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와 소년원

[소년이 희망이다 9화] 2016-05-16


워킹 포즈를 취하고 있는 미스코리아 이민지(왼쪽)와 한호정 ⓒ 김진석

안양소년원을 찾아간 미스코리아 이민지(오른쪽)와 한호정 ⓒ 김진석


"어머, 저 다리 좀 봐!"

"언니, 정말 예뻐요. 날씬해요!"

"언니, 언니 사인 좀 해주세요!"

2015 미스코리아 진 이민지(25)와 미 한호정(25) 언니가 담장 안 동생들과 희망을 나누기 위해 5월 12일 경기도 안양소년원을 찾았습니다. 정갈한 교복 차림의 소녀들이 미스코리아 언니들을 반겨 맞아주었고 언니들은 아낌없는 환대에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안양소년원의 다른 이름은 '정심 여자 정보산업학교'(교장 황계연)입니다. 불우한 가정환경 등의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소년원 처분을 받고 이곳에 온 200여 명의 소녀들은 중학교 과정과 검정고시를 공부하며 대학 진학을 준비하거나 제과·제빵, 텔레마케팅, 피부미용, 헤어디자인 등의 직업훈련을 통해 거듭나고 있습니다.


2015 미스코리아 언니와 함께 하는 안양소년원 희망토크쇼


시 낭송하는 한호정 ⓒ 김진석


사랑한다 사랑한다 너희는 그냥 깨질 수 없는 꽃 담장꽃 담장 안에서도 피는 꽃 담장꽃 밟혀도 피고 슬퍼도 피는 담장꽃 너희는 그냥 희망이 아냐 깨져도 희망 울어도 희망 마침내 희망인 담장꽃들아 가자, 버리고 짓밟은 세상에 꽃을 피우러

조호진 시인의 시 '담장꽃'의 일부


미스코리아 언니와 소년원 동생들은 금세 친해졌습니다. 미스코리아는 교만할 것이란 편견과 소년원생들은 사나울 것이란 낙인은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서로 만날 때 편견과 낙인을 거두고 진실과 진심으로 만난다면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두 언니는 동생들을 먹이기 위해 사온 멜론과 파인애플을 나눠준 뒤에 점심을 함께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배식봉사하는 미스코리아 ⓒ 김진석

소녀들과 만나는 미스코리아 ⓒ 김진석


'2015 미스코리아 언니와 함께 하는 안양소년원 희망토크쇼'를 위해 강당으로 들어서자 정심관악대의 우렁찬 연주와 동생들의 환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위기청소년의 좋은 친구 어게인' 최승주(59)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희망토크쇼에서 한호정 언니가 '담장꽃'이란 시를 낭송했습니다.


세상이 야속할지라도 마침내 희망이 되어 세상을 밝히는 꽃이 되어달라는 소망을 담아서..


성악을 전공한 이민지 언니는 신가곡 '아리 아리랑'을 불렀습니다. 구성진 아리랑이 이민지 언니를 통해 밝고 힘찬 아리랑이 되어 객석을 흔들었습니다. 오는 12월 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하게 되는 이민지 언니는 그 대회에서도 아리 아리랑을 부를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국인의 뜨거운 노래로 세계인의 가슴을 울릴 것이 틀림없습니다.


언니들의 시와 노래에 화답하기 위해 7명으로 구성된 텔레마케팅 반 소녀들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색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소녀들은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라는 음악에 맞추어 우스꽝스러운 춤으로 무대를 달궜고, 이어서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50여 명의 학생들의 막춤이 진행되면서 강당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습니다.


남자 친구 있어요? 미스코리아에 왜 도전했어요? 미스코리아에 출전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요? 언니처럼 몸매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등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소녀들의 큰 관심사는 몸매와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미스코리아 경연 기간 동안 합숙하면서 교육받은 아름다운 자세 교정법이나 다이어트 비법 등에 대한 팁을 동생들에게 전달해 준 두 언니는 아름다움 그리고, 꿈과 희망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희망토크쇼 하는 미스코리아 ⓒ 김진석

희망토크쇼 하는 미스코리아 ⓒ 김진석


"저를 예쁘다고 응원해주어서 고마워요. 세상에는 저보다 예쁜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실수하고, 깨닫고, 성장하면서 아름다워지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피부가 까무잡잡해서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었고, 성악을 전공하였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면서 자신감이 없어서 위축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교수님께서 '왜 미리 포기하느냐' 하면서 '할 수 있다'는 말을 외치라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매우 어색했지만, 계속 외치면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고, 꿈도 이루어졌어요. 미스코리아 경연에서는 피부가 건강하게 보여 오히려 가산점이 되었고요. 자

신이 단점이라고만 여겼던 부분이 오히려 차별성으로 장점이 될 수 있어요. 힘들 때면 위축되지 말고 마음속으로 '할 수 있다'고 외쳐보세요.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져요." -이민지-


안양소년원 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들려주는 미스코리아 ⓒ 김진석

미스코리아와 안양소년원 동생들의 아름다웠던 하루 ⓒ 김진석

안양소년원 동생들과 합창하는 미스코리아 ⓒ 김진석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 더 예뻐지는 것 같아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잘 사용하세요. 꿈을 꼭 이루길 바랄게요. 언니들이 응원할게요. 저는 동생이 없어서 동생들을 보면 반가워요. 저를 큰언니처럼 생각해주세요. 여러분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만들어 가고 싶어요. 여러분을 위해 기도할게요." - 한호정 -


미스코리아 언니들과 함께 하는 희망토크쇼는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미스코리아보다는 동네 언니처럼 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 시간이었습니다. 두 언니는 정심관악대 연주에 맞춰 가수 김세환의 '사랑하는 마음'과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함께 부르면서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오월, 안양소년원의 하루는 꽃보다 아름다웠고 봄 햇살보다 따뜻했습니다.


소년원 동생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어요


경기도 여자 청소년 자립 생활관을 방문한 미스코리아 ⓒ 김진석


안양소년원을 출발한 미스코리아 언니는 인근의 '경기도 여자 청소년 자립생활관'(관장 오명희)에 도착했습니다. 한국소년보호협회가 운영하는 이곳은 그룹홈 형태의 자립 보호 공간으로 10대~20대 소녀 20명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집을 떠날 때처럼 돌아갈 집도, 반겨줄 부모도 없는 소녀들의 거처입니다.


수정(21·가명)이는 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엄마 아빠는 수정이 남매를 두고 떠난 뒤에 소식이 끊겼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출과 방황으로 떠돌던 수정이와 오빠는 서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오갈 곳이 없어진 수정이에게 생활관은 집이고 관장님은 엄마입니다. 관장님의 지극한 돌봄에 힘입어 올해 대학생이 됐습니다.


주희(18·가명)는 아빠와 살았습니다. 주희가 거리를 떠돌게 된 것은 아빠가 알코올에 중독되면서였습니다. 주희가 생활관에 입주하지 않았다면 죄와 절망의 나락에 깊이 빠졌을 것입니다. 야간고등학교 2학년생인 주희의 꿈은 유치원 교사입니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누구나 꿈을 이루진 못합니다. 버리고 떠난 엄마와 술에 쓰러진 아빠처럼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주희에겐 응원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미스코리아 언니들은 안양소년원과 생활관 동생들의 모습에 놀라워했습니다.


그렇게 아팠고, 여전히 아플 텐데도 씩씩하고 밝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생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했습니다. 민지 호정이 언니가 아픈 동생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동생들에 비해 아픔을 겪어본 적이 없어요. 동생들의 아픔과 고통을 저는 알 수 없어요. 동생들의 뼈아픈 고통을 겪어보지못했으니까요. 동생들의 고통을 어떻게 해줄 순 없지만 제 어깨에 기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힘들지만 잘하고 있잖아. 괜찮아 힘내. 그런 언니가 되고 싶어요. 언니, 손 좀 잡아주세요! 요청하면 손을 잡아주고 위로하고 싶어요. 그렇게 다가가고 싶어요." - 이민지 -


"더 유명해지려고 하는 삶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영향력이 생긴다면 선한 일에 쓰고 싶어요. 아름다움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하지 말고 (안양소년원과 생활관) 동생들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해요. 오늘 그런 생각을 더 새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한호정 -


오드리 헵번처럼 아름다운 여성이 되길


생활관 소녀와 함께 하는 미스코리아 ⓒ 김진석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 기억하라. 만약 네가 도움을 주는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세계적인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자녀에게 남긴 유언 중 일부입니다. 유니세프 명예대사로 활동한 그녀는 굶주림과 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아프리카와 남미로 달려갔습니다. 세상의 많은 여배우들은 늙은 얼굴을 노출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병든 모습을 드러내면서까지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오드리 헵번을 진정 아름다운 여인으로 기억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미스코리아 이민지와 한호정 양은 한국 최고의 미인입니다. 두 사람의 말처럼 세상에는 미인이 많습니다.


하지만 내면까지 아름다운 미인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세상이 낙인찍은 소년원 동생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늘이 내려준 미모를 선한 일에 쓰겠다고 서로 다짐했습니다. 두 미스코리아가 오드리 헵번처럼 절망에 처한 소년들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