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청소년 이야기

[소년의 눈물 8화] 2015-08-26

가출청소년이 아니라 탈출청소년입니다. 상다수 청소년들은 생존을 위해 가정을 탈출합니다. ⓒ신림청소년쉼터


※ 등장하는 소년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다섯 명의 가출청소년에게 물었습니다. 먹는 것을 어떻게 해결하니?


"대형마트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음식을 훔쳐서 먹어요." (A청소년) "조금 배고프면 굶고, 너무 배고프면 삥 뜯거나 마트에서 훔쳐서 먹어요." (B청소년) "마트에서 시식을 하고, 도둑질을 하고, 누가 먹다 남긴 음식을 먹어요." (C청소년) "하루에 세끼를 다 먹지는 못해요. 돈이 없으면 같이 다니는 형이 삥을 뜯지만 돈이 없으면 가게에서 사는 척 하다가 물건(음식)을 가지고 도망쳤어요." (D청소년) "마트에서 시식하거나 친구 집에서 얻어먹거나 슈퍼에서 먹을 것을 훔치거나 또래나 어린 사람에게 삥을 뜯거나 어른들에게 도움(구걸)을 요청해 먹을 것을 해결해요." (F청소년)


다섯 명 중에 도움을 청해 끼니를 해결한 소년은 한명 뿐입니다. 이 소년 또한 훔치고, 삥 뜯기도 했습니다. 하루 세끼를 다 먹는 날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넷과 공중파 등에선 온통 먹자 방송이고 음식 이야기인데, 남녘은 산해진미 한반도인데도 가출청소년들에겐 굶주림의 한반도입니다. 잠은 어디에서 자니? 라고 물었더니 "건물옥상, 화장실, 뒷골목, 지하주차장, 창고, 놀이터, PC방, 찜질방, 모텔에서 잔다"고 했습니다. 어른 홈리스들은 노숙의 자유라도 있지만 소년 홈리스에겐 노숙의 자유마저 불허합니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도둑고양이처럼 숨은 잠자리를 찾아다닙니다. 들키면 쫓겨나거나 경찰에 신고당합니다.


가출청소년? 아닙니다, 탈출청소년입니다

가출청소년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조호진


"왜 좋은 집 놔두고 가출해서 이 고생이니. 부모님이 기다리는 집으로 어서 들어가라!"


어른들은 가출청소년들을 이렇게 선도합니다.


가출청소년들은 과연, 편안한 가정을 놔두고 뛰쳐나온 철부지일까요?


박진규 서울시립신림청소년쉼터(이하 신림쉼터) 실장은 "소년들은 가출한 게 아니라 탈출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출청소년을 16년째 만나고 있는 박 실장은 가출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합니다. 편안한 집을 놔두고 가출한 청소년은 극히 일부라는 것입니다. 가족 갈등 때문에 가출한 청소년은 부모에게 연락하면 대부분 데려갑니다. 쉼터에서 보호하는 기간은 평균 10일 정도입니다. 이처럼 귀가 가능한 청소년은 쉼터에 입소한 가출청소년 중 30%가량입니다. 나머지 70%는 가정해체 등으로 돌아갈 가정이 없어졌거나 보호자의 학대(신체, 정서, 방임, 성) 때문에 가정에 돌려보내선 안 되는 경우입니다. 이 청소년들을 '생존형 가출청소년' 혹은 '홈리스청소년'이라고 부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잘 계시죠?..얼마 전에 병원을 갔는데..저, 정신분열장애라고.."


서현이가 보내온 메일입니다. 서현이는 4년 전에 신림쉼터를 찾아온 14세 소년으로 당시에 정서불안과 신경쇠약증세를 보였습니다. 더 이상 보호할 수 없어서 귀가시킨 게 화근이었습니다.


쉼터의 비인도적 처사일까요?


아닙니다. 쉼터에겐 학대 피해 소년들을 도와줄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보호자가 학대 가해자로 밝혀져도 친권을 주장하면 소년을 더 이상 보호할 수 없습니다.


학대 아빠들이 쉼터에 찾아와 소년들을 데려가려 하면 소년들은 "죽어도 집에 안 간다!"며 완강하게 저항합니다. 어떤 소년은 "아빠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아빠 때문에 미쳐버리겠다!"며 울부짖습니다. 쉼터 관계자가 보호자를 만류하면 막말과 욕설을 하며 "저 ××를 여기서 내 쫓으라"고 요구합니다. 이런데도 가정문제니까 간섭하면 안 됩니까? 귀가시키면 소년이 미치거나 또 다시 가출하는데도 무작정 귀가시켜야 합니까? 박진규 실장은 "학대 피해 소년을 보호하려다가 부모의 민원 제기로 인해 시말서를 쓴 쉼터 선생들도 있다"면서 "선생들은 소년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부모의 횡포에 시달리는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습니다. 박 실장은 특히 "피해 소년들은 부모의 학대를 피해 탈출했지만 누구도 보호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경험하면서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면서 "이런 경험을 한 소년들은 세상과 어른들에게 더 이상 도움을 청하지 않게 된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전래 동화에서는 사냥꾼에 쫓기는 사슴을 숨겨주지만 이 나라에선 학대 부모에게 쫓기는 소년들을 끝까지 보호해주지 못합니다.


홈리스청소년 14만여 명..먹고, 자고, 일할 곳을 주세요

박진규 실장은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홈리스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사회복지서비스를 수년째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요원합니다. ⓒ조호진