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꿈꾸는 일진들

[소년이 희망이다 13화] 2016-06-13


제자들을 훈련시키는 박용호 경위 ⓒ 김진석


"엄마, 엄마, 엄마.."

할머니와 사는 형준(가명․16)이는 엄마가 보고 싶으면 이웃 동네에 사는 엄마 집을 찾아가 먼발치에서 엄마를 부르며 눈물 흘리다 돌아오곤 했습니다. 엄마는 아빠의 술주정과 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했습니다. 남의 엄마가 되어버린 엄마는 아들의 발길이 부담스러웠던지 먼 곳으로 이사 갔습니다. 이제는 엄마가 그리워도 찾아갈 수 없습니다.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어요?"

"우리는 왜 이렇게 가난해요?"

갓난아기 때부터 할머니 품에서 자란 태민(가명․18)이는 이렇게 울부짖곤 했습니다. 출생의 아픔으로 방황하던 태민이는 중학생이 되면서 사고뭉치가 됐습니다. 담배 피우다 걸려 선생에게 혼나고 친구들 때리고 돈 뺏다 경찰에 붙잡혀 서울 소년 분류심사원에 갔다 왔습니다. 타고난 싸움꾼인 태민이는 조폭 선배들이 탐을 내는 소년이었습니다.


진수(가명․17) 부모는 꼴통 짓하는 아들 때문에 화병이 날 지경입니다. 선생들은 결석을 일삼는 사고뭉치 진수가 차라리 학교 밖으로 사라지기를 원했습니다.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준호(가명․16)는 친구들에게 돈을 빼앗아 기름을 채웠고 담배와 술은 훔쳐서 해결했습니다. 준호는 경찰의 검거 대상이었습니다.


인천 남동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이 일군 기적


"꼴통 아이들이 모범생과 우등생으로 변했어요!"


인천경찰청 상무관에서 훈련 중인 소년들 ⓒ 김진석

인천경찰청 상무관에서 훈련 중인 소년들 ⓒ 김진석


지난 7일 오후 6시 인천지방경찰청 지하 1층 상무관에선 백색과 청색 유도복을 입은 19명의 소년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 중이었습니다. 형준, 태민, 진수, 준호를 비롯한 유도 소년들은 인천 남동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박용호(58) 경위의 제자들입니다. 소년들은 박 경위의 헌신적인 지도 덕분에 여러 유도대회에 출전해 각종 메달을 땄습니다.


인천지역 중・고교생인 소년들은 박 경위의 제자가 되기 전에는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골칫거리였습니다. 빈곤과 폭력에 대물림된 소년의 부모 중에는 알코올 중독 혹은 기초생활수급자도 있습니다. 어렸을 적 떠난 부모는 여전히 소식이 없습니다. 불우한 환경은 소년들을 비행의 세계로 이끌었고 비행에 물든 소년들은 학교폭력 블랙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소년들이 유도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미 중학생 때 소년원을 갔다 온 동주(가명․18)는 재비행으로 현재 소년원 수감 중입니다. 박 경위에게 4개월 정도 유도를 배우던 동주는 이혼한 엄마의 방임과 욕설에 절망하면서 범죄의 덫에 다시 걸린 것입니다. 박 경위는 "엄마가 따뜻하게 보살폈다면 동주가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맹훈련 중인 유도 소년들 ⓒ 김진석


아파트에서 자살 소동을 벌였던 다문화 소녀 수아(가명․15)는 사부 곁을 떠난 지 6개월 만에 학교폭력, 갈취, 절도 등의 전과 7범이 되고 말았습니다. 또 다른 2명의 소년 또한 강도와 절도 등의 무거운 죄를 짓고 소년원에 갔습니다. 반면에 유도에 심취한 소년들은 소위 '꼴통'에서 '기적의 주인공'으로 변했다고 박 경위가 강조했습니다.


"잡아준 손을 버리면서 유도장을 떠난 아이들이 망가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아이들 모두를 구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반면에 판사님께 선처를 호소해 데려온 아이들, 무서운 폭탄이었던 아이들이 유도하면서 180도 달라졌습니다. 꼴통으로 불리던 아이들, 공부 못하던 아이들이 모범생과 우등생으로 변한 것은 분명 기적입니다."

사부를 아버지라 부르고 싶은 성빈이의 꿈은


"경찰 첫 월급 타면 엄마에게 드리고 싶어요!"


사부를 아버지라 부르고 싶은 성빈 ⓒ 김진석


"사부님 만나 상무관에서 운동한 지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었습니다. 사부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 어떤 성빈이었을까요. 사부님과의 만남이 저에겐 축복이었고 기회였습니다. 엄마께 효도해본 적이 없었는데 운동을 하면서 장학금도 타서 드리고 전국대회에서 은메달도 따서 엄마 목에 걸어 드렸습니다. 사부님께 감사한 게 너무 많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성빈(17․인천 청학공고 1)이가 스승의 날에 박용호 경위에게 쓴 편지입니다. 아버지 없이 엄마와 사는 성빈이는 박 경위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하지만 쑥스러워서 편지로 처음 불러봤습니다. 성빈이는 유도 소년 중에 가장 멋지게 성장한 유망주입니다. 유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지난 중간고사에선 반에서 6등 했습니다.


강력계 형사가 꿈인 성빈 ⓒ 김진석


성빈이의 꿈은 강력계 형사입니다


사부처럼 강력범 검거 1위의 형사가 되기 위해 운동도 공부도 열심입니다. 유도를 하지 않았다면 소년원에 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성빈이는 과거의 잘못을 청산했습니다. 무도인의 자세를 배운 성빈이는 일진 시절에 괴롭혔던 친구들에게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자 친구는 물론 선생들도 그런 성빈이를 환영했습니다.


성빈이는 요즘 치킨 배달 알바를 합니다. 교통비와 학교 준비물 그리고, 핸드폰 사용료 등을 제외한 돈은 가난한 엄마에게 드립니다. 성빈이는 "경찰이 되면 첫 월급을 엄마에게 드리고 싶다"면서 "유도를 통해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며 정정당당하게 살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성빈이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응원 부탁드립니다.


만수동 복개파 일짱 원빈이는 300억짜리 제자


사고뭉치 아들의 변화..희망을 갖게 된 부모


300억짜리 제자 원빈 ⓒ 김진석


박 경위는 원빈(18․인천 청학공고 1) 이를 '300억짜리 제자'라고 부릅니다. 영화배우 원빈처럼 멋지게 생긴 원빈이는 스승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인천 만수동 복개파 일짱이었던 원빈이는 이번 중간고사에선 반에서 4등 했습니다. 공부와 담을 쌓았던 원빈이가 새벽까지 시험공부를 한 것은 청천벽력입니다. 내년엔 총학생 회장에 출마할 계획입니다.


"(박용호 경위가 들려준) 한신 장군이 돈이 없어 어머니 장례도 못 치르고,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는 굴욕도 참아내고 결국 나중엔 천하를 거머쥐었다는 이야기가 너무 좋고 기억에 남습니다.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일을 겪어도 참고 극복해 나가는 것이 너무 멋지고 좋습니다. 제가 어떤 그릇 일지는 모르겠지만 사부님께서 300억으로 정해 주셨으니 모두 참고 극복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사부님께 바라는 건 저희 할머니가 오래 살게 해달라고 기도해주시는 겁니다. 사부님 같은 분이 기도 해주시면 하느님도 들어주실 것 같습니다. 할머니는 저에게 좋은 거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하십니다. 그래서 오래오래 사셔서 저의 효도를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원빈아, 희망의 한판승 기대한다! ⓒ 김진석


원빈이가 스승의 날에 사부께 쓴 편지입니다. 원빈이는 학교 끝나면 거리가 아닌 상무관으로 직행해 유도복이 흠뻑 젖도록 연습하거나 7월 중순에 실시되는 위험물기능사 시험공부에 몰두합니다. 원빈이는 300억짜리 인생이 되기 위해 시련을 극복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부모를 대신해 키워준 할머니에게 효도하려고 합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원빈이를 주목해 주십시오. 희망의 한판승을 기대해주십시오.


"제가 운동하면서 달라진 것은 '나도 하면 할 수 있구나'라는 것입니다. 옛날의 저는 모든지 포기했는데 상무관에서 운동하면서 꿈이 없던 저에게 꿈이라는 것이 찾아왔습니다. 그 꿈은 바로 경찰입니다. 경찰이 되면 저와 같이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내는 학생들에게 이야기 들어주면서 사랑으로 보살펴 주고 싶어 졌습니다. 꼭 경찰이 되어 사부님 뒤를 따르겠습니다."

100kg 출전해 금메달을 딴 성웅 ⓒ 김진석


성웅(19․인천 청학공고 3)이가 스승의 날에 사부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중학교 때 부모의 사업실패로 가세가 기울면서 방황하던 성웅이는 사부를 만나면서 확 달라졌습니다. 올해 인천시 삼일절 유도대회 100kg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것은 물론 그냥 경찰이 아닌 멋진 경찰이 되는 꿈을 품었습니다. 지난 4월 10일 성웅이 엄마는 아들로 인해 삶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며 경찰청 홈페이지에 감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사업실패로 먹고살기에 급급해 방치하다 보니 어느 순간 불량 아이들과 어울리며 사고를 치고 심지어는 경찰서까지 가야 했던 아들이 한 경찰관의 헌신적인 도움과 관심으로 새 사람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경찰관이 되겠다고 도서관을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아들은 예전의 불량한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들로 인해 삶과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19명의 희망 소년들을 기억해주십시오


박용호 경위의 애제자 원빈, 성빈, 성웅(왼쪽부터) ⓒ 김진석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까치에겐 엄마가 없었습니다. 가난한 술주정뱅이 아빠는 까치를 학대했습니다. 그런 까치에게 야구는 희망이었습니다. 까치를 희망으로 일어서게 한 것은 가난함과 절박함이었듯이 19명의 소년들을 일으켜 세운 것 또한 불우함입니다. 아빠 폭력에 시달리던 소년, 엄마가 그리워 우는 소년, 버림받은 아픔으로 매트에 땀을 적시는 소년, 빈곤과 결핍과 싸우는 소년들은 유도의 까치 소년들입니다.


19명의 까치 소년들을 주목해 주십시오. 들꽃처럼 살아온 소년들은 짓밟히고 무시당하며 살아왔기에 이대로 포기하면 끝장난다는 절박함 때문에 이가 깨지고 뼈가 아파도 항복하지 않습니다. 가난한 소년들의 근성을 높이 사주십시오. 정년을 앞둔 하위직 경찰 사부가 쏟아내는 안간힘의 구슬땀을 기억해주십시오. 감동의 드라마를 기대해주십시오.

제가 소년들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새 1년가량 됐습니다. 유도 대회에 출전하거나 수련회를 가면 대회장까지 달려가 밥과 고기를 샀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소년과 사부에게 멋진 저녁과 고급 운동화를 선물했습니다. 어떤 소년은 난생처음 받아보는 선물이라며 몹시 좋아했습니다. 그 모습이 가슴이 저릴 정도로 뭉클했습니다.


고기 먹으며 행복해하는 소년들 ⓒ 김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