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미혼모를 건져주소서!

[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


그녀의 십자수 선물

한 알 한 알

십자수를 놓으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상하고 망가지고 으스러진

인생의 파편들을 모으고 모아서

십자수처럼 가지런히 수 놓는다면,

눈물의 십자가 아래 엎드려 기도한다면

비련의 인생을 치유해주실까? 새롭게 해주실까?

지난 3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그녀(40세)가

성경과 십자가를 수놓은 십자수를 선물했습니다.

알코올 중독의 깊고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그녀가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한 십자수는

수천 개의 큐빅을 캔버스에 정성껏 수놓아 만든 수공예 작품입니다.

알코올 중독치료를 다짐하며 두 번째 입원했던 그녀는

피붙이에게조차 외면당한 자신과 아들을 보호자처럼 돌봐준

아내 최승주 권사에게 감사의 표시로 십자수를 선물하면서 다시는

알코올의 늪에 빠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혀서 내심 기대했지만….

병원에서 퇴원한 그녀는

술병과 담배꽁초로 엉망이 된

집안을 대청소한 뒤 어게인 사무실에 출근해

자원봉사 활동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 환영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디 좀 다녀오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베드파더’에게 양육비 받아내려다가

“대표님, 속이 상해서 술 좀 마셨습니다.”

“그럼, 그 사람들이 당신을 환영할 줄 알았어요!”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그녀가

또다시 술에 취해 전화했습니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해놓고,

거듭남의 의지를 다지면서 십자가 수 놓기까지 해놓고

한순간에 무너뜨린 그녀에게 실망한 아내가 심하게 나무랐습니다.

늘 위로와 격려로 도와주던 아내의 꾸짖음에 그녀는 당황했습니다.

그녀가 잠시 다녀오겠다는 ‘어디’는

그녀를 임신시킨 나쁜 남자의 집이었습니다.

그녀가 유학 갔다 돌아와 학원 강사로 일하던 시절,

수강생이었던 나쁜 남자는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안 뒤 떠났고

사생아를 낳은 그녀는 아들(17세)을 혼자서 키워야 했습니다.

어린 시절 폭력과 학대를 딛고

보란 듯이 살아보려고 유학까지 다녀온

그녀는 시인의 꿈을 키우면서 열심히 살았건만

나쁜 남자로 인해 미혼모가 되면서 인생이 망가졌습니다.

의지할 누구도 없는 무섭고 외롭고 불안한 세상에 버려진

그녀는 우울증을 달래려 마신 술에 취해 알코올 중독자가 됐습니다.

기구한 그녀의 인생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짓밟은

나쁜 남자에게 양육비를 받아내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새 삶의 목표로 ‘베드파더’에게 양육비를 받아내기로 한 그녀는

나쁜 남자의 집으로 찾아가서 그 남자의 아버지에게 찾아온 뜻을 밝혔다가

사과를 받기는커녕 미친× 취급을 받은 그 충격에 술을 마셨던 것이었습니다.



알코올 중독과 존속폭행의 이 사슬을

인천가정법원은 2020년 소년재판에서

엄마를 폭행한 아들에게 ‘2호 처분’(수강명령)을 내렸고

수탁기관인 ‘어게인’은 그녀의 아들에게 10회에 걸쳐 상담했습니다.

미혼모 가정에서 태어난 아들은 온전한 양육과 돌봄을 받지 못했습니다. 나쁜 남자에게 버림받은 엄마는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채 술에 의지했고 나약하고 무기력한 엄마의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은 아들은 엄마에 대한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했습니다. 10회에 걸친 상담 결과 아들은 자신을 홀로 키우면서 힘들었을 엄마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면서 엄마와의 관계회복 의지를 밝혔습니다. 재범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란 평가에 따라 엄마와 아들과의 최종 면담을 거쳐 종결할 예정이었습니다.

이대로 종결해도 무방했습니다. 법원이 위탁한 것은 처분에 대한 이행이었고 이를 성실하게 수행했으므로 그녀의 인생사와 가정사에 개입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어게인이 인천가정법원 수탁기관이고자 한 이유는 실적을 쌓기 위함이 아니라 한 생명이라도 살리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날, 처음 본 그녀의 모습에서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슬픔과 고통을 봤고, 이대로 종결하면 존속폭행의 비극이 계속될 것이 예상됐기에 법원이 특별히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불행과 고통의 늪에 빠진 모자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그녀의 삶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늪에 빠졌습니다.

실직한 그녀를 위해 생활비를 지원하고,

병원비와 이사비용 등의 일체를 지원했고,

삶의 용기를 낸 그녀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면서

삶의 의욕을 보이는 듯이 했으나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그녀는 또다시 술에 취했고 아들은 엄마를 또 폭행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설득해 알코올 중독치료를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로 하고 어게인의 수호천사이신

채송화 수녀님의 도움을 받아서 병원에 입원시킨 뒤에

존속폭행뿐 아니라 비행에 노출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과 법원의 긴밀한 연락과 도움으로 쉼터에 입소시켰습니다.



늪에 빠진 미혼모를 구해주소서!

양극성 정동장애,

공황장애와 우울증,

사회생활 및 일상생활 불가능

반사회성과 편집증, 분노, 적개심, 불신, 성격장애….

그녀는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졌습니다.

늪에 빠진 게 그녀의 잘못만은 아니지만

그녀를 늪에서 건지기엔 너무 깊은 병에 걸렸고

본인도 본인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의지박약합니다.

우리는 그녀를 건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현명한 방법은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녀를 건지려고 하면 할수록 더 빠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또한 늪에 빠졌다가 구원받았습니다.

그러므로, 빚진 자로서 두 손을 모아서 기도드립니다.

주님!

우리는 건질 수 없지만

우리를 건져주신 주님께서는

불쌍한 이들을 건져주실 수 있으시니

가엾은 그녀와 아들을 부디 건져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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