마의 수제 출산용품을 선물했습니다.


▲소년원 출신 미혼부 아이에겐 이불세트, 미혼모 아이에겐 공룡피규어, 부모 없이 사는 아이에겐 보드게임을 선물했습니다.


혼자서 아들을 키우는 미혼모 미숙(가명·23세)이네

다솔(가명·3세)이에겐 강남 엄마들이 모아준 선물과

점박이공룡 피규어 세트를 사달라고 해서 사주었습니다.

소녀가장 현주(가명·21세) 동생 보람(가명·10세)이에게는

보드게임을 갖고 싶다고 해서 사주었고, 오는 8월 출산예정인

소년원 출신 미혼모 효린(가명·19세)에겐 강남 엄마의 출산용품과

부천 엄마가 손수 제작 중인 배내저고리 세트를 선물할 예정입니다.


▲엄마 없이 살던 아홉 살 당시(1969년)의 삼형제. 왼쪽부터 저와 동생과 연년생 형.


어린 시절에 저는 어린이날이 싫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저는 어버이날이 싫었습니다.

노점상 아버지는 어린이날에도 일해야 했고

새벽어둠에 떠난 어머니는 소식이 없었습니다.

선물 줄 사람이 없어서 어린이날이 싫었습니다.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엄마가 없어서 싫었습니다.


이런 날만 싫었던 것은 아닙니다.

입학식도 싫었고 졸업식도 싫었고

설날과 추석과 성탄절이 싫었던 것은

이런 날이면 더 서러웠기 때문입니다.

수학여행이 싫었고 육성회비 가져오라고

독촉하며 벌을 세우는 학교가 싫었던 것은

가난 때문에 입어야했던 수치심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서럽고 슬픈 날이면

오목교 뚝방에서 연을 날렸지만

돈 벌어 오겠다던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고

끊긴 연은 하늘 멀리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가난 곁으로 돌아온 것은

우는 이들과 함께 우는 것은

가난과 눈물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아픔이 아직 남았기 때문입니다.


결코 사랑이 많아서 온 게 아니기에

주의 큰 믿음으로 온 게 아니기 때문에

가난한 아이들을 돕다가 상처를 입습니다.

사나운 미혼모를 돕다가 넘어지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속이는 아이들

원하는 것을 주지 않으면

뒤통수 치고 거짓말하는 미혼모에게

상처 입고 넘어진 날은 끙끙 앓습니다.

어떤 날은 짠하고 어떤 날은 밉습니다.


▲부천역의 한 모텔. 끊임없이 죄를 짓고 범하는 아이들.


야단을 맞으며 자라는 아이들은 비난을 배우고

적대적인 분위기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싸움을 배우고

두려움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불안감을 배우고

놀림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은 수치심을 배우고

질투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시기심을 배우고

수치심을 느끼며 자라는 아이들은 죄책감을 배운다.


(도로시 로 톨테의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배운다' 중 일부)


평생을 아동교육에 바친 교육자'

도로시 로 놀테'의 경구(驚句)처럼

가정폭력 속에서 불우하게 자란 아이들은

가정해체 속에서 일탈하며 자란 미혼모들은

좋은 것을 주어도 감사할 줄 모르기 일쑤입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 아이들을 어쩌면 좋습니까.

끊임없이 죄를 짓고 범하는 이들을 어쩌면 좋습니까.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대접할 때

감사할 줄 알거든 돕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이들만

골라서 도우라 하지 않으시고

너도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고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주라고 하셨으니

사랑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행복하다 하셨으니

상처 많은 아이들이니 봐줘야 하지 않겠냐 하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